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던 작고 연약하던 우리 아이가 어느새 옹알거리며 스스로의 세상을 개척해 나갑니다. 이제는 일어나 앉아 있기도 하고, 뽀얗고 통통한 손과 발을 놀려 부지런히 방 안을 탐험하기도 하지요. 계단을 한 걸음, 두 걸음 올라서듯 조금씩 조금씩 몸과 마음도 자라갑니다. 말놀이 계단 그림책은 움직임과 소리를 표현하는 다양한 말들을 통해 한창 언어를 습득해 가는 아이가 마치 놀이를 하듯 재미있게 말을 배우도록 도와줍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커지는 판형이 꼭 계단을 떠올리게 하는 이 그림책은, 각각의 장마다 새로운 동물들이 등장해 자신의 몸짓과 소리를 표현합니다. 살짝살짝 몸의 한 부분을 드러낸 동물들이 다음 장에서 완전히 드러나는 반복 구조는 아이들에게 기대감과 동시에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아무리 오래 보아도 눈이 아프지 않고 싫증나지 않는 차분하고 예쁜 색깔 바탕에 개구리, 거북이, 토끼, 오리, 나비가 차례대로 나타나 아이와 함께 칙칙폭폭 기차 놀이를 합니다. 각각의 동물 친구들은 서서히 기고, 걷는 아이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겨우내 잠을 자다 싱그러운 봄날에 깨어나는 봄의 전령사 개구리는 출생과 함께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하는 우리 아이의 모습입니다. 엉금엉금 느리지만 장수의 동물로 일컬어지는 거북이는 꾸준하고 진실한 우리 아이의 모습이지요. 깡충깡충 토끼는 보드랍고 귀여운 아이 모습을 꼭 닮았죠. 뒤뚱뒤뚱 오리는 아장아장 엄마를 따라다니는 작고 예쁜 아이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나풀나풀 나비는 아이의 마음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작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신나게 기차 놀이를 하는 동물 친구들은 아이의 장난감 기차에 실린 인형들입니다. 그 인형들이 계단 사이사이에서 고개를 빠끔 내밀고서 다가옵니다. 선로 위를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차처럼, 표지와 본문, 뒤표지까지 이야기와 그림이 끊이지 않고 빙글빙글 이어집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형이 살아서 말을 건네냐고요? 바로 날개를 단 아이의 상상력이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은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