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다니엘 페낙의 마법 같은 소설,『마법의 숙제』 출간!
1997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프랑스 대중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인기작가 다니엘 페낙의 『마법의 숙제』(원제:어른이 된 여러분Messieurs les enfants』)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불어 교사였던 페낙이 학생들에게 내준 기발한 작문 숙제에서 착안했다는 『마법의 숙제』는 출간 시기에 맞추어 같은 제목의 영화까지 개봉되어 숱한 화제를 낳기도 했다.
『마법의 숙제』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더랜드’를 연상시키는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재치와 유머 넘치는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그려냈다.
한 죽은 사내가 잠옷 차림으로 자기 묘석 위에 걸터앉아 들려주는 절묘한 이야기
살아 있는 전설, 악명 높은 불어 선생 크래스탱의 글짓기 숙제는 크래스탱의 반을 거쳐간 학생이라면 십 년이 지났건 이십 년이 지났건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는 골치 아픈 ‘형벌’이다. 바로 그 크래스탱 선생의 수업시간에 대담하게 장난치다 걸린 말썽꾸러기 세 학생, 조제프, 이고르, 누르딘에게 크래스탱은 어김없이 말도 안 되는 고약한 숙제를 내준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하룻밤 사이에 어른으로 변해버렸다. 깜짝 놀라서 부모님 방으로 달려갔는데, 엄마와 아빠가 조그마한 아이들이 되어버렸다. 그다음을 이야기하시오.”
『마법의 숙제』는 이 글짓기 숙제가 현실이 되어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자살까지 떠올리다 마지못해 책상 앞에 앉은 조제프, 유치장에 끌려들어갔다가 숙직 경찰의 유혹에 못 이겨 노트를 펼쳐든 누르딘, 그리고 어른이 된 조제프의 협박에 떠밀려 대신 숙제를 해주려다 ‘근육질의 사내’가 되어버린 이고르. 세 ‘꼬마’ 주인공의 눈앞에 느닷없이 펼쳐진 세상은 “털이 숭숭 난” 어른들의 세계다. 뒤집힌 시간, 뒤집힌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다 세 아이가 찾은 해결책은 바로 ‘마법의 숙제’를 내준 크래스탱 선생을 찾는 것. 그러나, 참다운 어린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크래스탱 선생은 이고르, 누르딘, 조제프의 부모들처럼 개구쟁이 악동으로 변해버린 게 아니라, 120센티미터로 줄어든 체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하고 점잔빼는 어른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일찍부터 인생의 모범답안을 외워버린 아이처럼 인생의 우연에 한 번쯤 자신을 내맡겨보지도 못한 채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 페낙은 부모와 학교가 그어놓은 테두리 안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고, 그 나이에 겪는 충동적인 욕구와 유혹에 단 한 번도 넘어가는 일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어른이 되는 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가난한 인생인지를 크래스탱이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세 아이가 크래스탱에게 아이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면서, 이틀 동안 지속된 글짓기의 마법은 풀린다.
그런데 이 작품의 기이한 화자는 이고르의 죽은 아빠 피에르 라포르그다. 숨이 끊어진 사람, 이미 소멸된 사람이지만, 아들의 눈물 어린 하소연을 듣고 ‘무(無)’에서 ‘존재’로 불쑥, 아버지의 의무 앞으로 호출된 유령이다. 이 절묘한 소설의 구석구석으로 감초처럼 끼여드는 유령의 생생한 목소리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이 소설의 재미를 한껏 더해준다.
상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녹아든 환상적인 리얼리즘 소설!
『마법의 숙제』는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후의 시간, 어른과 아이라는 인생의 서로 다른 나이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소설이다. 유년의 기억을 거세당한 크래스탱 선생, 숙제의 마법에 걸려 거대한 어른의 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세 악동, 그리고 뒤바뀐 세계가 그리 불만스럽지 않은 대여섯 살배기 엄마 아빠 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을 통해, 페낙은 어른과 아이의 고정된 이분법을 해체하고 자유롭게 숨쉬고 꿈꾸는 삶의 자리를 그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마법의 숙제』는 제목만큼이나 동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것은 날카로운 리얼리즘이다. 페낙은 진정한 리얼리즘이란 인생의 모순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또 바로 그 모순이야말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페낙이 그리는 리얼리즘은 차갑고 비정한 현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리얼리즘은 상상의 자유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웅변한다.
생시인지 꿈인지 눈 비빌 틈도 없이 지나가버리는 기이한 모험 속에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시간을 흩뜨리고 현실을 뒤집지만 현실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는 상상력이다. 그 전복의 상상력은 너무도 사실적이며, 삶의 다양한 국면을 너무도 생생하게 비춰준다.
죽은 사내가 자기 묘석 위에 걸터앉아 들려주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이틀간의 마법!
장난치다 걸린 세 악동에게 크래스탱 선생이 벌로 내준 고약한 숙제. 이 엉뚱한 발상은 현실을 흩뜨리는 초시간적인 상황을 불러일으키고, 작가가 꿈꾸는 또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기발하고 즐거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