● 에디터S 노트
필자 김동영은 어려서부터 미국 문화를 많이 접하면서 성장했다. (아마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미국 문화의 대표격인 대중음악과 영화는 물론 많은 책들로부터의 영향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의 실체를 동경하며 성장했던 그는, 언젠가 미국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어렴풋한 소망 하나를 가슴에 품는다.
그렇게 도착한 미국, 그는 230일의 긴 여행기간 동안 음악을 통해 또는 영화를 통해 알았던 지명들을 찾아 나서며 연필로, 카메라로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의 여행 노트에는 군데군데 물기가 서려 있다. 아마도 쉽지 않은 긴 여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여행이다 보니 순간순간 바닥을 드러낸다. 육체적이며, 정신적이며 동시에 경제적이기까지 한 바닥. 그 바닥을 기다시피 해서 얻은 결실은 차라리 성스럽기까지 하다.
서른 살을 기념해 떠난 이 여행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부지런히 타인에게서 답을 찾으며 자신은 물론 세상과의 화해를 이끌어낸다. 누구나 한번쯤 떠나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른 살, 우리는 서른을 맞은 자기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할 수 있을까?
● 불독맨션의 ‘이한철’과 루시드 폴의 ‘조윤석’,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추천의 글을 보내오다
김동영의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드러났다. 김동영의 여행은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떠나왔다는 흥분이나 대책 없는 자유로움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새롭고 경이로운 풍경에 내던져진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스스로 달래는 모습 때문에 그의 글은 솔직하고 여운이 긴 감동이 있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라는 말, 「어쩌면 그게 여행」이라는 글에 나오는 이 말은 생선이 여행에서 건진 가장 큰 진실이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울림일 것 같다.
- 이한철·불독맨션
띄엄띄엄 느린 속도로 읽게 될 줄 알았던 그의 원고를 단숨에 읽어버린 어느 저녁. 어느덧 선선해진 늦여름의 전철 안에서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얼마나 좋은 선물을 한 건지 알고나 있을까. 그 치열했던 8개월 동안의 여행이 그의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알고 있을까. 특히 놀라웠던 건, 그의 글에는 내가 먼 나라에서 매일 싸워야 했던 그 지독한 외로움의 자리보다, 그가 만나온 사람들과 견뎌온 시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로서는 부럽기만 한 그만의 긍정적인 성향과 따뜻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니었던가 싶다. 그도, 나도 시간이 지나면 얼굴 찡그렸던 일들은 모두 휘발되고 은은한 향기만 퍼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되겠지. 이 긴 여행이 인생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깊이 물들여놓게 될지를 알게 되겠지.
- 조윤석·루시드 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