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집 『첫 마음』 이후 그는 이제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지나온 삶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움, 후회, 상처 등을 열어 보이고 있다. 그전에 보여주었던 강인함 대신 그는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 좀더 근본적인 것, 또는 좀더 먼 곳을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한 관조의 시선 속에는 깊은 시련을 통과한 사람의 무욕(無慾)과 무념(無念)이 담겨 있다.
양성우의 시들은 대체로 사랑의 시, 그리움의 시로 읽어서 잘못이 없을 것이다. 그의 모든 시에 아름답고 값진 것에 대한, 참된 것에 대한, 그리고 이웃과 우리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이미지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그것이 또한 미숙한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온갖 간난과 신산을 겪고 난 뒤의 성숙과 구체성을 가지고 나타나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한때 현실 정치에 몸을 담았던 체험이 그의 시를 성숙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경림(시인)
이번 시집에는 또 그 동안 양성우 시인이 마른 잎 밟고 혼자서 찾아다닌 이 나라의 수많은 지명들이 보인다. 만리포, 도솔암, 신삼리, 반구정, 선운사, 대포항, 구룡사, 소래포구 등, 이 나라 방방곡곡 어느 곳이나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다. 이것은 어쩌면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하고자 찾아나선 순례의 길인 것 같은데, 거기서도 그는 어둠 뒤에 올 사랑과 희망을 찾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른 봄날 반구정에 오르다.
옛정승 황희가 빈손으로 돌아와
물새들과 놀던 곳,
아직도 잔 물결 반짝이며 흐르는
강언덕에 서서
벼슬 높은 도둑들로 어지러운
이 시절을 한탄한다.
차라리 하루 세 끼니 거칠고
비 새는 초가지붕 찬 구들일망정
늘 스스로 만족하던 그.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티없는 이름 앞에 옷깃을 여미며,
힘 가진 큰 도둑들로 인하여
기우는 이 나라를 근심한다.
--「반구정에 올라」 전문
얼핏 무심한 듯, 그저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는 듯하지만, 그의 시 속에는 사물을, 이 삶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눈이 빛을 내고 있다. 단정하고 깨끗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시에 대한 열정, 사람과 이 세상에 대한 관심은 숨길 수가 없나보다.
이 여름, 어쩔 수 없는 "서정시인", 천성적인 서정시인 양성우가 보여주는 시세계에 푹 빠져볼 일이다.
사람 안에 시의 샘이 있다면, 시인이란 그곳에 고인 샘물을 길어올리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에 실린 대부분의 시편들도 내 작은 시의 샘 안에 고인 것들을 그때그때 물 긷듯이 길어올린 것들이리라. 어쩌면 아직도 흔들리는 내 삶 속에서 단 한 줄의 시를 쓰는 것마저도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고이는 시의 샘물을 부단히 길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늘 나를 자극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탓으로 나는, 비록 온갖 유혹과 절망과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 거듭하여 상처받고 넘어지면서도 결코 시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자서에서
* 초판 발행일 | 2003년 7월 21일
* 사륙판 양장 | 96쪽
* ISBN 89-8281-704-2 02810
양성우의 시들은 대체로 사랑의 시, 그리움의 시로 읽어서 잘못이 없을 것이다. 그의 모든 시에 아름답고 값진 것에 대한, 참된 것에 대한, 그리고 이웃과 우리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이미지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신경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