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원작 소설
줄리아 로버츠, 에단 호크, 마허셜라 알리 주연
전미도서상 최종후보(2020) | 버락 오바마 여름 추천 도서
<뉴요커> <타임> <워싱턴 포스트> 등 20여 개 매체 선정 올해의 책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이 시대의 불안을 날카롭게 통찰한 소설 『세상을 뒤로하고』가 출간되었다. 2016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평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루만 알람의 세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완벽한 휴가와 유토피아를 꿈꾸며 롱아일랜드 외딴 지역의 호화로운 저택으로 여행을 떠난 가족이 세상의 끝을 앞두고 고립된 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지금의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 이 작품은 2020년 출간 당시 고립의 공포를 겪은 팬데믹 상황과 맞물리며 이 불안한 시대에 대한 예언과도 같은 책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이 될 만하다”(<워싱턴 포스트>)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이후로 이토록 심오한 SF소설을 처음 읽었다”(카먼 마리아 마차도)는 평을 듣고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뉴요커> <타임> <엘르> <에스콰이어> 등 20여 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독자와 평단의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영화계에서도 이 작품에 주목해 책이 출간되자마자 판권 경쟁이 치열했고, 결국 넷플릭스가 판권을 획득해 줄리아 로버츠, 에단 호크, 마허셜라 알리 주연, 샘 에스마일 감독의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가 설립한 하이어그라운드 프로덕션의 첫번째 극영화로 두 사람은 이그지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고립의 공포와 깊고 어두운 불안
그리고 저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더 커다란 어둠
어맨다와 클레이 부부는 아들 아치와 딸 로즈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러 뉴욕의 집을 떠나 롱아일랜드 외딴 지역으로 향한다. 이 휴가를 위해 에어비앤비에서 호화로운 저택을 빌렸고, ‘궁극의 탈출’을 약속했던 집은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부터 커다란 수영장과 야외 온탕까지 현실에서 벗어났다는 환상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한적한 휴가지에서 보내는 느긋한 일상도 잠시뿐, 늦은 밤 갑작스레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이들의 고요한 평화는 산산조각난다.
겁에 질린 어맨다와 클레이가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흑인 노부부 G. H.와 루스. 이 저택의 주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두 사람은 뉴욕 시내 전체에 정전이 발생해 대혼란이 일어났고, 그래서 시내의 14층에 위치한 자신들의 아파트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이 집으로 피신해 왔다고 주장한다. 노부부는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내밀며 아래층 손님방에서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얼떨결에 이들을 집안에 들이게 되지만, 어맨다는 이들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의심을 품는다. 흑인이 이런 집을 소유할 만큼 소득이 높다니 말이 되나? 이들은 안전한 사람들인가? 우리 가족을 해치지 않을까?
텔레비전은 비상 방송이라는 안내가 나온 뒤 텅 빈 파란색 화면만 내보내고, 인터넷은 연결되지 않고, 전화도 당연히 터지지 않고, GPS는 이 지역에 들어온 뒤부터 계속 먹통이다.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보지만 차도 사람도 없이 황량한 도로에서 길을 잃고 만다. 대체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인지―단순 정전인지, 허리케인인지, 테러가 발생한 건지, 아니면 전쟁이 난 건지―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두 가족은 고립과 불확실성과 공포 속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 유리에 금이 갈 만큼 크고 갑작스러운 소음이 세계를 뚫고 지나가고, 집 바깥의 숲에는 수백 마리가 넘는 사슴이 떼를 지어 움직이고 수영장에는 분홍색 플라밍고가 우아하게 수면을 스치고 날아오른다.
지금의 현실에 걸맞은 사회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
『세상을 뒤로하고』에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뉴욕 시내가 정전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지는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고,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목격하게 된 원인 불명의 미스터리한 일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을 자극한다. 불확실성과 격리가 동반된 팬데믹을 겪은 독자는 정체불명의 재난 상황에 놓인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작가는 이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극한까지 몰고 가 지극히 현실적인 세상의 종말을 완벽하게 펼쳐 보인다.
소설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설정해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그 공간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분석한다. 재난 상황을 영웅적으로 돌파해나가는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결점과 한계를 치밀하게 파고들어 오히려 실패작에 가까운 인간상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종과 계급의 문제, 사회적 차별이라는 현실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오르고, 결국 종말의 시작을 앞두었을 때 세상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으리라는 불편한 진실이 눈앞에 드러난다. 절대적으로 훌륭한 속도감과 완벽하게 통제된 분위기에 동시대적 현실감까지 겸비한, 이 시대에 꼭 들어맞는 사회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 추천사
종잡을 수 없는 경이로운 소설. 특유의 분위기와 통찰력이 가득한 작품으로, 충격과 절망을 번갈아 선사하는 희극적 리듬은 지금의 삶의 리듬과 너무도 닮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이 빌어먹을 시기에 올해의 책이 되기에 충분하다. _NPR
재능 있는 스토리텔러는 우리의 상상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까지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이 소설은 심장이 멎을 만큼 집요하게, 지금이 바로 망가진 세상을 고칠 때라고 이야기한다. _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아주 빠르게 다 읽고 싶으면서 동시에 모든 단어를 음미하며 아주 천천히 읽고 싶어질 것이다. 독창적이고 눈부시게 쓰인 루만 알람의 소설은 불안한 시대에 대한 예언이자 동시대의 응답처럼 느껴진다. _로라 립먼(소설가)
유토피아에 대한 가능성으로 시작해 그 꿈에서 가장 먼 곳까지, 우리의 최악의 공포가 우리를 데려갈 수 있는 한계까지 뻗어나가는 책의 제목으로 ‘세상을 뒤로하고’는 더없이 완벽하다. 진정한 스릴러이면서 이 불안한 시대의 정수를 보여주고 훌륭한 문학성을 지닌 보기 드문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이 될 만하다. _워싱턴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포함해 무엇이든 가능할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종말을 맞을지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_버즈피드
작가는 노련한 솜씨로 오싹하고 불가해한 디테일을 작품 곳곳에 배치한다. 소설의 기본 전제는 어느 공포영화의 설정이라고 해도 될 법하지만, 작가의 글은 그 비교를 초월하며 실제로 다루는 소재는 훨씬 복잡하다. 이 스릴 넘치는 소설은 최근의 고통스러운 시기에 고립의 공포를 느낀 독자에게 말을 거는 동시에, 훌륭한 책들이 그러듯 독자를 그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_보그
루만 알람의 글은 일상의 아름다움과 공포를 모두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굉장한 재능이며 소설의 마지막까지 작가는 이 재능을 발휘해 굉장한 효과를 거둔다. 한집에 모인 가족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과 공포, 불확실성과 두려움, 사소한 의심들을 목격하고 그 증인이 된다는 것은 다소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 결코 쉬운 해답은 없지만,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서 우리에겐 의지할 서로가 존재한다.
_보스턴 글로브
이 소설을 읽으면 오늘날의 불안이라는 깊고도 어두운 수영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피부가 따끔거린다. _뉴요커
스펙터클하고 으스스하다. 이 굉장한 사회소설은 너무나 일어날 법한 아포칼립스 세계를 그려내며 인종과 계급, 안전이라는 사치스러운 착각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인상적인 재능을 발휘해 등장인물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작가는 부러울 정도로 커다란 공감능력으로 그들의 도덕적 결점과 감정적 한계, 상상력의 실패를 서술한다. 그 결과 서스펜스가 반복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쉬운 해답을 주지 않는 이 매혹적인 소설이 탄생했다. 인종, 위험, 도피, 국가적 재난 상황의 파급효과를 다룬 이 작품은 지금 이 순간 딱 읽기 알맞은 작품이다. _커커스 리뷰
인종, 계급, 끝이 다가왔을 때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을 거라는―아주 특별한 고찰. _록산 게이(작가)
『세상을 뒤로하고』에는 너무나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다―웃기고, 날카로우며, 현대성과 인종, 가족, 집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우리 모두가 아는 아포칼립스 세계가 자리한다. 이 시대의 현대성을 집요하게 성찰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며,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이후로 이토록 심오한 SF소설을 처음 읽었다. _카먼 마리아 마차도(소설가)
『세상을 뒤로하고』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하며 감정적으로 공명 가능한 동시에 손에서 땀을 쥐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희소한 작품이다.
_제니 오필(소설가)
완벽한 속도로 펼쳐지는 영리하고 잊지 못할 소설. 한숨 돌릴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끼면서도 허겁지겁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된다. 올해 읽은 최고의 책. _카일리 리드(소설가)
루만 알람의 『세상을 뒤로하고』는 트로이의 목마 같은 영리한 소설이자 판도라의 상자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가족처럼 우리도 소설 속 세상의 너그러움과 편협함에 완전히 현혹되어 결국 저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더 커다란 어둠에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셜리 잭슨 작품과 같은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이 소설은 언제 읽어도 무시무시하지만 특히 지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예언해 마지막 페이지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_메건 애벗(소설가)
▶ 본문에서
루스는 지금의 현실에서 딱 한 가지를 배웠는데, 모든 것이 그게 사실이라는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사실이 된다는 거였다. 어떤 사실을 밝히는 데 필요한 것은 한 무리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는 게 다였다. 혼란을 막을 실질적인 체계는 없고, 잘 맞춰진 집단적 믿음만 있을 뿐이었다.
_본문 86쪽
어둠의 특징은 그것이 희소하다는 것임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항상 빛이 깔려 있다. 언제나 그 대비가 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어둠이라고. 총총 뜬 별들, 문 밑으로 새어나오는 빛, 기계의 빛 같은 것. 스스로 존재를 주장하는, 심지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럴 수 있는 능력이 빛의 가장 대단한 성질 아닌가? _본문 89쪽
언제가 마지막일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삶을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_본문 102쪽
삶이란 아이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고, 루스의 무신론은 확실한 발전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신적인 것으로 치부하면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_본문 109쪽
세상이 걱정됐지만,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려고 하면 어떤 저항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이게 그들이 가진 전부인지도. _본문 132쪽
나무는 보이지 않는 테로 삶의 흔적을 남긴다. 반면에 사람은 어디에나 버려놓은 쓰레기로 흔적을 남긴다. 그들의 지위를 주장하기 위해서. _본문 206쪽
두려움은 사적이다. 근원적이다. 새어나가지 않게 지키면 폭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억제하는, 그런 것이다. 서로를 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데, 어떻게 계속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결연한 테러범이나 점차 바뀌는 해양의 pH 수치를 막을 수 없다. 세상은 사라졌고, 클레이도 어맨다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뭐하러 의논을 할까?
달리 말하면 이렇다. 세상이 끝났으니, 춤이나 추지 그래? 아침이 올 테니, 잠이나 자지 그래? 끝이 불가피하니, 먹고 마시고 그 순간을, 그 안에 뭐가 있든 그 순간을 즐기지 그래? _본문 219쪽
당신은 절대 모른다. 당신은 답을 요구하지만 우주가 거절한다. 안락과 안전은 환상일 뿐이다. 돈은 아무 의미 없다. 의미랄 게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같은 장소에, 함께 있는 사람. 이것이 그들에게 남은 것이었다. _본문 2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