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끌어 주세요
옛날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직접 걸어다니면서 선물을 배달했답니다. 무거운 선물 보따리를 짊어지고 말이에요. 게다가 산타 할아버지는 사람들 눈에 띄면 마법을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선물을 모두 배달해야 했어요. 찾아가야 할 집은 해마다 많아지고, 배달할 선물 또한 자꾸자꾸 늘어나는 통에, 산타 할아버지는 선물 배달하는 일이 힘에 부쳤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올 해 크리스마스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요. 산타 할아버지는 고민에 빠졌답니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대로 그만 둘 수는 없었거든요. 그 때, 요정 엘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하늘을 날 수 있는 썰매를 만들면 선물을 싣고 하룻밤 안에 배달을 마칠 수 있잖아요! 요정들은 힘을 합해 설계도를 그리고 뚝딱뚝딱 근사한 썰매를 완성했답니다. 하지만 누가 썰매를 끌죠? 요정 엘윈은 광고를 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 할아버지를 도와 썰매를 끌 동물을 찾습니다!’
광고를 보고 많은 동물이 찾아 왔습니다. 제일 먼저 코끼리 머레이가 썰매를 끌어 보았지요. 머레이는 날아오르고 내려앉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코끼리는 썰매를 끌 동물로는 맞지 않는 듯했어요. 머레이가 살짝 내려앉은 것뿐인데 지붕이 무너지고 말았거든요. 그 다음으로 악어 마빈과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그런데 악어들은 선물을 나눠 주는 것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듯했어요. 몹시 굶주린 모습으로 눈빛을 번득이고 있었거든요. 산타 할아버지는 악어들의 날카로운 이빨이 무섭기는 했지만, 아주 예의 바르게 악어들을 돌려보냈답니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온 동물은 기대해도 될 것 같아요. 썰매 끄는 일에 전문인 허스키 개들이니까요. 역시 썰매는 금세 날아오르고, 한동안 잘 나는 듯했어요.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 본 허스키 개들이 무섭다며 우왕좌왕하다가 그만 연못에 풍덩 빠지고 말았어요. 무언가 한 가지씩 부족한 것은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였지요. 캥거루는 너무 깡충거려서 산타 할아버지가 정신이 없었고, 멧돼지들은 공중에 멈춰 선 채 나무에 열린 과일을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는 사이 크리스마스는 점점 다가왔지요. 아직 썰매를 끌어 줄 동물을 찾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눈이 몰아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순록 한 마리가 산타 할아버지를 찾아 왔어요. 다친 친구를 위해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었지요. 순록들은 산타 할아버지의 마법 썰매를 구급차 삼아 친구를 구해 냈어요. 훌륭하게 썰매를 끌었음은 물론이고요. 그 때부터 순록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도와 썰매를 끌게 되었답니다.
그린이 아쓰코 모로즈미
일본에서 미술 교육을 공부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했습니다. 첫 책인 『고릴라 한 마리』가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엄마, 책 읽어 주세요』 『아기 토끼 날개책』 『아기 고양이 날개책』 등 그녀가 그린 많은 어린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널리 사랑 받고 있습니다.
옮긴이 한강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한 뒤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내 여자의 열매』, 장편 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을 펴냈습니다. 한국소설문학상(1999)과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0)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