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나카가미 겐지의 대표작 <고목탄>출간
일본을 대표하는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나카가미와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은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빼어난 문학적 진경을 보여준 나카기미 겐지의 대표작 <고목탄>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해풍으로 나무들이 고목처럼 자라는 가레키나다(枯木灘) 해안 마을을 무대로, 복잡하게 뒤얽힌 피의 계보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스물여섯 살 청년 아키유키의 분노와 갈등, 사랑과 증오를 "흙과 피를 호흡하는 자신의 심장의 고동"으로 그려냈다. 일본 순수문학의 기수로 활약한 작가는, 1976년 <곶(岬)>으로 제74회 아쿠타가와 상을, 1977년에는 <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 상과 예술선장(藝術選奬)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신의 혈연관계와 구마노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통해 주변부의 웅크린 역사성을 집요하게 형상해냈다.
거미줄처럼 죄어오는 뒤틀린 피의 계보,
욕망의 컴컴한 심연을 가로지르며 솟구치는 생명의 격류!
막노동 작업반을 이끌고 있는 의붓아버지 밑에서 작업반 감독을 맞고 있는 스물여섯 살의 청년 아키유키. 그에게는 어머니 후사와 전남편 니시무라 가쓰이치로 사이에서 낳은 4명의 이부(異父) 형제자매와, 동시에 세 여자를 임신시킨, 생부 파리왕 하마무라 류조가 낳은 4명의 이복 형제자매가 있다.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 넷을 버리고, 사생아인 아키유키만을 데리고 아들이 하나 딸린 다케하라 시게조와 재혼한 후사. 그런 후사를 증오한 이부 형 이쿠오는 술을 마시는 날이면 도끼나 칼을 들고 와 어린 아키유키와 후사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3월 3일 여자의 축제날, 친자식을 버리고 새 남자와 살림을 차린 후사를 저주하듯 스물네 살의 이쿠오는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그후 아키유키는 원죄처럼 자신을 사로자고 있는 의붓형 이쿠오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한편 방화, 사기, 갈취, 살인 등 골목에 떠도는 온갖 나쁜 소문의 주인공인 생부는 아키유키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고 그의 삶을 조여온다. 아키유키느 생부 류조에 대한 복수심으로, 더러운 피로 이어진 끈을 끊기 위해 창녀인 이복 여동생과 관계를 맺고 이를 폭로하지만 류조는 "어디에나 있는 일이야"라는 말로 일축시켜버린다. 죽은 자의 혼을 강물에 띄어 흘려보내는 축제가 있는 날 밤, 갑자기 자신에게 덤벼든 이복동생 히데오를 살해한다. 그러나 생부 류조는 악의 대명사와도 같은 자신의 후계자가 되려면 그 정도의 피는 손에 묻혀봐야 된다고 생각하며 교도소에 수감된 아키유키가 출소하는 날을 고대한다.
▶ 나카가미 겐지(1946∼1992)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와카야마 현 출생. 와카야마 현 신구 고등학교 졸업. 이복, 이부(異父) 형제자매가 모두 아홉이나 되는 복잡한 가정에서 자랐다. 덩치 큰 불량소년이었지만 책읽기에 빠져, 고등학생 시절에는 사드, 셀린, 장 주네, 오에 겐자부로에 심취했다. 열여덟 살 때 동경으로 상경하여 한동안 재즈와 마약에 탐닉했다. 이 무렵 『문예소도』 동인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6년 「곶(岬)」으로 제74회 아쿠타가와 상을, 1977년 『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예술선장(藝術選奬) 신인상을 수상했다. 1992년 마흔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장편소설 『땅의 끝, 지상(至上)의 시간』 『봉선화』 『일륜의 날개』 『기적』 『참가』, 소설집 『열아홉 살의 지도』 『화장』 『중력의 도시』 등이 있다. 1996년 『나카가미 겐지 전집』(전15권)이 간행되었다.
해풍으로 나무들이 고목처럼 자라는 가레키나다(枯木灘)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들끓는 욕망의 심연과 원시적 생명의 드라마가 폭발할 듯한 내적 격렬함 속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