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아름다움
아름다움을 훔치다! 단지 바라보고 즐기는 게 아니라 훔친다. 관조의 미학에서 탈취의 미학으로 넘어가는 이 야기, 가혹한 애증의 이야기다. 아름다움의 건초장이라 불리는 외딴 산장에는 사치, 세련, 우아함이라는 죄 목으로 재판대에 올려진 여자들과 이들을 단죄하려는 자들이 있다. 염세적 취향의 소유자이며 표절작가인 뱅자맹,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인 엘렌, 폭설에 고립된 그들이 도착한 외딴 산장에는 한물간 시대의 향수를 뿌린 듯한 변호사 슈타이너, 철학적이고 표독스런 그의 아내 프란체스카, 못생긴 난쟁이 하인 레몽, 이렇게 삼인방이 살고 있다. 그들은 모든 아름다운 인간 존재에 대한 증오와 그들을 박멸해야 한다는 혁명적인 기 치 아래 뭉쳐 있다. 젊고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근원적인 복수심을 지닌 세 사람은 미모의 여성들을 납치하 여 그 아름다움이 절멸될 때까지 감금하는 참혹한 사육제를 벌인다. 이 소설은 정신병원과 산중의 외딴 산 장을 오가는 중층적 전개를 통해 독자를 이중의 덫으로 몰아넣는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의 징후들과 그 안에서 가뭇없이 사라지는 아름다움,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소설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이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독자를 단숨에 빨아들이며 인간 욕망의 외면할 수 없는 바닥과 대면시 킨다. 르노도 상의 영예에 진정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아름다움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
마틸드는 파리 오텔 디외 시립병원 정신과 인턴으로 근무하는 매력적인 여성. 8월 15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캉스를 떠나 한산한 파리 병원에서의 당직 첫날, 그녀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뱅자맹이라는 낯선 환자로 부터 자신의 얼굴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타난다는 기이한 고백을 전해듣는다. 뱅자맹은 소설을 출간하기 까지 한 대중작가지만 유명작가들의 좋은 문구들만을 교묘히 표절해 그럴듯하게 짜깁기하는 걸작품 압축의 전문가. 엘렌이라는 여자가 이를 문제삼고 이를 계기로 둘은 연인 사이가 된다. 스키 여행을 떠난 뱅자맹과 엘렌은 자동차 고장으로 프랑스와 스위스 접경 지대에서 폭설에 고립된다. 쥐라 산맥의 외딴 산장으로 몸을 피한 그들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삼인방의 도움을 받는데, 미(美)는 평범한 인간에 대한 일종의 모반이라 고 확신하는 이들은 여자들을 납치해 감금한 다음 관(管)을 통해 그녀들의 정기를 흡입하여 젊음을 보충한 다. 뱅자맹은 엘렌이 있다는 산장의 지도를 마틸드에게 건네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사흘간의 야간 당직을 마 치고 여행을 떠나는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쥐라 산맥으로 향하지만,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 무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틸드는 집 근처에 버려진 테이프 하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테이프에서는 엘렌 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모두 진실임을 알게 된다.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 속에 감춰진 X파일
여의사의 여름휴가가 인간 광기의 끔찍한 호러로 종영되는 이 이야기에는 두 커플의 사연이 교차적으로 서 술되고 그 안에서 또다른 커플의 변주가 등장하며, 전체는 고백의 형식을 취한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 아니라 재앙의 확신이다. 감금하다! 그 한마디로 충분하다. 아름다움이란 곧 타인의 시선으로 부양되는 식물 이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으면 아름다움은 시들게 마련이고, 여기에서 타인의 시선을 제거하라는 행동강령 이 도출된다. 이 과대망상가들은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부단한 증오심과 소외감에 사로잡혀 있다. 세월이 실추시킨 아름다움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으로 미쳐 있는 그들에게 아름다움은 피할 수 없는 저주이며 최악 의 부당함이다. 미를 제거함으로써 사회악을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은 마침내 여성 납치극을 자행한다.
"아름다움이 나를 거부하므로 나도 그것을 증오한다."
아름다운 자들은 그 얼굴값을 치러야 한다는 협잡꾼들이 난무하는 이 소설은 기이한 사고의 곡예를 보여주 며 독약처럼 서서히 스며든다. 증오와 질투를 유발시키는 아름다움은 속죄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는 가차없 고 냉혹한 명제들, 이 소설의 진정한 잔혹성은 여기에 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간결한 문장과 잔혹한 소 재를 좋아하며 그의 소설적 상상은 가히 통상적 사고의 범주를 넘어선다.
아름다움을 감금하고, 아름다움으로부터 시선을 제거하라! 여성의 아름다움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치며 아름다움의 건초장이라 불리는 외딴 산장에다 여자들을 감금하여 그 정기를 들이마시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n\n \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