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억압, 부조리로 가득한 19세기 파리 살페트리에르 정신병원
자유와 해방, 연대를 꿈꾸는 여자들의 강렬한 몸짓!
“여기서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
여기서도, 다른 어디에서도.”
★ 고등학생들이 선정하는 르노도상 수상 ★ 2019년 올해의 책 ★
★ 전 세계 10여 개국 번역 출간 ★ 멜라니 로랑 감독·주연 영화화 ★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고 인권선언이 발표된 후 백 년이 흐른 19세기 말의 파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자유와 평등은 여전히 남성들의 전유물일 뿐 여성들의 차지가 되지 못했다. 『미친 여자들의 무도회』는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 믿으며 산업과 기술, 경제, 문화 전반에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이른바 ‘벨에포크 시대(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절)’에 그 이름과 대조적으로 병원에 갇혀 자유를 박탈당한 채 결코 아름답지 못한 시절을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소설은 가부장 사회의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규범에서 이탈한 여성들을 사회로부터 강제로 격리시키던 실존 공간 살페트리에르병원을 배경으로, 당시 여성들이 겪던 차별과 억압, 폭력, 부조리를 고발하고, 그들의 연대, 해방, 반란을 그린다. 또한 의학 발전 초기의 현실을 생생히 조명하고, 비약적인 과학 발전이 이뤄지는 동시에 신비주의가 유행하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여러 역사적 사실과 저명한 신경학자인 장마르탱 샤르코와 조제프 바빈스키 등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사실감을 더한다.
『미친 여자들의 무도회』는 출간 이후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고등학생들이 선정하는 르노도상, 스타니슬라스상, 파트리무안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시사잡지 <르푸앵>이 꼽은 올해의 책 30선, 문학잡지 <리르>가 꼽은 올해의 책 100선에 선정되었다. 영화 <비기너스> <리스본행 야간열차>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멜라니 로랑이 2021년 감독과 주연을 맡아 영화화되었으며, 같은 해 그래픽노블로도 제작되었고, 미국,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루마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생생히 조명되는 19세기 여성 인권과 정신의학의 현실
1885년 3월, 파리 한복판의 살페트리에르병원. 갖가지 이유로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정신질환자’로 규정된 여자들의 수용소. 히스테리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에테르와 클로로포름 등을 흡입시키고, 환자들의 난소를 압박하고, 질과 자궁에 뜨거운 쇳덩이를 넣는 등 여자들의 병든 몸이 실험 대상이 되던 시절이었다. 소설은 병원의 수간호사 준비에브가 깊은 잠에 빠진 환자 루이즈를 깨우며 시작된다. 삼 년 전 입원해 이제 열여섯 살이 된 루이즈는 잠을 자는 동안에만 비로소 과거의 끔찍한 기억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권위 있는 신경학자 장마르탱 샤르코 박사의 공개 강연 날만큼은 최면 시연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를 생각에 한껏 들뜬다. 최면술로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샤르코의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 최면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보러 온 구경꾼들로 병원 안 강당은 가득찬다.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 속 광기에 사로잡힌 여자들에 대한 관심과 욕망은 사순절 셋째 주 목요일 ‘미카렘(Mi-Carême)’에 열리는 무도회 날 절정에 달한다.
바야흐로 미친 여자들이 욕망의 대상이 된 시기였다. 그들의 매력은 모순적이었다. 두려움과 환상, 공포와 관능을 동시에 자극했다. 숨죽인 청중 앞에서 최면에 걸린 환자가 보이는 히스테리발작은 때때로 신경성 기능장애라기보다 절망에 사로잡힌 에로틱한 춤처럼 보였다. 미친 여자들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매혹적인 존재였다. 그들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인해 몇 년 전 시작된 것이 바로 미친 여자들의 무도회이자 파리의 연례행사인 미카렘 무도회였다. (118~119쪽)
누가 이 여자들을 미쳤다고 규정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광기로 몰아넣었나
무도회를 이 주 앞둔 어느 날, 부르주아 가문의 딸 외제니 클레리가 살페트리에르병원에 들어온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에, 당시 남성들의 차지였던 살롱에 나가 당차게 토론을 벌일 줄 알던 외제니는 아버지와 오빠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가 별안간 강제 입원을 당한다. 외제니에게 죽은 자들의 혼령과 대화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 전 아버지의 귀에 들어갔고, 딸의 특별한 능력에 대한 소문이 가문의 이름을 더럽힐세라 아버지는 그녀를 감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별난 점이 있으면 불안해”하는 부르주아 가문의 아버지와 아들 들은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사랑하는 부인과 딸, 누이의 안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껏 그녀는 진정한 분노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물론 아버지와 극심하게 불화했던 것은 사실이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에 소리 없는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파도처럼 몸과 마음을 집어삼켜서, 무례에 맞서 끝내 포효해야만 하는 이런 감정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다. 외제니는 자신이 처한 부당한 상황에 격분했다. 노여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삭아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168쪽)
부당하게 자유를 박탈당한 외제니의 마음속에 전에 없던 광기가 서리기 시작한다. 체스 기물처럼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끝도 없이 진행되는 진찰과 검사, 쏟아지는 명령조의 말, 경직되고 불합리한 상황,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남자 인턴들의 노골적이고 음흉한 시선과 저속한 말을 견딜 수 없다. 살페트리에르병원은 “유령과 비명과 유린된 몸으로 가득찬” “도착할 때 미치지 않았던 사람도 사방의 벽 안으로 들어서면 미쳐버리게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차별과 억압 속 여자들의 수난사
혹은 강인한 여성 연대의 역사
살페트리에르병원은 저마다 뼈아픈 사연을 가진 여자들로 가득하다. 죽은 자들의 혼령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갇힌 외제니, 고모부에게 강간을 당하고 히스테리발작을 일으켜 실려온 루이즈, 이십여 년 전 남성들의 폭행에 시달리다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혀온 ‘뜨개질하는 여자’ 테레즈 등이 병원 담장 안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의학과 과학에 자신의 인생을 바치며 이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수간호사 준비에브가 있다.
준비에브는 어린 시절 아끼던 동생을 병으로 잃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과 세상을 향한 내면의 분노를 키우며 종교를 불신하고 의학과 과학만을 신봉하던 준비에브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외제니의 해방을 위해 ‘미친 여자들의 무도회’가 열리던 바로 그날 자신의 희생을 불사하며 엄청난 계획을 세우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욱 뭉클하다. 가족 모두가 품은 신앙심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소외감을 느끼던 준비에브, 수년 전부터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황하던 외제니, 다른 환자들을 위해 뜨개질을 해주던 테레즈, 테레즈가 떠난 자리에서 여전히 뜨개질을 이어나가는 루이즈 등 병원 안 여자들이 “함께 경험해온 정신적 시련”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더욱 단단히 결속하며 이해해나가는 연대의 과정은 오늘날에도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상기시키며 큰 울림을 준다.
◆ 해외 언론평
메스처럼 정교하며 힘있는 필치로 무척 가혹했던 한 세계를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 광대하게 그려 보인다. 효과적인 플롯에 생생한 인물과 심령술, 심령현상을 배치하며 과학과 남성들이 주인처럼 군림하던 시대의 단면을 드러낸다. 르피가로 마가진
능란한 솜씨로 공감 가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분명 그 이름들 중 하나를 마음속에 품게 될 것. 렉스프레스
타오르듯 뜨겁고 예리한 소설. 빅토리아 마스의 손끝에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던 여자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남성중심주의를 규탄하며, 그 시대 남자들이 입을 틀어막고 질식시키고 최면을 걸었던 여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르누벨옵세르바퇴르
망자와 혼령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세련되게 엮어나가며 아이러니한 결말을 향해 속도감 있게 나아간다. 텔레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