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 원서명
- OH WHAT A PARADISE IT SEEMS
- 저자
- 존 치버
- 역자
- 김승욱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6-11-17
- 사양
- 152쪽 | 128*188 | 양장
- ISBN
- 978-89-546-4298-9 03
- 분야
- 장편소설
- 정가
- 11,5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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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존 치버가 바로 문학의 천국이다."_
문학으로 들끓고 문학에 취했으며 문학 그 자체인 삶을 살았던 작가, 존 치버. 넘치는 창작력으로 160여 편의 단편과 5편의 장편을 발표한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단편소설의 대가. 암 투병중이던 1982년 3월, 그는 생애 마지막 장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를 발표한다. 이 책을 출간하고 6주 후, 1982년 4월 27일 그는 미국 예술아카데미로부터 문학부문 국민훈장을 받았고 같은 해 6월 18일 7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주인공 레뮤얼 시어스는 "낭만이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이자 아무리 추워도 오버코트를 포기하지 않는 계급의 남자이다. 그는 겨울마다 뉴욕 근교의 비즐리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를 즐긴다. 그는 그곳이 타락한 세상에 남은 유일한 천국이자 때묻지 않은 순수의 성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천국이 사라지는데……
★ 선정 "최고의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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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지은이 존 치버 John Cheever 1912~1982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평생 동안 끊임없이 글을 쓰고 외로움을 느끼고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고 또 후회하는 삶을 살았던 작가. 1912년 매사추세츠 주 퀸시에서 태어났다. 세이어 아카데미에서 제적당한 경험을 소재로 한 단편 「추방」을 발표하면서 열여덟 살에 등단했다. 다양한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및 대학 방문교수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 작품집『어떤 사람들이 사는 법』(1943)을 필두로 『기괴한 라디오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1953) 『여단장과 골프 과부』(1964)를 비롯한 여러 작품집을 펴내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후기로 접어들어 장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첫 장편 『왓샵 가문 연대기』(1957)로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속편 『왓샵 가문 몰락기』(1964)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며 윌리엄 딘 하우얼스 메달을 수상했다. 이후로도 현대인의 소리 없는 절망과 복잡한 삶의 양상을 그려낸 『불릿파크』(1969) 『팔코너』(1977) 등의 뛰어난 장편을 발표하였으며, 특히 『팔코너』는 <타임> 선정 영문학 100대 작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1978년에 출간한 『존 치버 단편선집』은 12만 5천 부가 팔려나가며 치버에게 일약 세계적 명성을 안겼고 이 책으로 퓰리처상(1979), 전미비평가협회상(1979), 전미도서상(1981)을 모두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암 투병중이던 1982년 3월 마지막 장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를 출간하고 4월 27일 카네기홀에서 미국 예술아카데미로부터 문학부문 국민훈장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18일 70세를 일기로 뉴욕 주 오시닝에서 사망하기 6주 전의 일이었다. 평생 160여 편의 단편을 발표한 "단편소설의 거장"이자 "최고의 문장가" 존 치버는 매사추세츠 주 노웰에 잠들었다.
옮긴이 김승욱
성균관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스토너』 『그들』 『사형집행인의 딸』 『왓샵가문몰락기』 『왓샵가문연대기』 『분노의 포도1, 2』 『살인자들의 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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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차례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009
존 치버 연보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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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존 치버가 바로 문학의 천국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단편소설의 대가, 최고의 문장가 존 치버. 열여덟 살에 등단한 뒤, 평생 동안 끊임없이 글을 쓰고 외로움을 느끼고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고 또 후회하는 삶을 살았던 작가. 그는 넘치는 창작력으로 160여 편의 단편과 5편의 장편을 발표하면서도 언제나 작가로서의 자기 재능을 의심하며 자괴감에 빠졌고,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작가였다.
암 투병중이던 1982년 3월, 그는 생애 마지막 장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를 발표한다. 평생 작가로서 완벽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좌절했던 그가, 현대인의 내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작품들로 극찬받았던 그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을 출간하고 6주 후, 1982년 4월 27일 그는 미국 예술아카데미로부터 문학부문 국민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18일 7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타락한 세상에 남은 유일한 천국,
그곳에 닥친 재앙
종종 주간신문에 미확인 비행 물체를 보았다는 기사가 실리는 마을, 패스트푸드 체인점도 없고 오래된 저택들이 보수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 재니스. 이 마을에는 비즐리 연못이 있다. 언젠가 바로 이곳, 비즐리 연못의 수질 문제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 사건이 있었다.
레뮤얼 시어스는 뉴욕 시내의 이스트 78번가에 사는 노인이다. 그는 ‘낭만이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였고 전쟁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했다. 또한 아무리 추워도 오버코트를 포기하지 않는 세대와 계급에 속했다. 그는 겨울마다 비즐리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를 즐겼다. 스케이트를 타며 18세기나 19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이 그린 풍경화를 떠올렸고, 그 옛날 스케이트를 타고 사냥을 했던 원시인을 떠올렸다. 여느 외로운 도시민과 마찬가지로 집이라 해봤자 ‘텅 빈 방과 텅 빈 침대’가 전부인 그였지만, 스케이트를 타며 비로소 진정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어스는 그곳이 타락한 세상에 남은 유일한 천국이자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성지라고 생각한다.
그는 스케이트를 타고 또 탔다. 쾌속함의 기쁨이, 아까 아가씨의 말처럼, 천상의 것 같았다. 길게 뻗은 검은 얼음 위를 흔들흔들 미끄러지다보니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춥고 긴 여행 끝에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잘 알고 사랑해주는 곳, 방에서는 램프가 빛나고 화덕에서는 불이 타오르는 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_본문 15쪽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천국이 사라진다. 비즐리 연못이 쓰레기 매립지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곧장 변호사를 선임한다. 도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시어스의 천국, 비즐리 연못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당신은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시어스는 은행에서 우연히 르네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그는 이미 나이도 많고 두 번의 이혼 경력까지 있었지만 여전히 열렬한 사랑을 꿈꾸는 남자였다. 부동산 광고지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부동산 중개인인 듯했고 나이는 서른다섯이나 마흔 살쯤 되어보였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이상 사랑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던 그에게 르네의 외모는 가장 활기차고 밝은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영화에서 남녀가 열렬히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는 혹시 자신이 내일이나 모레쯤 그 세계를 떠나야 하는 것인가 하고 고민했다. 거리에서 연인들이 깊은 애정을 품고 포옹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쁘게 걷는 모습을 볼 때면, 아주 순간적인 일이기는 해도, 자신의 나이가 생각났다. 그가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은 데에는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_본문 21쪽
어떻게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구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집을 구하고 있다며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며칠 뒤 르네의 안내에 따라 함께 아파트를 보러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시어스의 마음에 드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거기다 어느 아파트에서는 침실 문이 열리지 않아 르네가 애를 먹었다. 그 문은 끝까지 열리지 않았고, 르네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시어스는 당황했지만 르네를 꼭 안아준다. 이 닫힌 문처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녀를 실망시키고 좌절하게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위로를 보내며.
시어스가 르네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다. 르네의 태도가 갑자기 차갑게 변해버렸다. 평소에도 “당신은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말을 자주 했던 그녀였지만 시어스로서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를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매정하게 떠나버린다.
그는 언젠가 출장으로 다녀온 적이 있는 발칸 반도를 떠올린다. 난방이 되지 않는 호텔방과 낡고 악취 나는 계단, 그리고 더러운 제복 차림의 웨이트리스. 시어스는 독재정부의 횡포 아래 외부와의 모든 소통이 단절된 곳, 상대를 이해할 것 같은 표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곳으로 자신이 무기력하게 옮겨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림받았다는 느낌, 의지할 곳이 아무데도 없다는 느낌이 그를 휘덮는다.
시어스는 생각이 개방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 밑에서 자랐다. 따라서 그렇게 쓸쓸한 산악도시가 그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이유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적의가 진정 낯선 사람이었는데도, 그 순간에는 적의가 자신의 고향처럼 느껴졌다. _본문 65쪽
그렇게 르네가 떠나고, 시어스는 또 우연찮게 그녀의 아파트 엘리베이터맨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에게서 천국을 느꼈던 그였기에, 그리고 그런 연인들을 쉴새없이 만나왔던 그였기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의외의 충동을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결코 존립할 수 없는 양가적 욕망이 공존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 사이에서 길을 잃었음을 깨달은 시어스는 은밀히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거야.”
새미 살라조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이발사이다. 어느 겨울날, 이발소에 손님이 하나도 없던 날이었다.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았다. 저녁식사도 없었다. “당신이 주는 돈으로는 개밥밖에 못 사”라는 아내의 말에 화가 난 그는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본보기로, 키우던 개 버스터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아내 마리아는 새미의 삼촌 루이지에게 달려가 사정한다. 새미가 개를 쏘아 죽였다고, 이게 다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제발 우릴 도와달라고. 다음날 새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으로부터 비즐리 연못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사람들에게서 사용료를 징수하는 일을 제안받는다. 그날로 새미는 이발소 문을 닫고 비즐리 연못으로 나간다.
버스터가 살해당하던 그날, 새미네 가족의 옆집에 사는 벳시도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남은 음식을 먹으러 찾아오곤 하던 늙은 개 버스터를 처참히 살해한 샘을 증오했다. 벳시는 대형 상점인 바이브라이트에서 쇼핑하기를 즐겼다. 집에 아이들만 남겨두고 온 터라 마음이 급했던 어느 날, 벳시는 얼른 필요한 물건들을 골라 계산대로 향했다. 샘의 아내인 마리아 살라조도 그날 상점에 나와 있었다. 그녀는 그날 유난히 돈을 두둑이 가져와 기분이 아주 들떠 있었다. 그래서인지 카트에 물건이 잔뜩 쌓여 있는데도 소량 계산대로 향했다. 마리아가 벳시를 앞질러 지나갔고 계산원이 그녀의 물건을 먼저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벳시와 마리아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몸싸움까지 하게 되었고 나란히 상점에서 쫓겨났다.
“다른 사람들의 친절을 이용하는 사람은 도저히 못 봐주겠어요. 그런 건 파시즘이나 마찬가지야. 저 여자가 법을 어긴 건 아니죠. 그저 우리들이 너무 친절해서 잠자코 있을 뿐. 여기에 아홉 가지 품목이라는 팻말을 붙여둔 이유가 뭐겠소? 모든 사람이 이 상점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게지. 당신은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과 같아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훔친다는 것이 다를 뿐. 이 가게의 물건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훔치는 거요.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거야.” _본문 72쪽
“그는 길을 잃은 것 같았다. 확실히 길을 잃었다.”
슈퍼마켓에서의 소동 이후, 벳시 가족은 함께 해변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화창한 여름날이었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늦은 오후가 되어 해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벳시 가족도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뜨거운 햇살에 지친 남편을 대신해 벳시가 운전대를 잡고 출발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가 막히기 시작했고 벳시는 교차로가 가까워졌을 때 헨리와 운전을 교대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아기 빙시를 캐리어째로 교차로에 내려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명 벳시와 헨리가 서로 자리를 바꿀 때였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 후 헨리는 아기를 찾아 급히 차를 몰고 나갔다.
그리고 마침 환경운동가 호러스 치숌도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요즘 그의 최대 고민은 비즐리 연못 문제였다.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사회구성원들의 책임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과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돈에 매수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집에 돌아가도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도 없었다. 그는 사무치게 외로웠다. 누구라도 곁에 붙들어두고 싶었다.
유목생활의 고독한 환상 속에서 그는 남자와 여자가 주로 불빛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세계를 상상했다.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어스름이 내리기 한 시간 전에 주차등을 켜서 나긋나긋하고 낭만적인 성격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청혼할 수 있는 세계. _본문 111쪽
그리하여 시어스, 새미, 마리아, 벳시, 치숌의 이야기가 불가해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시어스가 그토록 골몰했던 비즐리 연못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벳시에게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 고리는 바로 치숌이었다. 이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떤 방식으로 비즐리 연못 문제에 얽히게 된 걸까?
이 얼마나 불가해한 인생인가!
: 욕망과 욕망 사이를 방황하는 어느 인간의 자화상
주인공 시어스의 모습은 작가 존 치버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치버 역시 양성애자였고, 평생 그런 성향을 감추며 살았다. 그는 세상에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욕망에 괴로워하고 자책하면서도 다른 남자들을 만났다. 또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술 마시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이성애와 동성애, 더 나은 글을 쓰려는 욕망과 알코올중독 사이를 끊임없이 방황하면서도 오히려 그 사이의 고통과 갈등을 직시하고 이를 글로 승화한 작가였다.
시어스도, 치버도 모두 자신의 양가적 욕망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욕망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고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에게 그들의 욕망이 불가해한 어떤 것이었듯이, 이 작품속의 사건들도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비즐리 연못의 천국이 파괴되고 복원되는 과정 전체가 모두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것 하나 인간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없다. 천국을 복원하려고 고군분투했던 시어스의 노력이 우스워질 만큼 뜻밖의 사건들이 그 과정에 개입하고 서로 긴밀한 영향을 미친다. 각각의 사건들은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도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채 앞일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양상으로 나아간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그런 것처럼.
<허핑턴 포스트> 선정 ‘최고의 마지막 문장’
도입부와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는 작품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문장은 <허핑턴포스트> 선정 ‘최고의 마지막 문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평생을 지독한 자기분열과 고통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치버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런 게 아닐까. 인생이란 얼마나 불가해한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우연들이 우리의 인생과 인류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사이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하고 외로운지.
인간의 삶을 주무르는 것은 바로 우연이다. 그리고 치버의 마지막 작품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는 이 우연의 서사를 그만의 날카로운 문체와 세련된 기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치버의 딸 수전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독자들의 시각을 바꿔주는 작가였습니다. 그의 책을 읽고 고개를 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일 거예요.” 겉으로는 ‘중산층 신사’의 옷을 입고서 끊임없는 자기모순에 시달렸던 치버, 그가 삶의 끝에서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깨달음은 우리가 보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추천사
존 치버는 마력을 가진 리얼리스트이며 그의 목소리는 전후 미국문학의 그 어떤 선도적인 목소리보다 풍성하고 탁월하다. –필립 로스
치버가 쓴 최고의 장편이다. 그 깊이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존 업다이크
이게 바로 치버이다. 완벽하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
인생의 눈부신 에피파니. 노년과 향수, 상실에 대한 멋진 이야기.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대가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치버 같은 작가는 어디에도 없다. -<시카고 트리뷴>
책 속에서
그런데 말이죠, 지난주에 세금을 내러 갔을 때 어땠는 줄 아십니까? 거긴 정부 건물이었습니다. 내 세금이 들어간 건물이에요. 그런데 벽에 ‘금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붙어 있는 거예요. 내가 거기서 담배를 피울지 안 피울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안답니까? 내가 오줌을 쌀지, 방귀를 뀔지, 거시기를 세울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요? 금연해주셔서 감사하다니. 그 사람들이 뭐라고 그렇게 간섭합니까? 숨을 쉬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말도 할 일이지…… _본문31쪽
그래서 그녀가 울기 시작했을 때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물론 닫힌 문 때문에 그녀를 위로하려던 것이 아니라, 아서를 비롯해서 그녀가 인생에서 맛본 모든 실망을 위로하고 싶어서였다. _본문 36쪽
옛날이 더 좋았다, 세상은 점점 나쁘게 변해간다, 서구세계에 점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도덕과 지성의 어둠을 돌이킬 길이 없다. 스스로 가을의 황혼을 만들어내고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지루한 일이었을까! _본문 50쪽
그는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침대에서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 어긋난 홈통에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밭과 정원과 지붕과 여러 도시의 뒷마당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받았던 축복을 헤아렸다. _본문 51쪽
시어스는 성기를 바지 속으로 집어넣으면서 자신이 역사를 주무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_본문 61쪽
내 나이의 남자에게 사랑이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요즘 나는 아주 짧은 사랑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에드와도가 누군가의 대용물이라는 말씀에는 솔직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에드와도 덕분에 내게 익숙하지 않은 여러 가지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으니까요. _본문 88쪽
튀김은 축제와 명절의 음식이었다. 또한 연인들, 도박꾼, 여행자, 유목민을 위한 음식이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고속도로들은 튀김을 마구 칭찬하고 찬사를 보냄으로써 인류에게 아직 역사가 없고 미래의 비전도 별로 없던 시절 떠돌이 사냥꾼들과 어부들의 기억을 계속 생생하게 보존했다. 튀김은 영적인 방랑자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_본문 99쪽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진심으로 순수성을 찾고자 하더라도 자신 안에서는 그것을 결코 발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_본문 99쪽
그는 길을 잃은 것 같았다. 확실히 길을 잃었다. 왕관도, 왕국도, 후계자와 군대도, 궁정 신하들도, 하렘도, 왕비와 함대도 잃어버렸다. 물론 그는 이런 것들을 소유한 적이 없었다. 어느 모로 보나 정서적으로 부정직한 사람이 아닌데, 왜 자신이 소유한 적도 없는 물건들을 잔인하게 빼앗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걸까? _본문 112쪽
"존 치버가 바로 문학의 천국이다."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문학으로 들끓고 문학에 취했으며 문학 그 자체인 삶을 살았던 작가, 존 치버. 넘치는 창작력으로 160여 편의 단편과 5편의 장편을 발표한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단편소설의 대가. 암 투병중이던 1982년 3월, 그는 생애 마지막 장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를 발표한다. 이 책을 출간하고 6주 후, 1982년 4월 27일 그는 미국 예술아카데미로부터 문학부문 국민훈장을 받았고 같은 해 6월 18일 7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주인공 레뮤얼 시어스는 "낭만이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이자 아무리 추워도 오버코트를 포기하지 않는 계급의 남자이다. 그는 겨울마다 뉴욕 근교의 비즐리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를 즐긴다. 그는 그곳이 타락한 세상에 남은 유일한 천국이자 때묻지 않은 순수의 성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천국이 사라지는데……
★ <허핑턴포스트> 선정 "최고의 마지막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