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진실
우정과 집착의 경계를 활주하는 거침없고 짜릿한 심리스릴러
“책을 읽을 때 꼭 불을 켜둘 것.
일단 시작하면 밤이 이슥할 때까지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할런 코벤(소설가)
누구나 살면서 때때로 작은 거짓말들을 한다. 딱히 해가 되지도 않고 나쁠 것도 없는 별것 아닌 거짓말들. 하지만 가끔 이런 사소한 거짓말이 또다른 거짓말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다 결국 상황이 종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도 한다. 심리스릴러 『일곱 번의 거짓말』에서도 사건의 시작은 아주 작은 거짓말이었다. 제인이 단짝친구 마니의 남자친구인 찰스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지 않니?” 하는 마니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 그저 오랜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했던 이 첫번째 거짓말은 곧 두번째, 세번째 거짓말로 이어지며 두 친구의 우정과 삶을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몰고 가기 시작한다.
단짝친구를 향한 뒤틀린 우정을 소재로, 주인공 제인이 친구 마니에게 한 일곱 번의 거짓말과 그로 인한 파국을 그린 소설 『일곱 번의 거짓말』은 엘리자베스 케이의 데뷔작으로, 이 소설로 작가는 “범죄소설 장르의 새로운 목소리” “경이로운 데뷔작”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작가로서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작가는 제인을 1인칭 화자로 설정해 그녀의 뒤틀린 심리와 상실감을 깊숙이 파고들면서 집착이 되어버린 우정과 사랑의 근원을 탐구한다. 그리고 제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너’에게 그간 자신이 해온 거짓말과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소설을 구성하며, 하나의 챕터마다 하나의 거짓말과 그에 연결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일곱 개의 봉인이 풀리듯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거짓말과 함께 드러나는 크고 작은 반전들은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소설의 후반부에서 ‘너’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서스펜스와 스릴은 최고조에 이르며 독자의 허를 찌른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상한 독자조차 거침없고 놀라운 전개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퍼블리셔서 위클리>)는 평에 걸맞은, 영리하고 짜릿한 스릴러 소설이다.
네게 진실만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할게.
내가 했던 일곱 번의 거짓말에 대해, 오직 진실만을.
제인과 마니가 처음 만난 건 열한 살 때였다. 입학 첫날 교실 앞 복도에서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마치 운명처럼 그 자리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둘도 없는 단짝친구가 되었다. 키가 크고 하얀 피부에 솔직하고 자신감 있고 쾌활한 마니와,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혼자 있길 좋아하고 차분한 제인은 겉모습과 성격 모두 완전히 다르지만 이십 년간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다. 두 사람은 늘 함께였고, 서로 다른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우정은 변하지 않았으며, 대학을 졸업하고는 런던에서 아파트를 구해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우정에 처음 변화가 생긴 건 제인이 조너선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부터였다. 제인은 마니와 살던 집에서 나와 조너선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 곧 결혼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나 평생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조너선이 얼마 후 택시에 치여 숨지자, 마니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과 달리 자신은 결혼해 안정된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껴온 제인은 커다란 상실감 속에 혼자 남겨진다.
제인은 조너선의 죽음 이후 마니와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지만, 상황은 그사이 달라져 마니는 남자친구 찰스와 살기 위해 이미 집을 구해놓았다. 결국 제인은 혼자 살기 시작하고, 그후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마니와 찰스의 집으로 가 두 사람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일상을 이어간다. 하지만 제인은 자꾸만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찰스를 만난 이후로는 마니가 자신과 단둘이 식사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화가 나고,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정을 쌓아온 마니와 자신이 한 번도 묶여보지 못한 방식으로 찰스와 마니가 영원히 함께 묶일 영속적인 약속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행복해하는 마니 앞에서 제인은 차마 속마음을 말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거짓말을 하고 만다. 이 작은 거짓말이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리라고는, 그리고 찰스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지금도 궁금한 건, 사실 늘 이 생각을 하는데, 내가 이 첫번째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머지 거짓말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첫번째 거짓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거짓말이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조차 거짓말이다. 그 금요일 밤에 내가 솔직했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달라졌을 것이다. (…)
내가 솔직했더라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우리 사랑을 희생했더라면, 찰스는 분명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본문 18~19쪽
▶ 추천의 말
우정이 집착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가차없고 으스스한 이야기. 책을 읽을 때 꼭 불을 켜둘 것. 일단 시작하면 밤이 이슥할 때까지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할런 코벤(소설가)
메스처럼 날카로운 글과 끝내주는 콘셉트. 어둡고 영리하고 흥미진진하며 완전히 대담하다. 루시 폴리(소설가)
충격적으로 은밀하고 무섭게 음흉하다. 『일곱 번의 거짓말』은 집착과 사랑,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우정 뒤에 도사린 폭발적인 진실을 탐구한다. 리사 가드너(소설가)
지금껏 접한 화자 중 가장 흥미롭고 강렬한 인물이 등장하는 매혹적인 소설. 강력 추천. 샤리 라피나(소설가)
엘리자베스 케이의 데뷔작에서 ‘영원한 친구’는 치명적인 힘을 실어 휘두르는 무기가 된다. 일곱 번의 거짓말을 통해 교묘하게 전개되는 이 스릴러의 주인공, 차분한 태도로 타인을 조종하는 데 능한 제인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당신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밝혀지는 진실은 그 어떤 거짓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팬도라 사이크스(저널리스트)
첫 페이지부터 마음에 훅 들어왔다. 매혹적이고 절박하고 오싹하며 중간에 내려놓기가 불가능하다.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심리적 서스펜스로 가득한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소설. 크리스 퍼보니(소설가)
예상치 못한 전개로 나를 거듭 당황시키고 목덜미의 털이 쭈뼛 서게 만든, 조마조마하고 긴장감 넘치는 소설. 밸 맥더미드(소설가)
짜릿한 심리스릴러.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상한 독자조차 거침없고 놀라운 전개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도메스틱 누아르의 뉴페이스. 두 여성의 유독한 우정과 질투,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가 더 중요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고 혼자 남겨졌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브닝 스탠더드
▶ 책 속에서
나도 드디어 솔직해졌기에 하는 말이지만, 마음이란 솔직히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주어지면 받는 것이다. 마음은 설득하고 꾀고 바꾸고 진정시키고 훔치고 단련하고 뺏을 수 없다. 하물며 얻어낼 수는 없다. 본문 12쪽
모든 게 변했던 때가 콕 집어 언제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수년간, 그러니까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삶의 중심에 있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남자애들 다음엔 남자들에 대해, 데이트 다음엔 섹스에 대해, 연애 다음엔 사랑에 대해.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각자의 연애는 우정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연애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면 알아서 걸러 말했다. 중요한 사건이나 새로운 소식은 공유되기보다는 자동으로 생략되었다. 본문 47~48쪽
첫째로 알아야 할 것은, 거짓말은 단지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꾸며낸 허구다. 둘째는, 정말 이상하고 정말 터무니없는 거짓말도 때로 완벽한 진실처럼, 완벽하게 개연성을 띤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믿고 싶어한다. 셋째는, 따라서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늘어놓는다 해서 그게 무슨 대단한 재주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며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는 스스로의 거짓말에 면역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강조할 지점을 변경하고 긴장감을 증대시키고 사건을 과장함으로써 이야기를 수정한다. 이 수정된 이야기를 매번 발화할 때마다 발전시키면서, 결국은 스스로도 믿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야기뿐 아니라 기억까지 수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창조하고 상상한 순간들, 즉 우리의 허구가 점점 실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너는 수정된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럴듯하게 펼쳐지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거짓말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본문 142~143쪽
언젠가 누군가 네게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게 마치 문제인 듯 말할 것이다. 실은 해결 방법인데. 본문 149쪽
마니는 나의 두번째 위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이제 난 그녀마저 잃은 느낌이었다. 이건 매우 다른 종류의 상실이었다. 조너선은 일순간 사라졌다. 반면 마니는 썰물처럼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변함없이 단단하게 그 자리에 붙박인 모래사장이었다. 마니는 바다였다. 우리 둘보다 센 어떤 힘에 의해, 나로부터 빨려나가 다른 곳으로 흘러들었다. (…) 어떤 자연재해는 너무 강력해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하다. 본문 158~159쪽
너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죽음과 함께 살아가게 될 테고 죽음이 네 세상에 늘 존재하는 일부가 될 텐데, 그러면서 배우게 될 것이 있다. 죽음은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흐르면 점점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이다. 날카로운 날을 잃는다. 깊게 베이지 않으며 따라서 많은 피를 흘리지도 않는다. 어떤 때는 며칠 전에는 울었던 일에 지금은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날도 여전히 날이다. 무심코 던져진 말 또는 기념일 때문에 갑자기 날카로워지거나, 행복한 순간들의 기억에 어느 정도는 갈려나간다. 슬픔에 논리나 우리 모두가 따라가야 할 통상적인 길은 없다. 단지 참을 만한 때와 참지 못할 때가 있을 뿐이다. 본문 201~202쪽
믿을 수 없는 상실을 겪을 때, 몸 전체에 퍼지는 발작적 떨림을 언어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죽음 자체는 어디에나, 언제나, 모든 기억 속에,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모든 순간마다 있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을 받치는 여러 기둥 중 하나일 뿐이다. 전체로서의 슬픔은 한 사람의 상실 이상이다. 삶의 상실이다. 본문 221쪽
하지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가장 이상해 보이는 허구도 충분히 진실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하는 게 무슨 대단한 재주는 아니다. 그것은 훌륭한 이야기였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본문 238쪽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사랑을 찾아 최고의 사랑을 희생하니까. 본문 4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