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알려진 것이 전부는 아니야
오해와 편견을 뒤엎는 유쾌한 반전!
식인 거인족으로 태어난 오메르는 사람을 잡아먹기에는 너무나 선한 마음을 지닌 돌연변이다. 수염이 나고 덩치가 큰 어른이 되어서도 야채만 먹고 꽃과 음악을 좋아하자, 엄마 아빠는 오메르를 거인족의 수치라며 쫓아낸다. 잔뜩 풀이 죽은 오메르는 숲 속을 헤매며 많은 동물과 요정, 난쟁이를 만난다. 하지만 다들 오메르를 보자마자 "아아아- 악" 소리치며 도망친다. 숲에서 나와 마을로 가 보지만 사정은 더 나쁘다. 마을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창을 들고 나와 돌멩이를 던지며 오메르에게 나쁜 괴물 녀석이라고 욕한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오메르는 숲 속 동굴에서 혼자 쓸쓸히 노래를 부르면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소녀 미레트가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오메르를 찾아온다. 그러고는 용감하게 외친다. "이 괴물아! 여기서 썩 꺼지라고 했잖아!" 하지만 씩 웃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오메르. 미레트는 오메르의 눈을 보고는 소문과 달리 착한 거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오메르가 동물들과 아이들을 잡아먹는다고 쑤군거리고, 대장장이인 미레트의 아빠는 오메르를 없애기 위해 무시무시한 기계를 만든다. 미레트는 숲으로 달려가 위험을 알리지만 오히려 오메르는 사람들 잘못이 아니라며 미레트를 다독인다.
이 때 멀리서 천둥 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땅이 흔들린다. 무시무시한 용이 다가오는 것이다. 오메르는 마을 사람들을 도와 아수라장이 된 마을에 튼튼한 성벽을 세운다. 그리고 밴조를 들고 미레트와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이제 동물들과 마을 사람들은 진짜 오메르를 알게 되고, 그 동안의 오해를 푼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평범한 우화에 그쳤겠지만 좀더 재미있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마을에 용이 나타나자 그 거대한 그림자만으로도 모두 놀라 소리를 지른다. 마치 거인 오메르를 멀리서 보았을 때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그렇게도 두려워하는 용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림책의 마지막 장에는 우리의 편견을 가볍게 뒤엎는 유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 유쾌한 반전은 어린이들에게 보이는 것, 알려진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즐거운 깨달음을 전한다.
마을 사람들이 오메르에 대한 소문만 듣고, 오메르의 겉모습만 보고, 겁에 질려 오메르를 죽이려고 한 것처럼 오해는 편견을 낳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와 편견의 벽은 견고해지면서 진실과 점차 멀어진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표면과 이면이 존재한다는 사실, 오해와 편견이 대상을 그릇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무서워하지 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사물의 다양한 면을 보는 넓은 시야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깊은 마음을 배우게 한다. 아이들은 미레트가 오메르를 만나서 웃고 이야기하며 오메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열린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무서워하지 마』는 그림 보는 재미가 담뿍 담겨 있는 그림책이다. 『꿈을 훔치는 도둑』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프랑수아 크로자는 그림책에서도 특유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거인과 용이라는 거대한 등장 인물을 대담하고 시원스럽게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작가는 거인의 머리카락 한 올, 용의 비늘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그렇게 그려진 등장 인물들의 표정은 일품이다. 예를 들어 미레트를 바라보는 오메르의 커다랗고 선한 눈망울은 텍스트의 설명 없이도 착한 성품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큰 판형 역시 커다란 체구를 지닌 거인이나 어마어마한 용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데 효과를 높였다.
그림 프랑수아 크로자
프랑스 리옹 근교에서 태어나 국립 리옹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오랫동안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정밀하고 과학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식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주로 그렸고, 자신이 그린 그림에 직접 글을 쓰기도 했다.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그의 작품들은 덴마크, 일본,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꿈을 훔치는 도둑』『마리 타탱의 36마리 고양이』『게으른 고양이』『레오를 위한 뼈』 등에 그림을 그렸다.
옮긴이 신선영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꼬마 니콜라』『안녕, 까미유』『이름 보따리』『내 입을 이만∼큼 크게 만들어 주세요』『새 가면은 어디에 있을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