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
홀로서기라는 풍랑 위에서 부유하다 빈곤의 낭떠러지까지 떠밀린 청년의 삶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하타노 도모미는,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다. 도시 여성들의 고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감정8호선』의 드라마화로 주목받았고, 작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십 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홈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신을 기다리고 있어』로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한 계약직 여성이 실직 후 홈리스로 내몰리는 과정을 통해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 청년과 여성 빈곤, 사회 안전망 바깥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일일 아르바이트 현장의 실상, 빈곤 여성의 일상, 가정붕괴와 복지제도의 문제점이 실감나게 와닿는 건 작가의 경험에서 기반한 것일 테다. 보통의 일상에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내면과 절망적 심정을 세심하게 묘사함으로써, ‘이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처절한 현실과 그럼에도 소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구원의 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문구 회사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하는 ‘미즈코시 아이’. 근로계약 당시에는 노동자파견법에 의거해 ‘3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으나, 때가 되자 경기 불황을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받는다. 경력이 있으니 이내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갑질·성희롱·열악한 근무환경·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곳을 피하고 보니 거짓말처럼 시간은 흘러 백수인 채 실업급여 수령 기간이 끝나버렸다. 여름은 선풍기로만 버티고, 초겨울 감기에 약도 안 사 먹고, 내다팔 수 있는 건 죄다 팔아 돈을 마련해 근근이 생활했지만, 도미노 무너지듯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줄어들어 결국 집세를 내고 나면 밥을 먹지 못할 형편에 이른다. 26세 계약직 여성 미즈코시 아이는 그렇게 홈리스가 된다.
살 곳과 입을 옷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다. 오늘날 일본에서 아사라니,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집세보다는 식비를 선택해야 한다. (46p)
만약 원피스를 사지 않고 1만 엔을 잘 간직했다면 홈리스가 되지 않았을까. 파견사원 시절에 구두도 가방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 온천 여행도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연립주택에서 살 수 있었을까. 친구들도 안 만나고 일만 해야 했을까. (208p)
당분간 의지할 곳 하나 없을까 싶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이러한 사정을 온전히 이해해줄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재혼한 아빠와는 절연 상태다. 그동안 쌓아온 관계들이 얄팍하게만 느껴지고, 친구의 질문 공세나 어쭙잖은 동정에 시달리느니 24시간 만화 카페로 향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보금자리의 무너짐과 인간관계의 헐거움까지 직시한 채 주인공은 한두 철 옷가지만 겨우 챙긴 여행가방을 끌고 길 위에 홀로 선다.
“빈곤 여성의 현실 그 자체다.”
“하타노 도모미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앞일이 자꾸 궁금해져서 흥미롭게 술술 읽었다.”
“극심한 빈곤의 상황을 섬뜩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낸 점에 전율하며 읽었다.”
“때로는 분노하고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감동하며 읽었다. 다양한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신을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돕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