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순환, 그 아름다운 비밀
어른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넌 아직 어려서 안 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요. 왜 어른들만 커피를 마시는 걸까?, 왜 어른들만 밤늦게까지 TV를 보는 거지?, 왜 우리는 아직 안 돼?
성장과 순환은 아이에게는 풀기 어려운 숙제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아빠처럼 어른이 된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지요. 게다가 힘이 엄청 세고, 키가 엄청 크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우리 아빠도 자기와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는 인생의 의미, 아이들이 과연 깨달을 수 있을까요?
한 걸음 두 걸음 묵묵히 산을 오를 때, 결국 우리는 하늘에 맞닿은 정상에 오르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한 계단 두 계단, 계단을 오르듯 넘기는 페이지 속에 성장과 순환의 비밀이 담겨 있답니다. 아기 토끼에게 인사하는 해와 달 속에 시간의 의미가 담겨 있고, 작은 도토리가 커다란 떡갈나무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일생의 의미와 ‘경험’이 주는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지요. 첫 장을 넘길 때는 작은 도토리일 뿐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이면 세찬 비바람을 견디고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커다란 떡갈나무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답니다. 또한 밝은 해가 빛나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떠오른 환한 달님을 볼 수 있지요. 계단 모양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느새 낮과 밤이 바뀌는 자전의 주기와 사계절이 변화하는 공전의 주기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해님과 달님에게 인사하며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잠자리를 지켜 주세요. 아이는 행복한 꿈나라로 빠져들면서 시간의 의미를 알게 될 거예요. 작은 도토리의 일생을 보여 주세요. 성장과 순환의 의미와 지혜의 거름이 되는 경험을 선물로 받게 될 거예요.
언젠가 너도 네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늙은 떡갈나무에 매달려 있던 작은 도토리는 땅에 떨어집니다. 떡갈나무 가지에 매달려 높다란 하늘만 보고 있던 도토리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지요. 폭신폭신한 땅도 그렇고, 아늑한 땅 속도 그랬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도토리는 작은 싹을 틔우고, 해가 갈수록 튼튼하게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비록 주위의 다른 풀처럼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나뭇잎을 노랗고 빨갛게 물들이면서 말이에요. 떡갈나무는 이제 하늘의 구름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이젠 어른이 된 것만 같았지요. 그런데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이 치더니, 급기야는 번개가 떡갈나무의 큰 가지 하나를 부러뜨렸어요.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떡갈나무에게 늙은 나무가 말합니다. “비바람은 그 동안에도 수없이 왔다갔단다. 그러니 곧 잠잠해질 거야.” 늙은 나무의 말처럼 어느새 폭풍우는 지나가고 따스한 햇살이 떡갈나무를 비춰 주었어요. 가지가 부러진 자리에는 부엉이 한 쌍이 보금자리를 틀었지요. 가지가 부러지는 아픔이 다른 생명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함으로 바뀐 거예요.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떡갈나무는 가지에 매달린 도토리가 제법 무거워진 것을 알아챘어요. 떡갈나무는 도토리를 가을바람에 실어 땅으로 보냈답니다. 그리고 지혜로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언젠가 너도 네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글쓴이 | 로리 C. 프뢰브
유아를 위한 입체 그림책부터 정보 그림책까지 다양한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덤프트럭은 바빠요』 『아주 커다란 콘크리트 믹서기』 『힘인 센 크레인』 『구조가 필요해요』등 건축 현장을 담은 그림책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린이 | 치 청
따뜻한 색감에 붓과 펜의 터치가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장승』 『집에 들어온 소들』 『젊은이를 위한 에밀리 디킨스의 시』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긴이 | 이지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어린이책 편집자가 되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코끼리 똥』 『헤르만의 비밀 여행』 『아빠는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