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와 콜럼버스, 뉴턴과 다윈
과학사의 굵직한 사건을 아우르는 풍부한 관찰
『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는 고대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과학사를 다룸으로써 과학사 전반에 대한 교양을 익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통념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과장된 고대와 중세의 무지
◇콜럼버스 이전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콜럼버스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지 지구는 평평한 구조로 받아들여졌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로마 때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어느 정도 통용되는 믿음이었다. 이 믿음은 다소 철학적인 이유에 기반하고 있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구형 증명에 따른 과학적 추론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아우구스티누스, 히에로니무스, 암브로시우스를 비롯한 초기 중세 시대의 주요 교부들 역시 지구가 구형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통념은 지구를 둥글다고 이해하는 것을 근대성의 기준으로 삼고, 근대 이전과 이후 인간의 지식이 놀라우리만치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유통되는 이야기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지구의 위상을 추락시키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후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가 의심을 받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여전히 신이 ‘우리를 위한’ 우주를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태양 중심 천문학을 옹호하는 근대 초기 학자들 또한 성경과 새로운 천문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발견 뒤의 조력자
◇틀어박힌 과학자 뉴턴을 도운 정보 네트워크
케임브리지, 런던, 링컨셔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은 뉴턴의 생애는 그의 과학적 업적이 모두 고독 속에서 탄생한 천재적인 것이라고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거주지를 잘 벗어나지 않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뉴턴은 많은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사회의 여러 곳에서 활동하는 이들로부터 뉴턴은 정량적인 데이터들을 제공받았다. 찰스 다윈 역시 진화론의 증거를 영국 황실 정보망을 통해 제공받은 바 있고, 수많은 자연철학자들에게 자신의 이론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뉴턴과 다윈은 고립된 천재가 아니다.
남들에 비해 잘 돌아다니지도 않았던 뉴턴이 어떻게 조수의 변화나 진자의 길이, 만유인력 탄생에 일조한 혜성의 위치 등과 같은 제각각의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그는 분명 무역 회사, 예수회 선교사, 천문학자, 그리고 문학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뉴턴은 먼 곳으로 심부름꾼을 보내 필요한 정량적인 자료들을 수집하거나, 자연철학자나 천문학자, 선원, 조선소 직원, 상인으로부터 각지의 정보를 받았다. (…) 이런 정보 릴레이는 정보와 정보 제공자 둘 다 신뢰성을 검증받아야 했기 때문에 단순한 공 주고받기가 아니었다. 즉 뉴턴의 자연철학은 영국의 상업혁명과 이의 일부분인 세계 무역망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259쪽)
주류에서 밀려난 과학의 계보들
◇진화 이론의 또 다른 계보였던 형태학
자연선택을 중심으로 한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체의 변종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개념이라고 받아들여진다. 다윈의 진화론이 진화에 관한 거의 모든 이론을 포괄하고 있다고 이해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윈을 비판했던 구조주의자 리처드 오언은 다윈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진화론자였다. 18세기부터 있었던 종의 기원에 대한 구조주의적 접근은 결정학, 형태학이라는 학문 분과로 나타났으며, 성장과 형태의 역학에 관심을 가지고 내부 형태의 건축학적 논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18~19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구조주의는 독일의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정치 상황과 맞물려 그 전통을 이어가지 못했다.
과학교육계의 오래된 이슈들을 재조명하다
‘과학의 본질’과 그 과정을 이해하기
과학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는 일은 새로 과학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오언 긴그리치, 『신의 행성God's Planet』 저자
이 책의 공동 편저자 로널드 L. 넘버스는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과학사 및 의학사 교수로 국내에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 『창조론자들』 등으로 소개된 바 있다. 넘버스는 과학과 종교가 언제나 반목해왔다는 통념에 맞서, 인류 문명을 관통해온 과학과 종교 두 영역의 관계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과학사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과학 및 과학교육계의 오래된 이슈들, 그러나 누구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던 사실들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이러한 통념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것은 과학의 현재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임을 짚는다. 또 다른 공동 편저자, 제네바 대학교의 과학교육학 연구원 코스타스 캄푸러키스는 시민들, 학생들이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은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교육학자로서 잘못된 통념들을 바로 잡고자 이 책을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