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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별 도서 Book

계절을 먹다 어머니들의 리틀 포레스트

저자
이혜숙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3-12-29
사양
320쪽 | 135*200 | 무선
ISBN
979-11-6909-194-7 03800
분야
산문집/비소설
정가
18,000원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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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본 사람의 행복, 안 먹어본 사람의 불행
음식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글이 된다
70년간 혓바닥을 맴돈 음식들

먹어본 사람은 행복하고, 안 먹어본 사람은 불행할까? 사람의 행불행을 먹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일흔이 넘은 작가 이혜숙은 이 책에서 먹는 걸로 생애 감정을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계절을 그냥 보내지 않고 늘 먹으면서 흘려보낸다.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셔 맛봤던 마들렌 같은 건 먹지 못해도, 파 뽑아다가 파숙지 해 먹고 열무로 여름을 나고 겨울철에는 보리와 곁들여 홍어애국을 맛본다. 저자는 사계절을 칠십 번 이상 먹은 경력의 소유자다. 먹은 것은 위장으로도 가지만 머리로도 간다. 먹은 음식이 쌓여서 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음식은 기억이다. 작가는 할머니도 음식으로 기억하고, 엄마의 살아생전을 묘사할 때도 음식을 반찬 삼아 한다. 기억력이 거울처럼 정확한 것은 삼시 세끼 만들어 먹던 시대였고, 시골에서는 밭에서 직접 뽑아다 반찬을 만들었기에 농사일의 결과물이 늘 눈앞 밥상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또 자자의 혀는 노래를 부르기보다 맛을 감별하는 데 더 발달되어 있기도 하다.
글쓰기는 문체가 중요하다. 구조와 쌍벽을 이룰 만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디킨스의 소설 『황폐한 집』의 줄거리가 평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체를 보세요! 중요한 건 내용보다 문체예요”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도 나보코프의 말을 적용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느냐보다 한 손으로는 음식을 만들고, 다른 한 손으로 글을 써온 작가의 문체가 책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기억력은 글쓰기의 가장 밑바탕이 된다. 관찰력은 이야기 감이 될 만한 인물의 생김새, 말버릇, 대화, 사고의 틀까지 모두 기억해야만 생생할 수 있다. 저자는 과거의 대화를 이야기의 구조로 얽어 머릿속에 비축하는 데 소질이 있고, 대화의 꼬투리에 매달리는 새침함이나 여운 같은 뒷감정까지 수집할 줄 안다. 즉 들리는 대화와 들리지 않는 속내가 모두 마음속에 쌓인다.
그는 마치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소설가처럼 배 속엔 먹었던 음식들이, 혓바닥에는 그 재료의 향기가, 머릿속에는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대화가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그리고 그 세 가지 감각이 합쳐져 그만의 독특한 문체와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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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전라도의 한 도시에 갔더니 ‘전라도식 백반 판다’고 광고 붙인 식당이 있었다. 전라도를 떠나 이 나라에서는 이미 이전 세대의 음식이 거의 사라졌다. 농사와 들판이 지지하던 계절의 순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책을 보다가 놀라고 숨이 막혔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 8할이다. 된장이 된장 아니고 김치가 김치 아닌 세상을 사는 탓이다. 얄팍한 맛에 혀가 절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슬프게도 우리 맛, 계절을 지탱해온 시절의 외로운 방주方舟다. 글쓴이 고모가 하신 말씀이 나온다. “막 선전해대는 것 말고 (좋은 거) 먹어.”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기억을 따라가며 읽는다. 아마도 우리 모두 울컥해서 가끔 책장을 덮어야 할 것 같다. _박찬일 셰프

이혜숙 작가의 글을 읽으면 따뜻해진다. 사람 사는 것이 늘 허기지는 일 아니겠는가. 음식도 사람도 그녀에게 오면 너그러워진다. 맛에도 격이 있다. 남도의 맛이 착착 감기다가 어느 순간 여자는 남은 음식이나 먹어야 한다는 할매와 유년의 기억 속 도마 앞에서 우두망찰 넋을 놓던 오매에 이르면 먹거리는 한 집안의 서사를 넘어 장소와 시대와 계급을 반영하는 역사가 된다. 버릴 것이 없던 시절, 여자들의 지혜는 생명의 원천이 되었다. 사설이었다가 산조였다가 변주로 반전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맛있다. 소리 내어 읊조리면 넘실넘실 남도가 온다. 사람은 맛으로, 그리움으로 산다. 최고의 위로는 맛을 나누는 일이다. 어디서 추임새가 들리는 것 같다. 얼쑤, 살고 싶어진다. _김미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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