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아픔을 품고 차곡차곡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드라마
어린 나이에 ‘함께’가 아닌 ‘헤어짐’을 먼저 배우고,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Sunny』. 별아이 학원 아이들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마음을 파고든다.
길에서 주운 개구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이라며 한시도 떼놓지 않는 세이. 그런 세이가 괜스레 못마땅한 하루오는 몰래 개구리를 논에 풀어주지만, 이를 알아차린 세이가 울부짖으며 개구리를 찾는 모습에서 한 소년이 가진 외로움의 크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루오 역시 그런 세이를 말없이 바라보며 더이상 개구리를 가지고 괴롭히지 않는다. 별아이 학원에서 정반대의 성격으로 모범생과 말썽꾸러기를 대표하는 세이와 하루오. 그러나 도쿄에 있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몰래 운송트럭을 타려는 하루오를 쫓아가서 함께 가자고 말하는 세이를 보면 둘은 참 많이 닮았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갑내기,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살고 있다는 안타까운 공통점이지만, 자신을 닮은 누군가가 있어서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아닐지. 몰래 탄 운송트럭에서 잠이 든 하루오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꿈을 꾼다. 잠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 소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각자의 사정만큼 아픔의 종류도, 크기도 모두 다른 아이들은 마지막 역시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작가 마츠모토 타이요의 그림은 작품에 따라 그림체을 바꾸며 다양한 매력을 발한다. 탁구를 사랑하는 두 소년의 이야기 『핑퐁』에서는 거칠지만 스피드와 박력이 느껴지며, 타카라쵸를 누비는 두 악동의 이야기 『철콘 근크리트』는 역동적이고 공간의 흐름을 충실하게 표현하며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두 작품은 눈부신 ‘소년기’의 집합체를 완성하기 위한 예고편이 되어주었다.
작가는 데뷔할 때부터 줄곧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그리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때 함께였던 친구들에게 폐가 될까봐 작품으로 그리기까지 많이 망설였다고. 그의 나이 마흔이 지나, 지금이 아니면 시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읽고 있으면 마음 아프지만 오히려 그 모습에 치유되고, 짠하지만 따뜻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완성된 것이다.
별아이 학원의 아이들이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는 곳은 고물차 써니. 그 안에서 혼자 슬픔을 달래고, 외로움을 삭이는 아이들에게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장소. 따뜻한 집에서 부모님의 애정과 보호 속에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건 별아이 학원의 원장선생님과 아다치 아저씨이다. 외로운 아이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주는 온전한 아이들의 편. 아이러니하게도 친부모가 아닌 타인으로서의 어른이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니…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Sunny』에서는 아이들의 슬픔으로 동정을 유발하거나, 책임감 없게 느껴질 수 있는 친부모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부모와 살지 못하는 아이들의 일상을 그리며 차곡차곡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뿐.
가슴 속에 오래도록 간직해왔던 어린 시절의 경험, 마츠모토 타이요 독자의 그림체로 진심을 담아낸 따스한 그림과 뭉클하게 내려앉는 대사. 시간이 지나 별아이를 떠나게 되는 아이들처럼, 세월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낸 고물차 써니는 그들에게 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었을까. 이야기의 마지막에 하루오가 써니에 올라타 하늘을 나는 장면은, 앞으로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행복이 있다고 위로하는 듯하다. 써니의 이름처럼 빛나는 삶을 살아가라고― 작가는 이 장면으로 별아이 학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대신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늘을 나는 써니처럼 아이들 모두 자유롭게 훨훨 날아오를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