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아기 오리들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푸른 풀빛이 싱그러운 어느 날, 엄마 오리가 물놀이를 가려고 아기 오리들을 찾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기 오리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네요. 엄마 오리는 뒤뚱뒤뚱 아기 오리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립니다. 하지만 헛간 앞에도, 사과나무 아래에도, 그네 아래에도 아기 오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빨간 빛이 탐스러운 토마토 밭에도 가 보았지만, 아기 오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꽥꽥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다본 엄마 오리! 아기 오리 열 마리는 바로 엄마 오리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아기 오리 뚱이의 일곱 색깔 무지개』에서 뒤뚱뒤뚱 귀여운 모습으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귀여운 아기 오리 뚱이가, 이제는 열 마리 아기 오리의 엄마가 되어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저자인 프랜시스 배리가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얘깃거리를 가지고 다시 우리 아이들을 찾아온 것처럼, 저자의 첫 책에 등장했던 뚱이도 이제는 예쁜 아기 오리들을 거느린 어엿한 엄마가 된 것이지요.
즐겁게 배우는 숫자 놀이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억의 한계는 학습의 한계와도 관련이 있지요. 기억과 학습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입식으로 채워 넣는 지식이나 교육은 아이에게서 알아가는 재미를 앗아갈 수 있습니다. 한글이나 숫자 모두 아이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이지만,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기쁨을 느끼고 사랑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배움마저도 기쁘고 즐거운 놀이가 되어야만 하지요.
제각각 재미 있는 모양의 페이지를 넘기면, 올망졸망 아기 오리들이 하나하나 나타납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은 바로 뒤에 있는 아기 오리를 찾지 못하는 엄마 오리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할 것입니다. 그리고 은연중에 ‘엄마’보다도 더 우위에 있다는 만족감과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 중에, 아이는 학습에 대한 욕구와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게 되고, 놀이처럼 재미 있는 상황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숫자에 대한 개념을 파악하게 되지요.
게으른 자는 노력하는 자를 따를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천재를 따를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즐기는 자 앞에서는 천재도 못 당한다고 하지요. 혹시라도 숫자 하나, 한글 한 자 더 가르치려고 아이의 어깨에 괜한 짐만 올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혹시나 쉽고 재미 있는 길을 어렵게 에돌아가는 건 아닌지요?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하듯 밝고 경쾌한 일러스트 속에 수의 개념을 파악하는 길이 숨어 있습니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고요? 아기 오리 열 마리와 신나게 물놀이를 하러 가는 길이 있답니다.
지은이 | 프랜시스 배리
영국 브라이튼 대학에서 파인 아트를 공부했습니다. 그 후 로열 아카데미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랜시스 배리의 이야기와 그림에는 자연에서 찾아낸 이미지가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