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당시 초판 10만 부 발행을 기록한 E. L. 닥터로의 대표작
국내에 소개되는 닥터로의 세번째 작품
현대 미국의 걸작! _존 르 카레
눈을 뗄 수 없다… 완전히 넋을 빼놓는다… 잊을 수 없다. _타임
자정에 딱 한 페이지만 읽고 자자고 다짐하지만, 시간을 보니 어느새 새벽 세시인 바로 그런 책이다. 빌리 배스게이트는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에 시를, 홀든 콜필드에 열정과 기백을 더한 인물이다. _앤 타일러, 뉴욕타임스 북 리뷰
굉장히 놀랍고도 서정적인 이 소설에서 닥터로는 세상과 마주한 하위층 소년의 서사적 목소리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래그타임』 『룬 호수』 『세계 박람회』의 주인공들을 능가한다. _퍼블리셔스위클리
향수병에 젖은 그저 또하나의 갱스터 로맨스가 될 뻔한 작품이 끝내 진정한 깊이를 획득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를 그리는 닥터로의 비교할 수 없는 마법적 기술로 형성되었다. 이 책은 그저 우리를 계속 당기고 또 당긴다. _커커스 리뷰
작품의 맹렬한 에너지, 가차없는 아이러니, 그대로의 날것을 잊을 수 없다. _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세상을 마주한 15세 소년의 열광적인 서사시,
통속 범죄 스릴러를 예술로 승격시킨 작품
『빌리 배스게이트』는 통속 범죄물을 예술로 승격시킨 작품이라 평가받는데, 그 예술성은 먼저 주인공 빌리의 언어에서 기인한다. 소년 시절을 회상하는 그는 섬세하고 예리한 언어로 쉼없이 가지를 뻗어나가며 빈틈없이 꽉찬 서사를 구축한다. 닥터로는 길게 연결되고 옆으로 빠지는 문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기 소년의 예리함과 두려움, 감정적 반응들을 그 안에 붙들어두었다. 소설가 앤 타일러는 빌리에 대해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에 시를, 홀든 콜필드에 열정과 기백을 더한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빌리는 세탁공장에 다니는 정신이 약간 이상한 엄마와 둘이서 브롱크스 빈민가에 사는 15세 소년이다. 동네는 악명 높은 갱 ‘더치 슐츠’의 근거지였고, 꾀죄죄한 아이들은 슐츠의 불법맥주 창고 앞에서 늘 빈둥거렸다. 어떻게든 그의 눈에 띄어 갱단에 들어가, 잔소리하는 엄마와 손찌검하는 아빠 앞에 돈다발을 던져주겠노라면서. 그중에서도 빌리는 타고난 민첩함으로 매일 저글링을 연습하며 이목을 끄는 존재였고, 운명처럼 더치 슐츠의 눈에도 들게 된 그날 이후 얼떨결에 커피 심부름, 서류 배달, 돈 배달 등을 하다가 살인 공모자의 처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섹스하고 살인하는 갱들의 맹렬한 삶에 흘러들어간 소년은, 진땀과 메스꺼움으로 몰려오는 공포만큼이나 자신의 내면이 이 끔찍한 힘의 야만성을 숭배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당대 가장 살벌한 총잡이들의 세계에 과감하게 발을 내디딘다.
한편 이 작품이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로 일컬어지는 측면에는 이야기의 ‘구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소설은 갱단의 이인자 보 와인버그가 밤바다 위 예인선으로 끌려가 시멘트통에 발을 담근 채 처단당하는 장면을 소년 빌리의 눈으로 생생히 묘사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빌리가 갱단에 들어가게 된 시점으로 돌아가 풋내기 갱단원의 격렬한 경험담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그러는 가운데 이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갱단 내부의 생존논리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비로소 자신의 눈과 머리로 깨달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마침내 ‘한 세계’를 손바닥 위에 놓고 조감하게 되는 소년의 성장기가 탄탄한 짜임새 안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성장기의 끝에는 ‘유능한 아이’라 불렸던 빌리의 유쾌한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뉴욕의 빈민가,
소년의 눈으로 본 시대의 어둠과 갱스터들의 삶
이 작품은 소년 빌리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1930년대 뉴욕의 실존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갱단 두목 더치 슐츠, 이인자 보 와인버그, 회계 담당 아바다바 버먼 등은 전부 실존인물이며, 전개되는 스토리 역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계급간 불평등이 심화되어 그 여파가 농업, 공업, 금융 등 경제 전반을 강타하면서 대공황을 맞이한다. 빌리가 살던 뉴욕에서는 실직한 빈민가 남자들이 거리에 나와 빈둥거리기 일쑤였고, 아이들은 노면전차에 매달려 무임승차로 돌아다니며 갱단에 들어가 큰돈을 버는 삶을 동경했다.
한편 빌리가 슐츠의 갱단에 섞여들었을 때는 마침 갱단이 전성기가 아닌 위기의 길을 걷고 있을 시기였다. 연방정부가 탈세 혐의로 슐츠를 수배중이었고, 갱단 사업에서 범법 증거를 확보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조직이 정상적인 수법을 구사할 수 없을 때야말로 자신이 유용하게 빛날 것임을 알게 된 소년 빌리는 정식 멤버로 인정받기 위해 영리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불법로토와 불법맥주 사업, 레스토랑 갈취, 유리창닦이 노조 이용에서 민주당 부패조직에 뇌물 배달까지 당대 암흑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돈으로 돈을 벌고, 쾌락과 믿음을 사고, 서로 죽고 죽이는 삶의 공포와 환희를 맛본다.
비상한 15세 소년이 통과하는
어른의 세계, 그리고 풍요의 세계
이 영리하고 기민한 소년이 성장통을 겪으며 격렬하게 통과한 건 악랄한 범죄의 세계만이 아니다. 반대선상에 있는 사랑과 풍요의 세계가 함께 그를 성숙하게 했다. 두목 슐츠의 여자 드루 프레스턴의 감시를 맡은 빌리는 상류층 여인의 삶을 엿보게 되면서 막대한 부富와 강렬한 성애를 알아간다. 슐츠가 빌리에게 ‘언어’를 주었다면, 드루는 빈민가와 암흑가의 정반대에 있는 ‘풍요와 가능성’을 알게 했다.
한편, 집 나간 아빠 대신 정신이 약간 이상한 엄마에 대한 책임감을 품은 채 범죄의 세계에 기생하면서도 풍요롭고 따뜻한 동네 시장 ‘배스게이트 애비뉴’를 잊지 않는다. 슐츠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된 와중에 빈민가 소년이 가명으로 선택한 성 또한 풍요의 거리 ‘배스게이트’였으며, 이 간극은 정전기를 일으키며 이 소년의 삶이 격렬한 잠재력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