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목소리,
뜨겁게 박동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
강렬한 현재 시제로 다시 쓰이는 ‘도시 인디언’의 삶.
“실로 경이로운 데뷔작.”_마거릿 애트우드(소설가)
#아메리카원주민 #정체성 #미국 #역사 #스토리텔링 #문학상수상작 #퓰리처상최종후보
2019 펜/헤밍웨이상 수상
2019 미국도서상 수상
2018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존 레너드 상 수상
2018 센터 포 픽션 퍼스트 노블 프라이즈 수상
2019 퓰리처상 최종 후보
2019 앤드루 카네기 메달 소설 부문 최종 후보
2019 애스펀 워즈 문학상 최종 후보
2018 아트 세덴바움 상 최종 후보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보스턴 글로브>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O, 오프라 매거진> <댈러스 모닝 뉴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NPR, 버즈피드, 오바마 전 대통령 선정 올해의 책
“이것은 21세기 문학이 마침내 우리 앞에 당도했음을 알리는 거대하고 우렁차고 폭발적인 소리다”(말런 제임스, 소설가)라는 찬사와 함께 미국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신인 작가 토미 오렌지의 데뷔작 『데어 데어』가 출간되었다. 깊은 울림을 남기는 진실한 목소리로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과 고뇌를 탄탄하고 강렬한 서사에 담아낸 이 작품은 2018년 출간 즉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펜/헤밍웨이상(2019)과 미국도서상(2019),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존 레너드 상(2018) 등을 수상했고 퓰리처상(2019)과 앤드루 카네기 메달(2019)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또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보스턴 글로브> 등 각종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뽑기도 했다.
소설의 제목인 ‘데어 데어(There There)’는 작품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듯, 시인이자 소설가인 거트루드 스타인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모두의 자서전(Everybody’s Autobiography)』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오클랜드에 더이상 옛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로 “거기엔 그곳이 없다(There is no there there)”라고 이야기했는데, 작가는 이 글귀를 처음 보고 아메리카 원주민이 처한 현실에 꼭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외지인들의 침략과 수탈로 생활의 터전과 삶의 방식을, 수많은 목숨을 빼앗긴 원주민들에게 미국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땅이나 다름없다. 또한 그 상실된 땅 위에서 원주민은 사회의 저편으로 밀려나며 역사에서도 현실에서도 지워져갔다. “거기엔 그곳이 없다”라는 역설적 명제는 부재 속에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원주민들의 내적, 외적인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늘 스스로를 방어했다. 내가 충분히 원주민이 아니라는 듯이. 오바마가 흑인인 것만큼 나는 원주민이다. 하지만 다르다. 원주민에겐. 그건 나도 안다. 그런데 어떻게 원주민이 되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원주민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내가 생각해내는 방법은 모두 잘못된 것 같다.” _본문 92쪽
백인 어머니와 원주민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평생 원주민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해왔던 작가는 ‘인디언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단 하나의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특히 대다수의 원주민들이 인디언 보호구역이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시대의 미국에서 원주민의 삶은 여느 미국인들처럼 다채롭고 복잡하다. 토미 오렌지는 대중문화나 역사책 속에서 묘사되는 틀에 박힌 인디언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도시 인디언’의 삶을 열두 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노년을 앞둔 자매와 이십대 청년들, 그리고 어린 소년들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혼란, 상처와 절망, 그리고 사랑과 용기의 서사는 서로 얽히고설키며 비극적이고 폭발적인 결말로 독자를 이끈다. 그 각각의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 그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그럼으로써 인디언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를 잊지 않고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우리는 존재한다, 치열하고 절박하게, 지금 바로 이곳에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로 빅 오클랜드 파우와우에 왔다. 우리의 어지럽고 위태로운 삶의 가닥들이 하나로 땋아졌다―이곳에 이르기 위해 우리가 해온 모든 일들이 이곳에서 하나로 묶였다. 우리는 먼길을 왔다. 기도와 손으로 짠―구슬을 달고, 꿰매 붙이고, 깃털을 달고, 꼬고, 축복을 받고, 저주를 받은―전통 의상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여러 해를, 여러 세대를, 수많은 이들의 평생을 거쳐 왔다.” _본문 169쪽
『데어 데어』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를 배경으로 중심인물 열두 명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서서히 그들의 연결 고리가 드러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인물들이 소설의 끝에 다다르는 종착지이자 그들을 연결해주는 매개는 ‘파우와우’라는 원주민의 전통 행사이다. 파우와우는 미국 전역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축제로 커다란 광장에 함께 모여 춤과 노래를 즐기고, 전통 공예품이나 먹거리 등을 사고팔며 원주민의 문화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행사다. 특히 파우와우의 중심 이벤트는 춤 경연이며, 많은 원주민들이 이날만큼은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북소리에 맞춰 격렬한 춤을 선보인다. 등장인물들은 거액의 상금이 걸려 있는 ‘빅 오클랜드 파우와우’에 서로 다른 이유로 참석하게 된다. 그중에는 파우와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파우와우 위원회’에 소속된 인물들도 있고, 원주민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인터넷 동영상을 검색해보다가 파우와우 춤에 매료되어 경연에 참가하게 된 어린 소년도 있고, 파우와우가 열리는 오클랜드 콜리시엄 경기장에서 오랜 세월 관리인으로 일해온 남자도 있으며, 오직 북을 치는 순간에만 고된 삶으로부터 해방된다고 느끼는 북 연주자도 있다. 그리고 춤 경연에 걸린 상금을 훔치기 위해 3D 프린터로 총을 제작하는 한 무리의 청년들도 있다.
파우와우 당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원주민으로 북적이는 콜리시엄 경기장에 각자의 희망과 열망과 욕망을 품은 이들이 속속 도착한다. 그들의 의도는 때로는 적중하고 때로는 빗나가며 일련의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낳는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던 아버지를 만나고,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먼 옛날 입양 보낸 딸과 마주친다. 그리고 곧 한 발의 총성을 시작으로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빼앗아야 하는 사람들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처절하게 뒤엉킨 가운데,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삶을 증명하는 이야기들……
당신의 목소리가 지나는 길 위에서,
우리는 이토록 선명해진다
“난 여기서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온라인에 올려서 우리 공동체 사람들이, 우리랑 비슷한 공동체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있게 하려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덜 외로워지니까. 덜 외로워지면, 우리 뒤에, 우리 곁에 공동체 사람들이 있다고 느끼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나는 믿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니?” _본문 154쪽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모두 창작의 산물이지만 그들 각각의 모습에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다. 특히 오클랜드에 사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아 영상으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딘 옥센딘’은 이야기의 힘을 믿고 그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작가 토미 오렌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 작가는 실제로 딘 옥센딘과 비슷한 프로젝트를 구상해 지원금을 받은 적이 있으며, 인디언 센터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부스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 동시대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 『데어 데어』에서 작가가 강조하는 원주민의 ‘이야기하기’는 단순히 타인들에게 그들의 현실을 알리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들을 지워버린 세상에 대한 저항의 행위이지만, 나아가 그들 자신을 위한,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보증하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원주민들에게 ‘이야기하기’는 소통의 수단을 넘어선 삶의 방식이며 존재의 방식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땅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민족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타인에 의해 지워진 원주민의 삶과 역사는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형상을 얻는다. 이 뜨겁고 강렬한 소설은 가장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현재를 이 땅 위에, 이 시대 위에 불러낸다. 그리하여 그들의 현재를 통해 그들의 모든 과거가 마침내 눈부시게 선명해지도록.
▶ 주요 등장인물
토니 론맨 : 오클랜드에서 나고 자란 스물한 살 샤이엔족 청년. 태아알코올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할머니 맥신과 단둘이 살고 있다. 자신을 평생 보살펴준 노쇠한 할머니를 위해 마약상인 옥타비오와 일하게 된다.
딘 옥센딘 : 샤이엔족과 어래퍼호족으로 등록된 젊은 다큐멘터리 제작자. 병으로 사망한 삼촌을 기리며 그가 생전에 구상했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오클랜드에 사는 다양한 원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다.
오팔 비올라 빅토리아 베어실드 : 샤이엔족 혈통인 오십대 여성.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이부자매인 재키 레드페더와 함께 앨커트래즈섬 점거에 참여했다. 현재 재키의 손자 셋을 대신 키우며 살고 있다.
에드윈 블랙 : 백인 어머니,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원주민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때는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이제는 요원한 꿈이라 느낀다. 괴로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 사로잡혀 있으며, 원주민의 축제인 빅 오클랜드 파우와우 위원회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빌 데이비스 : 라코타족 혈통으로 에드윈의 어머니인 캐런과 연인이다.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불명예제대를 했고, 귀국한 뒤에는 싸움에 휘말려 오 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한 전과도 있다. 이후 오클랜드 콜리시엄 경기장에서 오랜 세월 관리인으로 일해왔다.
캘빈 존슨 : 원주민 청년으로 현재 파우와우 위원회의 일원이다. 형 찰스와 함께 마약상인 옥타비오 밑에서 일했었다. 그쪽 일에서 손을 떼려 했으나 옥타비오가 공급하는 대마초를 도둑맞으면서 그에게 빚을 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옥타비오와 찰스의 무모한 계획에 강제로 동참하게 된다.
재키 레드페더 : 오팔의 이부자매. 약물 남용 상담사로 일하고 있지만 자신 역시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에 시달려왔다. 십대 시절에 딸을 낳자마자 입양 보낸 경험이 있고, 그뒤에 낳은 딸 제이미는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 제이미의 세 아들을 오팔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다.
오빌 레드페더 : 열네 살 소년으로 재키의 손자 중 맏이다. 할머니 오팔이 말해주지 않는 원주민의 문화와 전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춤을 사랑하게 되었다. 할머니 몰래 오클랜드에서 열리는 파우와우 춤 경연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옥타비오 고메즈 : 토니, 그리고 캘빈의 형인 찰스와 함께 마약상으로 일한다. 돈을 벌기 위해 파우와우의 상금을 털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대니얼 곤잘러스 : 옥타비오의 사촌. 최근에 형 매니의 죽음으로 상처를 입었다. 코딩에 관심이 많고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 줄 안다.
블루 : 인디언 센터에서 파우와우 위원회의 장으로 일한다. 태어나자마자 백인에게 입양되어 자랐고 생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름뿐이다.
토머스 프랭크 : 샤이엔족 혈통. 인디언 센터의 수위로 일하며 ‘남쪽 달’이라는 북 연주단에 속해 있다. 북을 칠 때 가장 자유롭다고 느낀다.
▶ 추천의 말
실로 경이로운 데뷔작. 마거릿 애트우드(소설가)
『데어 데어』는 우리 위로 벼락처럼 내리친다. 이것은 21세기 문학이 마침내 우리 앞에 당도했음을 알리는 거대하고 우렁차고 폭발적인 소리다. 말런 제임스(소설가)
미국 소설의 지평을 넓힌 탁월하고 관대한 예술가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데어 데어』에는 심원한 슬픔이 깃든 희극적 정서가 흐른다. 토미 오렌지는 오래된 심장을 가진 새로운 작가다. 루이스 어드리크(소설가)
강렬하다. 『데어 데어』에 가득한 떠들썩한 에너지, 그리고 소외된 어느 미국의 삶을 조명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가히 계시적이다. 뉴욕 타임스
한 민족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 토미 오렌지의 슬프고 아름다운 데뷔 소설은 이 질문을 중심으로 형상화된다. 비극적인 디테일을 다룰 때조차 서정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어른어른 빛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가디언
토미 오렌지의 눈부신 데뷔작은 문학적 쾌거를 넘어,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쾌거다. 이것은 저항과 회복의 글쓰기다. 이코노미스트
흔들림 없는 분노와 슬픔과 유머를 정교한 솜씨로 결합시킨 소설. 이 특출한 데뷔작은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경험의 진실성을 숭고하게 표현해낸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데뷔작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문학적 권위를 지닌 이 소설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목소리를 독자의 눈앞에, 시야의 중심에 가까이 끌어다 놓는다. NPR
재능과 원대한 구상으로 충만하다. 토미 오렌지는 유머와 도발성, 그리고 미국의 문화를 흉터처럼 가로지르는 폭력에 대한 인식을 겸비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시애틀 타임스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 생생하고 감동적인 소설에서 작가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뿐만 아니라 미국 그 자체가 지닌 갈등과 복잡성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커커스 리뷰
▶ 책 속에서
사람들은 한때 우리를 보도의 인디언이라고 불렀다. 도시화된, 피상적인, 진짜가 아닌, 문화가 없는 난민이라고, 사과라고 불렀다. 사과는 겉은 붉고 안은 희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조상들이 만든 것이다. 그들의 생존 방식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들이다. 그 기억들은 우리 안에 살고, 우리가 느끼는 것이며, 우리가 지금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기도하게 만든다. 본문 17쪽
결국 본래의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전에 생겨났던 것으로부터 생겨나며, 전에 생겨났던 것은 무(無)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건 새롭고 언젠가는 사라진다. 우리는 버스, 기차, 승용차를 타고 콘크리트 평원을 가로지르고 그 위와 아래로 달린다. 인디언이라고 해서 땅으로 돌아가라는 법은 없다. 땅은 모든 곳이거나 아무 곳도 아니다. 본문 19쪽
“조카, 우린 시간을 갖고 있지 않아. 시간이 우리를 갖고 있지. 시간은 들쥐를 입에 문 올빼미처럼 우리를 물고 있어. 우리는 떨고 있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은 자양분을 얻기 위해 우리 눈과 내장을 쪼아먹고, 우린 들쥐처럼 죽는 거야.” 본문 49쪽
엄마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정부라는 괴물이자 기계는 속도를 늦추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진정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잘못을 바로잡을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우리 민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것, 바르게 살고 우리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우리 민족을 영예롭게 하는 거라고 했다. 엄마는 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다른 건 없고 오직 이야기들뿐이라고, 그리고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라고 말했다. 본문 75쪽
“우리는 이야기가 우리 삶의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어야만 비로소 바뀌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우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도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지요.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본문 141∼142쪽
“자신의 전통에 대해 배우는 건 하나의 특권이다. 우리는 갖지 못한 특권. 그리고 나를 통해 전통에 대해 듣는다고 해서 너희가 더 인디언다워지거나 덜 인디언다워지는 게 아냐. 진짜 인디언인지 여부가 그런 식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인디언이 되는 것의 의미에 대해 그 누가 이러쿵저러쿵 말하든 귀기울이지 마라. 우리들 소수가 지금 여기, 이 부엌 안에 남아 있기 위해 너무나 많은 인디언들이 죽었어. 너, 나, 살아남은 우리 민족 모두가 소중하단다. 너는 인디언이기 때문에 인디언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디언이다.” 본문 149∼150쪽
오빌은 모종의 진실이 자신 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린다―자신에 관한 진실이. 그가 인디언처럼 차려입고 인디언처럼 춤을 추는 건 중요한 일이다. 비록 그게 연기이고, 가짜인 것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해도, 이 세상에서 인디언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인디언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디언이 되느냐 마느냐는 그것에 달려 있다. 본문 153쪽
아주 오랜만에 작은 희망이 생겼어.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아서가 아냐. 그저 지금과는 달라질 것 같아서지. 가끔은 그게 전부야. 왜냐하면 그렇다는 건, 이 모든 것의 내부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늘 어떤 행위이고, 그건 모든 게 늘 똑같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니까. 본문 239∼240쪽
고음의 흐느낌과 울부짖음의 하모니가 큰북의 울림 속에서 퍼져나갔다.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늘 자신의 피부처럼 간직하고 다니는, 오랜 슬픔을 노래한 옛 노래들. 그때 당신 머릿속에서 삐 소리와 함께 승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게 거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당신은 그 단어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미국의 수백 년 세월을 견뎌온 것이, 그 세월을 가로질러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그렇게 들렸다. 그건 노래 속에서 고통이 스스로를 지워버리는 소리였다. 본문 261∼262쪽
당신은 머릿속으로 특별한 대상도, 특별한 내용도 없는 기도를 올린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음으로써 기도로 향하는 길을 닦는다. 당신의 기도는 북의 울림, 노래, 그리고 박자가 될 것이다. 당신의 기도는 노래와 함께 시작되고 끝날 것이다. 본문 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