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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엄마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은 집에서

저자
김미희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1-11-12
사양
224쪽 | 135*200 | 무선
ISBN
978-89-6735-969-0 03810
분야
산문집/비소설
정가
13,500원
붕어빵 장수 친엄마, 미싱사 새엄마가 먹여 살린 나!
한 여자는 나를 버렸고, 다른 한 여자는 나를 맞았다
그리고 이제 내가 엄마가 되었다

이 책은 태어나 45년을 산 한 개인의 연대기다. 삶이 꼭 특정 사건과 그에 따른 결과처럼 인과성을 띠며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친엄마에게 버림받고 새어머니를 맞은 사람은 자기 삶에 결정타를 가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억을 형성하게 된다. 사건 이후에는 그 굴레들을 받아들이거나 떨치는 식으로 마음가짐과 삶의 방향들을 조정하기도 하면서. 그런 까닭에 김미희 작가의 『세 엄마』는 연대기적 서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열 살 때 엄마가 곧 데리러 온다면서 집을 나갔지만 돌아오지 않았고, 이후 새엄마를 맞으면서 한 아이의 세계는 전적으로 재편성됐기 때문이다.
엄마로부터 버림과 거두어들임의 선택을 받았던 어린이는 자라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앞으로 전진하다 방향을 되돌려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과거가 나의 현재나 미래를 지배하지 않도록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버림받은 아이라면 자신이 엄마가 된 후에 비로소 엄마의 생애를 되짚어보면서 이해력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친엄마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해서 직접 붕어빵 장수를 하면서 두 자녀를 먹여 살렸다. 하지만 남편의 형이 친엄마에게 사기를 치자 가난에 허덕이면서 결국 이혼한 다음 두 자녀는 남편에게 맡긴 채 재혼했다. 남겨진 두 아이를 건사한 사람은 새어머니였다. 열 살 많은 저자의 아빠와 결혼하고는 봉제공장에 취직해 미싱을 돌리면서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실업자 남편과 그의 두 자녀를 부양했다. 그녀 역시 훗날 이혼을 하지만, 그 남편과 전처 사이의 아이 둘은 끝까지 책임지고 키운다.
지난해 저자는 친엄마와 34년 만에 원치 않는 재회를 했다. 이때 자기 안의 미움과 원망이 올라오는 것을 직시하는 가운데 거리두기를 하면서 세 여성의 삶을 객관적으로 고찰해보기 시작했다. 친엄마는 왜 자신을 ‘강간’했던 나의 아빠와 결혼한 것일까? 친엄마는 정말 나를 버렸던 걸까? 새엄마는 자신이 낳지도 않은 나를 왜 끝까지 먹여 살렸을까? 그 책임감이라는 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일까? 어른이 된 나는 남자를 사귀면 왜 상대에게 피임을 하라고 요구하거나 잠자리를 갖기 싫다고 뿌리치지 못했을까? 그것은 버려짐과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나…….

“내겐 아무도 오지 않아요, 암흑뿐이라고요”
저자에게 어린 시절 하면 늘 떠오르는 장소는 단칸방이다. 친엄마와도, 새엄마와도 총 4명의 식구가 단칸방에서 함께 먹고 잤다. 잠들려고 노력하기, 잠든 척하기, 잠든 척하며 눈꺼풀 속에서 눈동자를 굴리다가 뺨 맞기. 단칸방에서의 가장 강력한 기억이다. 자다가 아빠와 엄마(친엄마와 새엄마 모두)가 돈과 술 때문에 싸우는 소리에 저자는 깨지만 다시 잠들려고 노력한다. 싸우지 않을 때에는 실업자 아빠가 비디오를 빌려와 밤새 틀어놓는 탓에 불빛이 번쩍거려 잠들기 어렵다. 아빠와 친엄마가 헤어지고 나서 잠깐 엄마랑 살 때 동네 정육점 아저씨와 한식구가 됐다. 그때도 단칸방 신세는 변함없어서 엄마와 아저씨는 방바닥에서 자고, 저자와 동생은 커다란 정육점 냉장고 위에 이불을 펴고 잤다. “지이이잉.” 허공에 높이 뜬 공간에 누운 두 아이는 냉장고의 진동음 때문에 또 잠을 설쳤고, 냉장고 아래서 엄마와 아저씨가 싸울 때면 두려운 마음에 서로 손을 꼭 잡고 잤다.
친엄마는 붕어빵 장수까지 하며 생계를 꾸리려 했지만 화장실세도 변변히 내지 못했다. 아빠와 헤어진 뒤 저자는 엄마의 새로운 두 남자를 거치기도 했지만 궁핌함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저자가 열 살 때 엄마는 돈 벌어 오겠다고, 2년 뒤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하며 자식들을 두고 떠났고, 그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매달렸다. “싫어요! 엄마랑 살래요. 엄마랑 살 거예요. 앞으로 뭐 사달라고 안 할게요. 멜로디언 필요 없어요. 동생이랑 안 싸울게요.”
하지만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아 떼어냈다. 그러곤 뒤돌아서 가버렸다. 어린아이는 그때 자기 앞에 놓인 세상을 절벽으로, 암흑으로 인식했다.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약속’이 늘 ‘위반’과 한 쌍임을 입증했다.

미싱 돌리며 날 먹여 살린 새엄마, 그리고 친엄마와의 재회
열 살 이후 삶의 풍경은 급작스레 바뀌었다. 아빠네 집으로 옮기면서 모르는 여자에게 ‘엄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전에 친엄마의 남자에게도 ‘아빠’라고 부른 경력이 있기에, 저자와 동생은 아빠의 낯선 여자에게도 ‘엄마’라는 호칭을 곧잘 썼다. ‘몇 년 있다가 또 바뀌겠지…’ 하는 체념의 마음도 품으면서.
새엄마는 차가웠고, 조금 무서웠으며, 정리정돈과 어른에 대한 예의를 엄격히 하는 분이었다. “수저 놔.” “어른이 먹기 전에 숟가락 들면 안 돼.”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빨래 개고 방 치워.” 저자는 이런 새엄마가 두려우면서도 한편 궁금했다. 자기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돈 벌어 먹이고 입히며, 게다가 문제만 일으키는 아빠랑 이혼도 안 하고 사는 것이. 차가운 겉모습을 한 새엄마는 자녀 둘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고 대학 등록금도 뒷바라지했다.
저자는 이런 새엄마를 오랫동안 ‘엄마’라고 부르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빠가 죽고 나서 어느 날 가족관계 서류를 떼어 보니 서류의 ‘모母’ 칸에 친엄마의 이름 석 자가 올라와 있었다. 지난 34년간 나를 한 번도 찾지 않은 사람! 이 사람이 내 엄마라고? 여태도 그랬고 앞으로도 볼 일은 없기에 가족관계 서류에 친엄마 대신 새엄마를 올리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과정이 시작됐다. 그렇게 법무사에게 돈 몇십 만원을 주면 말끔히 정리될 줄 알았던 서류 작업을 시작한 뒤 어떤 여자가 한밤에 찾아와 아파트 현관문을 세게 두드렸다.
“쾅쾅쾅! 나야 이정임. 낮에 현관에 빵이랑 편지 놓고 갔는데 연락이 없어서.” 이 소음은 느닷없이 나타난 친엄마가 낸 것이었고, 그녀는 딸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렇게 말한다. “한 번만, 한 번만 옛날에 알던 불쌍한 아줌마라고 생각하고 얼굴을 볼 수 없을까? 한 번만. 한 번만.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세 여자, 세 엄마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에세이는 세 여자의 삶이 단지 개인의 서사가 아닌, 어쩌면 ‘우리 엄마들의 현대사’일지도 모른다고 암시한다. 잔인한 엄마, 불쌍한 엄마, 힘내는 엄마들이 등장해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집에서 시대의 한계에 갇혀 수동적 삶을 택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남편과 이혼하거나 새 삶을 꾸리면서 주체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여성 한 명 한 명이 전개하는 삶은 사실 한국 여성의 보편적 삶이라고 여길 부분이 많다.
저자가 어린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쓰는 문장들, 가령 “나는 어머니에 비해 게으르고 더럽고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방에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기생하고 있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자식이다”는 아이의 마음속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어른 독자들에게 세상의 잔혹함을 직시케 한다. 어떤 어른들이 일군 아이의 삶은 삐뚤빼뚤 모양이 모나며, 가끔은 아이가 성장을 멈추거나 혹은 자기 마음을 은폐해버리게 만든다.
어른들의 말은 늘 그 부정적인 영향력을 계산해보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내뱉어진다. “내가 그날 술만 안 마셨어도 너는 안 태어났어. 내가 술 마시고 만든 거야, 너는.” “눈웃음 치지 말아라. 여자가 헤프면 인생 망치는 거야. 잘 모르나본데 네 인생은 이미 망했다, 나 때문에.”
이런 환경 속에서도 저자는 잘 웃고, 공부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길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다소 무기력하고, 세상이 나를 무시하면 나 또한 세상을 냉소하겠노라는 버릇을 몸에 새기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아빠가 뿌린 불행의 씨앗을 과감히 물리친다. 아빠나 엄마를 자신과 긴밀히 엮지 않고 ‘그는 그, 나는 나’의 자세로 분리하며 삶의 기쁨과 만족을 하나씩 배워나간다. 삶의 굴곡점마다 분별력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으로 인해 이렇게 힘 있는 책이 마침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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