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나쁜 습관 고치기, 그 지난한 프로젝트!
습관이라는 것은 무섭다. 어릴 적 형성된 습관은 평생 개인의 성격과 생활 태도에 크게 영 향을 끼친다. 하지만 한번 든 나쁜 습관을 고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손톱을 깨무는 습관, 늦은 밤까지 깨어 있는 습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습관, 편식하는 습 관 등 아이들의 좋지 못한 습관은 끝이 없다.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 실제로 아이들에게 그 습관이 얼마나 나쁜지 알려 주고, 고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어른들의 지겨운 잔소리’가 되기 십상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이들 스스로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일일 테지만 그건 그리 쉽지 않다. 그럴 때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조금밖에 안 늦었는데 뭘 그래? 너무 하잖아!”
갈색 털 고양이 톰은 오늘도 친구들과의 약속 시간에 늦었다. 자신이 지난 밤 얼마나 바빴는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톰의 변명은 끝이 없다. 톰이 늦게 오는 바람에 함께 따기 로 했던 열매를 딸 수 없게 되어 화가 난 친구들. 결국 친구들은 톰만 남겨 두고 모두 떠나 버린다. 혼자 남겨진 톰은 생각 끝에 친구들과 함께 따기로 했던 열매를 따서, 친구들의 화를 풀어주기로 한다. 자, 이제부터 톰의 모험은 시작된다.
발이 가시에 찔리고, 뱀을 밟아 쫓기면서 숲 속을 헤매던 톰은 드디어 나무 열매를 발견한다. 하지만 나무가 너무 높아서 좀처럼 오를 수가 없다. 결국 높다란 사다리를 이용해서 톰은 나무에 오르고, 원하던 나무 열매를 배낭 하나 가득 따 담는다. 하지만 그 순간, 쿵! 사다리가 쓰러져 버린다. 나무 위에서 꼼짝 못하게 된 톰은 겁에 질려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 린다.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 그리고 친구들……. 톰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외친다. “정말 미안해요!”
갈색 고양이 톰의 배가 하얘진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달은 톰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나무를 꼭 껴안는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주르르륵 나무를 타고 내려오다가, 꽈당! 땅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 뒤로 톰 의 배에는 하얀 털이 난다. 윤기나는 갈색 털 고양이는 이렇게 하얀 배를 가진 고양이가 되 었다. 갈색 털을 잃었지만, 톰은 이제 웃을 수 있다. 공포의 순간은 지나갔고 멀어졌던 친구들과 함께 나무 열매로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쁜 습관을 고치게 되었으니까.
이 동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깨우쳤다는 점이다. 홀로 떨어진 나무 위, 고립된 공간에서 자신의 행동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주인공의 깨달음은 타인(특히 어른)의 지적과 훈계에 의해 이루어진 깨달음이 아니기에 더욱 소중하다.
모든 아이들은 생각할 수 있는 존재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성급한 꾸지람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여유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발랄한 상상력
『내 배가 하얀 이유』는 재미있다. ‘약속 시간 지키기’가 중요한 키워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훈계 조의 동화는 아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변하는 재미있고 풍부한 톰의 표정만 보더라도 『내 배가 하얀 이유』가 얼마나 경쾌한 동화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톰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캐릭터이다. 친구들이 떠나고 난 뒤 혼자 남아 쓸쓸해하며, 친구들을 위해 혼자 나무에 오르는 용기를 냈다가도 사다리가 넘어가자 겁에 질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함께 하며 즐겁게 노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풍부한 표정, 군더더기 없이 짧은 문장, 발랄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독특한 설정은 자칫 아이들에게 지루하거나 무겁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특히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해 온 작가의 간결한 일러스트는 톰이라는 캐릭터에 힘을 더한다. 문학동네어린이 초승달 문고 시리즈의 영역을 넓힐 『내 배가 하얀 이유』는 옮긴이의 말처럼 내내 깔깔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게 웃다가 문득 톰의 배가 하얗게 변한 이유를 아이들 스스로 짚어 보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그림 구마다 이사무
1940년 동경에서 태어나서 동경예술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했다.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동시에, CF 애니메이션을 제작·연출했으며, 포스터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내 배가 하얀 이유』 『오늘은 아침부터 이가 아프다』 『내 꼬리는 꽤나 길다』 등이 있다.
옮긴이 양미화
1969년에 태어났으며, 건국대학교 일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한겨레 문화센터의 아동문학 작가 학교(3기)를 수료했고, 현재 한일아동문학연구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아동 문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