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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계의 연대기

저자
존 맥피
역자
김정은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1-09-03
사양
960쪽 | 140*210 | 양장
ISBN
978-89-6735-949-2 03400
분야
천문학/지구과학/환경
정가
49,000원
세계의 풍경을 지질학자의 시선으로 산책하다
25개의 놀라운 지형도로 장식된 20년 프로젝트의 결과물
보석 같은 문장, 풍부한 운율을 느낄 수 있는 단락, 공들인 수사와 비유,
방대한 양의 근실한 연구, 비문학 창작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책,
지구 형성 과정의 대서사시!


지구와 맞붙는 인문학자의 경이로운 지질 탐험
1999년 퓰리처상 수상작

현존하는 미국 논픽션의 대가인 존 맥피의 주저가 번역됐다. 거의 1000쪽에 달하는 『이전 세대의 연대기』는 존 맥피가 1981년까지 2000년까지 지리학자들과 미국을 횡단하면서 쓴 네 권의 책을 하나로 묶어낸 것으로, 지구 지질학으로 쓴 가장 방대한 인문학 저서가 되었다. 이 책은 199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지질학적 탐구심으로 북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며 지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적하는 『이전 세계의 연대기』는 오로지 암석의 메아리를 들으며, 암석만을 단서 삼아 노두에 코를 박고 다니는 대장정이었다. 맥피는 지질학 애호가이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1978년 지리학자들과 함께 미국을 횡단하면서 지구 활동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고, 암석 표면에서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읽으려는 시도를 완수해냈다.
우리는 보통 여행할 때 지표면 위를 다니며 발아래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듯이, 맨해튼 미드타운의 고층건물들은 단단한 바위 속에 박혀 있다. 그 바위는 한때 녹는점까지 가열됐다가 재결정화되고, 다시 가열됐다가 재결정화되는 사이 건물을 지탱하기에 더없이 좋은 바위가 되었다. 센트럴파크에 가면 은빛 바위들을 볼 수 있는데 모두 4억5000만 년 된 운모다. 만약 이들 표석 점토가 수십 미터 두께로 쌓이지 않았더라면 미드타운과 월가를 잇는 낮은 등마루는 모두 물속에 있었을 것이다. 월가 구역에서는 기반암이 지하 12미터 이내에 있어서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올리는 토대가 될 수 있었다. 뉴욕은 단단한 기반암을 발판으로 삼아 성장한 것이다.
맥피는 “피학적이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지질학적 글쓰기를 과학자들 마음에 들게, 동시에 일반 독자들도 흡족하게 읽도록 하고자 미국을 횡단하기로 마음먹었다(한 지역을 다니면서 대개 지질학자 한 명과 동행했다). 핵심은 미국의 80번 주간고속도로를 관통하는 것이었다. 이 길의 도로절개면을 관찰하면 모든 시대의 암석을 다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베틀에서 날실 사이를 오가는 북처럼 이 고속도로를 오갔다. 어디를 가든 암석 기록이 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수만 개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두껍게 펼쳐진 자갈은 어쩌면 그 아래에 놓인 이전 세계의 풍경을 보존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80번 고속도로가 앨링턴의 페디먼트를 관통하는 곳에서, 플라이스토세의 자갈 아래에는 에오세의 사암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붉은색과 초록색의 이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 위를 덮고 있는 역암은 새롭게 형성된 산맥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맥피는 그 지층을 따라 올라가는 와중에 떨어져내리는 자갈, 격렬한 변화가 멈춘 뒤의 고요한 풍경을 보면서 한 세계가 다른 세계로 변하는 과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구의 모습은 일렁이는 불꽃처럼 끊임없이 바뀌고, 바뀌고, 또 바뀌었다. 지질학에 대한 호기심과 더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은 저자를 더 먼 곳으로 이끌었다. 그리스 본토, 키프로스섬, 애리조나의 탄고아, 샌앤드레이어스 단층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다녔고, 주제는 미국의 횡단면을 넘어 세계의 오피올라이트와 지구구조학까지 확장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이 책에서는 기紀와 세歲와 절節을 넘나드는 여러 연대표가 드러난다.
책 속 문장들에는 저자 특유의 훌륭한 표현력과 그 이상의 절제력이 드러나 있다. 덕분에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비조화 저반, 모자이크 역암, 사장석 결정, 층상 반려암, 미그마타이트, 틴캘코나이트, 스자이벨리아이트, 플로고파이트 같은 용어를 아름다운 산문을 감상하는 식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보석 같은 문장, 풍부한 운율, 공들여 쓴 수사와 비유, 방대한 양의 근실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는 특장이다. 비록 난해하지만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지질학의 세계로 천천히 빨려들어갈 것이다.
암석만을 보면서 북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다

저자는 애초에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북위 40도 부근의 북아메리카 횡단면과 거기에 담긴 과학을 보여주자.” 이후 계획은 전면 수정된다. 1년간 여행하며 메모한 것을 보니 그것이 향후 수년에 걸쳐 써야 할 글의 밑그림 정도뿐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이 주제에 계속 품을 들이겠노라 마음먹었다.
전체 구조를 이끄는 주제는 판구조론이었다. 판구조론 혁명은 1960년대에 일어났기에 맥피가 여행을 시작할 당시 이 개념에 비판적인 사람이 없지 않았다. 그는 누가, 왜 반대하는지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새로운 학설이 검증·적용되는 방식을 관찰하고자 했다. 이야기의 구조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주간州間고속도로를 따라 선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 전체를 이리저리 넘나든다. 이를테면 뉴저지에서 시작한 여행이 네바다로 뛰어 넘어가는 식이다. 2억 년 전 뉴저지에서 일어났던 구조 운동이 오늘날 네바다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세계의 연대기』는 총 4권의 책으로 각각 발표됐다가 2000년 5권을 추가하면서 하나로 꿰어졌다. 먼저 1981년에 발표된 『분지와 산맥』(제1권)에서는 산맥과 계곡이 번갈아 늘어서 있는 네바다와 유타 서부의 독특한 구조를 따라 서서히 판구조론으로 들어간다. 일종의 도입부다. 이 여정에는 프린스턴대학 지질학과 교수 케네스 데피스가 함께한다. 거구의 몸집과 뒤로 뻗친 머리 스타일의 그는 지질공학, 화학해양학, 퇴적암석학을 연구해왔다. 1제곱미터당 아이디어가 어느 지질학자보다 많은 지식 중개자로 불리는 학자로서 “다른 시대의 세계로 열려 있는 창窓”인 도로절개면들이 그의 연구 대상이다. 맥피는 이 암석 전문가와 은광 찌꺼기를 찾아다니며 통찰력을 얻는다. 두 눈알은 땅을 향한 채 이 산맥 저 산맥 가로지르며 무엇이 단층지괴를 밀어올렸는지를 살핀다. 두 사람은 고슈트밸리를 가로질러 페퀍산맥에 오르면서 데본기의 붉은 셰일, 데본기의 실트암, 데본기의 석회암 속으로 들어간다.
데피스와 같은 지질학자들은 어란석과 백운석, 응회암과 화강암, 페퀍산의 실트암과 셰일을 모두 ‘그림’의 조각들이라고 말한다. 이 조각들은 고생물과 화학적 특성, 지각의 움직임, 고환경의 풍경을 알려주는데, 지질학자들은 이들 조각을 찾아내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습곡, 단층, 평평한 평원 같은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맥피는 2권 『수상한 지형에서』을 출간했다. 여기서는 판구조론의 비현실적인 도약에 대한 회의적 비평을 소개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이는 미국 지질조사소 소속으로, 밑바닥까지 철저히 파고드는 야외지질학자 애니타 해리스다. 유별나게 실용적인 사고방식의 과학자, 약점이 거의 없는 지질학자, 퇴적암뿐 아니라 화성암과 변성암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지닌 사람이고, 현장의 암석을 아는 뛰어난 생물층서학자이자 고생물학자다. 그녀의 첫 남편은 애팔래치아 북부의 지질학자였고, 현재의 남편은 애팔래치아 남부의 지질학자로, 애니타는 애팔래치아산맥의 이 산 저 산을 매일 오르내린다. 현재 애니타는 코노돈트에 있어 세계적인 권위자다. 맥피는 애니타와 함께 뉴저지에서 인디애나까지 탄산염암을 채집하며 다녔다. “판구조론 신봉자들”에 맞서 이의를 제기하는 애니타의 의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판구조론을 믿어요. 다만 내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판구조론이 절대적인 복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에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너무 과하게 적용되고 있어요. 지질학적으로 세세한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요.”

이전 세계 연대기의 시적 풍경들

3권 『평원의 융기』는 1986년에 집필됐다. 여기서 맥피는 와이오밍의 웅장한 노두들을 조사한다. 즉 주간고속도로의 도로절개면뿐 아니라 잭슨홀, 티턴산맥, 파우더강 분지, 윈드강 분지, 래러미산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곳의 암석들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80번 주간고속도로의 다른 어느 곳보다 더 오랜 기간의 지구 역사를 드러낸다. 예컨대 흘끗 보고 지나칠 와이오밍 롤린스의 풍경 속에는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한 암벽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펼쳐져 있다. 그린강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유인타산맥을 깎아내며 흘렀고, 윈드강은 아울크리크산맥을, 래러미강은 래러미산맥을 깎아내면서 흘렀다. 와이오밍의 지형은 성장하고, 쇠퇴하고, 압축되고, 펼쳐지고, 해체되고 사라지는 시적 풍경을 보여준다.
맥피는 이전 세계의 테두리가 되어야 마땅할 와이오밍을 “로키산맥 지질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러브와 함께 여행한다. 러브는 와이오밍 중부의 외딴 목장에서 성장해 스스로 명성을 얻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암석학, 고생물학, 층서학, 구조학의 방법론을 골고루 제 것으로 만들어 이 지역의 지질도를 작성했다. 그 과정에서 일곱 개의 지층이 발견하고 러브가 손수 이름을 붙였다. 대부분의 지도 작성자가 여러 논문과 보고서를 짜깁기해 지도를 그린다면, 러브는 수만 킬로미터를 걸으면서 오로지 현장을 지향하고, 오로지 암석만 보며 지도를 완성한다. 암석의 구조를 통해 그것이 암시하는 움직임을 알아내는 게 그의 목표다.
4권 『캘리포니아의 지질학적 형성』은 1993년에 발표됐다. 캘리포니아는 활발한 구조 운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맥피가 집필을 시작한 1989년에는 로마프리에타 지진이 일어났고 빅베어와 랜더스, 조슈아트리에서도 연달아 지진이 일어났다. 이곳을 함께 여행한 인물은 구조지질학자 엘드리지 무어스로, 맥피는 그의 생각과 여정을 따라 캘리포니아주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해본다. 무어스의 구조 운동 가설이 중요한 참조점이 되는데, 무어스는 판구조론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그 안에서 이전 세계를 재구성하는 중이다.
이렇게 네 권의 책은 구조적인 습곡산맥, 애팔래치아산맥 지대의 계곡과 단층, 로키산맥과 서부의 외진 곳과 같은 미국 동부와 서부의 양 끝에 위치한 극적인 암석 지형을 다룬다. 그 사이사이로 인물과 생각들이 번갈아 나타난다. 마지막 5권 『크라톤을 가로질러』는 북아메리카 대륙 중부에 관한 것이다. 미국 중부의 지표에는 드러난 암석이 거의 없어 난관이었는데, 이를 돌파할 방법으로 맥피는 지구물리학을 파고든다. 그리하여 샤이엔과 시카고 사이를 둘러보면서 이곳이 선캄브리아 시대에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해왔는지를 확인한다. 현재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암석은 40억 년 가까이 됐다. 이는 지구의 나이와 6억 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5권에서 이야기는 최초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방향을 돌려 호상열도가 부착되어 작은 크레이톤들이 형성되는 시생누대로 나아간다.

대단히 두텁고 역설로 가득한 책

총 다섯 권의 이야기가 합쳐지자 『이전 세계의 연대기』는 대단히 두껍고, 사실과 멋진 표현과 근엄하게 던지는 역설로 가득한 책이 됐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당연히 갖가지 암석 이름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루이 아가시와 제임스 허턴 같은 선구적인 과학자들이 깜짝 등장해 살아 있는 전문가들을 보완하기도 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데이비드 러브의 어머니다. 꼬박꼬박 일기를 써온 이 총명한 개척지 여성의 기억은 『평원의 융기』의 서사 구조를 이끌어나간다. 아득히 오랜 시간과 켜켜이 쌓인 암석을 통과해나가는 긴 설명의 여정에는 캘리포니아의 황금광 시대, 원주민 처녀 위노나의 전설, 1989년의 샌프란시스코 지진으로 인한 고속도로 붕괴와 같은 여담도 곁들여진다.
암석을 따라 하는 여행은 지표면을 걸으며 역사 여행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암석을 공부하는 것은 지구 역사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다. 암석은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다. 애니타는 “암석은 책이다”라고 말한다. 저마다 다른 말과 문자로 쓰여 있지만 지질학자들을 비롯해 사람들은 그것을 읽는 법을 배운다. 가령 화성암은 그것이 용융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바뀐 온도와 그런 일이 일어난 시기를 알려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퇴적암의 색깔, 알갱이의 크기, 물결 자국, 사층리는 퇴적 환경의 에너지에 대한 단서가 되어 그 지층이 퇴적된 강의 특성이나 물살의 방향, 세기 같은 것을 알려준다.
‘태초에 기반암이 있었고, 세상은 그 위에서 커나갔다.’ 이 금언 같은 말을 펼쳐서 보여주는 이 책은 방대한 분량으로 매우 과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인 글쓰기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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