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저에게는 화실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결같이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 나날들이 저의 소중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일만 하면서 사는 저의 유일한 백수시절.
선생님과 지낸 그 아름답던 나날들.”
◆ 순정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그리고 또 그리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또 그리고』는 작가의 본명인 ‘하야시 아키코’를 주인공으로 한 자전적 이야기로, 열심히 미대 입시를 준비했고 때로는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던 그녀의 학창 시절과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가인 미야자키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다녔던 화실에서 그림을 가르쳐주신 히다카 선생님과의 기억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재미있는 연출과 리얼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히다카 선생님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작가의 진짜 재능을 발견해주고 혹독한 훈련을 통해 그림의 세계로 이끈, 지금의 히가시무라 아키코를 있게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라”고 늘 말씀하시던 선생님.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그 속에 감춰진 다정함으로 그녀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준 히다카 선생님.
이 작품은 자신의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또한 많은 작품에서 인정받은 연출력으로 드라마와 개그의 온도를 오르내리며 독자들을 울고 웃게 한다. 다이나믹한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 현재의 그녀가 등장해 나지막이 선생님에게 말을 건넬 때면 마음이 욱신하고 코끝이 찡해온다.
자아도취에 빠진 미대 입시생에서 출판계의 내로라하는 순정 만화가로 성장한 작가가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그녀만이 그릴 수 있는 이야기. 더불어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던,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선생님’과 보낸 따뜻한 온도의 순간들을 담은 기록.
『그리고, 또 그리고』는 뜨거운 열정으로 모든 것을 불태웠던 시기, 냉소와 망설임으로 가득했던 시기, 그 혼란스럽고 막막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시기를 겪었거나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