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의 둘도 없는 관찰자 겸 이야기꾼
한 편의 휴먼드라마를 표방하는 여타 메디컬에세이와 달리, 저자가 들려주는 응급실 이야기는 재치와 위트로 가득하고, 심지어 지적으로 유익하기까지 하다. 탄산음료의 독보적인 인기 속에서 에스프레소를 고집하는 ‘괴팍한 비주류’의 길을 택한 이유, 사람을 가리며 난동을 피우는 안하무인 보호자 이야기, 고참 간호사의 인턴 길들이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까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시시콜콜한 일화들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색깔분류법을 최초로 사용한 도미니크장 라레, 소아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아브라함 자코비의 이야기 등 따로 공부하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의학사 지식까지 얻어갈 수 있다. 또한 ‘태움’으로 대표되는 가혹행위와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으킨 차별과 혐오의 물결을 들여다보며, 의료계 안팎에 존재하는 사회문제도 같이 짚어본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느냐’, 아니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느냐’. 목적만 다를 뿐,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쟁과 매우 비슷하다.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군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의 협력이 필요한 것처럼, 응급실에 내원한 중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의료진뿐만 아니라 행정직원과 보안요원 같은 다양한 직종의 지원이 필수다. _112쪽
응급실이라는 청진기로
세상사에 귀를 기울이다
저자에게 응급실이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매일의 삶이 이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응급실은 흰 벽과 천장과 바닥, 수많은 의료기구, 수술복과 가운 차림의 의료진과 저마다 다른 이유로 찾아온 환자들이 매일 같은 듯 다른 듯 스치며 만들어가는 곳이다. 저자는 의학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 메뉴 선정과 음료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풀어내며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생생한 응급실 관찰일지를 전한다. 병원과 세상을 잇는 연결통로이자 대문, 문간방인 응급실을 청진기 삼아 세상을 들여다보면, 응급실에 대한 오해도 풀고, 이 세상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몇몇 의사는 ‘응급실은 인턴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들은 과연 그렇게 인턴에게 맡겨둔 응급실에서 얼마나 많은 ‘예방 가능한 사망’이 발생했는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_45쪽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파이팅!
‘날마다’ 시리즈는 날마다 같은 듯 같지 않은 우리네 삶을 담습니다.
날마다 하는 생각, 행동, 습관, 일, 다니는 길, 직장……
지금의 나는 수많은 날마다가 모여 이루어진 자신입니다.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응원하는 시리즈, 날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