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요? 혹시 가끔 찾아가면 용돈을 주는 돈 주머니나 바쁜 엄마 아빠 대신 자신을 돌봐 주는 사람, 또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고리타분한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날아온 듯 너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스위스 작가 마리 부샨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다』는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을 좁혀 주는 그림책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평범한 하루를 바라보면서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꿈이 자신들이 꾸는 꿈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정감 넘치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백하고 따뜻하게 담아낸 시몽 크루의 그림은 과장된 구도나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눈길을 잡아끕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과거를 향한 추억과 미래를 향한 설렘
할머니는 잼을 만들기도 하고, 양말을 뜨기도 하고, 꽃을 가꾸기도 하면서 할아버지에게 말을 겁니다. “영감, 처음 무도회에 간 날, 내가 입었던 드레스 기억나요?” “바다에 다시 한번 가 봤으면!” “오늘 아침에 유니콘을 봤어요.” 하고 말이에요.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나무를 심고, 라디오를 듣고,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그 때 임자 정말 고왔지!” “바다, 좋지!” “어, 그래? 임자도?”라고 상냥하게 대꾸해 줍니다.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가득하고, 쪽 찌어 올린 머리는 하얗게 세었지만, 할머니는 아직도 꿈을 꿉니다. 뉴욕에도 가고 싶고, 말도 타 보고 싶고, 또 멋진 오페라의 주인공이 되어 보고도 싶지요.
그런 할머니에게 때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때로는 공감한다는 듯 성실하게 대답해 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한마음이 느껴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에게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모양이에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다.”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그래도 이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꿈과 아직 가지지 못한 추억까지 모두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물론 이 ‘엉뚱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밝고 아름다운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지도 느끼게 되겠지요.
그린이 시몽 크루
197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났습니다. 로잔 주립 예술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습니다. 여행을 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재화를 나누며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옮긴이 함정임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당신의 물고기』 『버스, 지나가다』, 중편소설 『아주 사소한 중독』과 산문집 『하찮음에 관하여』 『인생의 사용』, 어린이 책 『내 이름은 나폴레옹』을 펴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만약 눈이 빨간색이라면』 『실베스트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