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이 땅의 딸들을 부르는 공명의 만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공명 작가의 데뷔작으로, 2019년 제1회 <NC버프툰 글로벌웹툰스타오디션>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였다. 당시 ‘적절한 전개 속도로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낸다’ ‘색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는 심사평과 함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수상 후 같은 해 버프툰에서 연재를 시작했으며, 높은 몰입도와 독창적인 그림체로 화제를 모으며 단숨에 최고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만화계는 물론 출판계의 주류로 부상했을 만큼 여성서사를 향한 독자들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겁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역시 가부장제의 피해자인 숙이의 이야기를 강력한 흡입력으로 그려내며 주목받았다. 숙이뿐만 아니라 권례(숙이 어머니)와 미자, 이어서 나올 지민과 필남까지, 작품 속 여성들은 대부분 가부장제의 피해자이다. 각자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받거나 부당한 희생을 강요당한다. 그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병상련을 나누는 것은 결국 같은 여성들이다. 이후 전개에서도 숙이는 주변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나간다. 같은 상처를 가진 여성들끼리 위로하고 연대해나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함께 분노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며 열띤 지지를 보낸다.
“그의 만화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극락왕생』 고사리박사 추천!
여성서사로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가진 특징은 현재의 여성이 아닌 어머니뻘 되는 세대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 있다. 이야기는 숙이의 어린 시절인 60~70년대부터 대학에 진학한 80년대까지 이어지는데, 시대별 숙이의 발자취에는 당시 여성들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숙이의 일대기를 따라가다보면 이 땅 위를 살아온 딸들의 삶을 자연스레 훑게 되는 셈이다. 현재란 그저 지금의 현상이 아닌 과거로부터 흘러온 결과물로, 결국 딸들과 어머니, 그 어머니의 삶이 모두 이어져 있음을 이 만화는 보여준다.
불화를 떠올리는 그림체는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매력 중 하나이다. 윤회와 업보라는 불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제 옷과 같은 그림체를 만나 생명력을 얻었다. 고풍스러운 색감과 질감 또한 시대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일조한다. 생동감 넘치는 당대 생활상과 풍경 묘사는 열정으로 무장한 신인 작가가 선사하는 우직한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는 항상 화가 나 있었다는 것, 언어를 잃어버린 시간 동안 슬픔은 몸을 웅크릴 뿐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었다는 것, 끝없는 고해와 징벌 같은 삶 앞에 수천 번 무너질지언정 결코 끊어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 공명 작가는 모든 이가 외면하는 그늘진 모퉁이에서 잊힌 여자들의 이름을 부른다. 그의 만화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꺼지지 않는 불이 메마른 땅을 태우고, 비수 같은 깨달음이 얼어붙은 강물을 깨뜨릴 때 우리는 비로소 바라온 봄을 맞이한다.”
_ 『극락왕생』 고사리박사 추천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