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예수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난 한 무리가 있다. 1996년 예수 탄생 2천 년을 기념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영국 BBC 다큐멘터리 팀과 이 책의 저자인 마크 털리이다. 역사 속 예수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 여행은 영국에서 출발하여 인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이집트로 이어졌다. 프라 안젤리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의 아름다운 성화와 눈부신 동방 정교회 모자이크, 찬란한 고대 로마 유적들로 이루어진 화보들은 이 순례 여행길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예수의 수난을 기억하는 사순절과 다가올 부활절, 『예수의 생애』는 예수의 생애와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가장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그리고 감동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둘러싼 2천 년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 30년간, 인간 예수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세계의 종교계와 학계의 예수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저자는 유대인 랍비, 가톨릭 역사학자, 미국 종교학 교수 등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첨예한 질문들을 던진다. 누가, 왜 예수를 죽였는가? 그리고 그의 부활은 정말로 있었는가?
예수의 죽음에 관련된 주요 세력은 대제사장과 사두개인, 바리새인, 그리고 로마의 통치자들로 압축될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예수는 많은 설교를 통해 바리새인들의 형식성을 꼬집었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에는 성전에서 자행되는 상술에 분노하여 성전 파괴를 예언함으로써 사두개인 및 대제사장 가야바의 분노를 샀다. 예수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위협 때문에 그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을 로마인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예수가 병정들에게 넘겨진 유월절의 그날 밤, 과연 진정 손을 씻어야만 했던 자는 누구일까?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의 죽음에 대한 가장 일차적인 책임을 유대인에게 돌렸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반유대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홀로코스트를 포함한 2천 년 동안의 유대인 수난과 방랑이 예수의 핏값이라는 논리다. 과연 우리는 4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의 저자들에게 반유대적인 성향이 있었다고 믿어야 하는 것일까?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둘러싼 음모 이론 못지않게 역사학자들과 성경학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예수 부활의 사실 여부다. 제자들 앞에 나타난 예수의 모습이 유령이었다는 주장, 예수가 완전히 사망한 것이 아니며 다만 중상을 입은 채 다시 되돌아온 것뿐이라는 주장 등, 예수의 신성(神性)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활에 관한 해석은 아직도 분분하다. 이집트의 나그 함마디에서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 도마복음은 예수가 메시아, 혹은 구원자라기보다는 초기 유대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라 하고 있으며, 처녀 잉태설이나 육신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부정하고 있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4복음서에서 부활의 기록을 연대기적 목록으로 추적한 성경학자들 역시 그 사이에 나타나는 모순에 당황하고 있다. 신성에 대한 믿음과 역사적 사실 사이의 간극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예수의 부활이 없었다면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입장과 교리가 다른 신앙인들과 역사학자, 종교학자들의 전문적인, 때로는 철학적인 의견과 논쟁에서 우리는 기독교에 대한 열린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신앙의 중심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이들의 치열한 정신적 투쟁을 엿볼 수 있다. 여행을 끝낸 저자는 이렇게 책을 마무리한다. 예수가 어떤 존재였든, 그가 남긴 가장 진정한 기적은 부활과 그에 힘입어 로마제국의 변방에서 소박하게 시작된 교회라는 존재라고. 유대인 예수, 예언가 예수, 혁명가 예수, 숨겨진 지혜의 교사로서의 예수 - 이런 각각의 모습 중 어느 것이 진정한 예수의 모습인가 하는 논쟁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단면만으로는 서양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2천 년의 교회사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지금 이곳의 우리는 역사 속 실존 인물로서 예수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가 남긴 교회라는 유산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와 교회는 하나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교회는 과연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 것일까?
예수는 일상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세상의 바퀴를 붙잡았다. 그러나 바퀴가 돌아가지 않자, 그분은 자신의 몸을 던졌다. 그러자 곧 바퀴가 다시 돌기 시작하면서 그분을 깔아뭉갰다. 측량할 길 없는 위대한 사람, 강하고 큰 능력을 지닌 위대한 인물, 그분의 짓이겨진 몸뚱이가 아직도 그 바퀴에 매달려 있다. 이것이 그분의 승리이며 그분의 능력이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
예수의 전 생애, 그의 메시지와 가르침 자체가 바로 강력한 메시아적 선언이 되었다.
-톰 라이트(옥스퍼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 신학교수)
지은이 마크 털리(Mark Tully)
영국 BBC 방송 제작자이자 논픽션 작가.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나 인도와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1964년 BBC에 입사하여 BBC 델리 지사의 이사 및 BBC 아시아 특파원으로 활약하면서 인도와 영어권 국가들 사이의 문화적 교량 역할을 수행해왔다. 1994년 BBC를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집필 활동을 시작하여 기독교와 인도 문화에 관련된 저서들을 써왔다. 베스트셀러가 된 『인도에는 정류장이 없다』외에도『인도의 슬로 모션』『어머니』『인도의 심장』『인도의 마지막 증기 기관차』『암리차르 : 간디 부인의 마지막 전투』등을 펴냈고, 1996년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예수의 생애>를 시작으로 방송과 연계한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옮긴이 윤희기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여러 대학에 출강했고 출판사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설』『소유』 『샤먼』 『물의 역사』 『천사와 벌레』 『마티스 스토리』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멈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2003년 4월 2일 발행
*ISBN 89-8281-809-X 03230
*188X245 | 256 페이지 | 20000원
*담당편집 : 박여영 (031-955-8859, jade@munhak.com)
나는 역사의 그리스도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구분짓지 않는다. 예수그리스도는 하나의 사실이자 하나의 해석, 이 두 가지의 결합체다. 이 둘의 구조적 변증법이 기독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크로산(시카고 드 폴 대학 종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