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데이지의 자아를 찾는 모험
강가에 있는 메이메이네 농장은 ‘행복한 꼬꼬네’로 불립니다. 농장의 여섯 마리 암탉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암탉들이지요. 그런데 암탉들이 처음부터 행복했던 것은 아니랍니다. 예전에는 몸집이 작고 약한 데이지가 다른 암탉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었거든요. 메이메이는 암탉들을 위해 둥지에 보송보송한 짚을 넣어 주고, 진흙탕에서 뒹굴면 깨끗하게 목욕도 시켜 주었지만, 메이메이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밤이 되면 다른 암탉들은 데이지를 괴롭혔습니다. 데이지는 횃대에서 밀려나 차디찬 바닥에서 잠을 청하기 일쑤였지요. 여느 날처럼 잘 곳을 찾아 헤매던 데이지는 강가에 놓인 바구니에서 겨우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데이지가 잠든 사이, 비로 인해 불어난 강물에 바구니가 떠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데이지를 맞아 준 것은 메이메이의 따스한 음성이 아닌 무섭게 짖어대는 험상궂은 개 한 마리였지요. 간신히 개에게서 벗어났다 싶었는데, 이제는 뿔이 두 개 달린 커다란 물소가 콧김을 뿜고 있습니다. 데이지는 너무 놀라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지요. 바구니가 농장에서 멀어질수록, 데이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낯설고 무서운 환경이었습니다. 급기야 데이지는 강에서 물고기를 낚던 어부의 손에 붙잡히고, 시장에서 팔릴 운명에 처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왜 이리 멀고 험할까요? 결코 만만치 않은 세상,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데이지가 아니랍니다!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과 인생을 축약한 그림 속에는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고, 예기치 못한 모험을 통해 넓은 세상을 만나 성장해 가는 데이지의 모습이 한 편의 동양화처럼 펼쳐집니다.
그림에 숨은 십이지(十二支), 그림에 담긴 인생
낯선 환경을 접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무서운 동물들과 맞닥뜨리면서, 데이지는 서서히 깨달아 갑니다. 비록 ‘행복한 꼬꼬네’ 농장이 포근하지만은 않았지만, 그 곳이 바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며, 자신이 변해야만 환경 또한 변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많은 사람이 환경을 탓하고 불만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환경에서도 어느 한 사람은 높다란 벽을 보고, 다른 한 사람은 벽 너머의 파란 하늘을 꿈꾸기 마련입니다. 데이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복한 꼬꼬네’ 농장은 데이지에게 처음부터 행복한 곳이 아니었지요. 오히려 자아를 억누르는 울타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어려움에 맞서 용기 있게 나아갔을 때, 데이지에게 ‘행복한 꼬꼬네’ 농장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비로소 데이지는 자신의 ‘집’을 찾게 된 것이지요. 데이지는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를 더듬어 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데이지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는 곳, 바로 마음의 집을 찾아 돌아온 것이지요.
배경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높다란 산과 깊은 골짜기를 살펴 보세요. 나무처럼, 바위처럼 숨어 있는 12지(十二支)를 볼 수 있습니다. 승천하는 용이 있고, 힘차게 달음박질하는 말이 있습니다. 온순한 양이 있는가 하면, 충직한 개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하루 동안의 모험으로 비유되는 나를 찾는 여행은 일 년이 걸릴 수도 있고, 12지를 돌아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하나하나 길을 짚어 나갈 때, 진정한 자아, 진정한 집을 찾아 안식을 누릴 날이 올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데이지처럼 말이지요.
지은이 | 잰 브렛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책 작가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취재한 그 나라의 전통 문화를 그림책에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중국에서 태어난 며느리와 함께 중국을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경관과 활기 넘치는 시장,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뛰노는 아이들이 가득했던 시골 마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 왜 암탉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냐고요? 잰 브렛 역시 팬지, 블루벨, 달리아라는 암탉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거든요.
주요 작품으로는 『털장갑』 『노아의 방주』 『모자』 『크리스마스 이브에 누가 문을 두드리지?』 『시골 쥐와 서울 쥐』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하연희
연세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통역 및 번역을 공부했습니다. 광고 회사에 다니다가 지금은 통역과 번역 일을 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대학에서 영한 번역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부끄럼쟁이 바이올렛』이 있고, 지은 책으로 『뜯어먹는 영어 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