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모니카 페츠는 시나리오 작가,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자로 경력을 시작했다. 2010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화요일의 여자들』이 슈피겔 베스트셀러,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는 등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했고, 이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후속작 『칠 일간의 단식』 『화요일의 여자들, 전원에서』를 연이어 발표했다. ‘화요일의 여자들’ 시리즈는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독일어권에서만 1백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TV 드라마로도 반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새로운 의문과 함정이 따랐다!
자신감 없고 늘 위태로워 보이는 인상의 유디트, 의사 남편과 두 자녀를 둔 변호사로 말재간이 뛰어나 화요일의 여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이지적인 카롤리네, 약국 재벌과 결혼해 아낌없이 부를 누리는 귀부인 타입에 직선적인 성격으로 독설도 서슴지 않는 에스텔레, 전도유망한 의학도였지만 직업 대신 남편과 아이들을 선택해 주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에바, 모임의 막내이자 화끈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에 유명 디자인 회사의 디자이너지만 늘 형편이 쪼들리는 키키까지 이보다 더 다를 수는 없을 것처럼 개성이 강한 다섯 명의 여자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프랑스어를 함께 배우며 알게 된 후로 매달 첫 화요일 문화원 근처 레스토랑 ‘르 자르댕’에서 모임을 가지고 일 년에 한 번은 다 함께 여행을 즐기며 십오 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르 자르댕의 주인은 이번 화요일도 십오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여자들을 기다리지만, 웬일인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 시간 유디트는 암 환자로 임종을 앞둔 남편 아르네의 곁을 지키고 화요일의 여자들 역시 돌아가며 그들을 살피고 있다. 결국 아르네는 숨을 거두고, 이후 몇 달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극심한 무기력상태에 빠져 있던 유디트는 생전에 산티아고의 길 순례를 시작했던 아르네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순례 일기장을 발견하고서 자신이 대신 그 길을 끝까지 걷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의 목적지인 루르드에 도착해 일기장의 빈 페이지를 채워야 비로소 평온을 되찾고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친구들에게 전하고, 화요일의 여자들은 유디트의 순례길에 함께하기로 뜻을 모은다.
우여곡절 끝에 화요일의 여자들은 드디어 순례의 여정에 오르고,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 같았지만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뜻밖의 문제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갈림길에서 유디트와 카롤리네가 각각 아르네의 일기와 순례 안내서를 근거로 서로 반대 방향을 고집하고 나선 것. 미묘한 신경전 끝에 마지못해 뜻을 굽힌 카롤리네가 친구들과 함께 유디트를 따라가지만, 순례가 계속될수록 화요일의 여자들 모두가 깨닫게 된다. 아르네의 일기에 적힌 내용이 실제와는 다른 탓에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응답이 따른다는 건 순 헛소리고 자신들이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는 새로운 의문만 생길 뿐이라는 것을.
걸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덮어둘 수 있었던 온갖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들은 익숙한 일상을 떠나온 길 위에서야 비로소 또렷해진 각자의 문제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에바는 순례중 휴대전화기에 매달려 남편과 네 아이의 끊임없는 에스오에스에 끈기 있게 대답해주면서도, 늘 자기가 우선이었던 친정 엄마에 대한 반발심으로 식구들을 “제 양말 한 짝 구분 못하도록” 길들인 것은 아닌지 자문한다. 훌륭한 디자인을 완성해내 회사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에 일행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스케치북과 디지털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키키는 헤어진 연하의 애인이 순례길까지 쫓아오면서 또다른 문제를 떠안는다. 카롤리네는 미심쩍은 일기 내용을 맹신하는 유디트와의 갈등으로 불편해진 마음을 위로받고 싶지만 예상과는 다른 남편의 반응 때문에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결혼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유디트는 또 그녀대로, 왜 혼자 아르네의 길을 걷지 않고 친구들을 데려왔을까 후회하면서 그들의 말없는 비난과 끝없는 수다, 가시 돋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괴로워한다. 순례의 행복은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상황이 나보다 나쁘다는 걸 알게 되는 걸지 모른다고 자위하는 에스텔레에게도 문제는 있었으니, 바로 자꾸만 멈춰 서는 바퀴 달린 가방과 화끈거리는 손이었고, 화요일의 여자들을 “어둠 속에 헤매게 하는 그놈의 일기”, 유디트가 친구들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는 아르네의 일기였다.
소설의 처음, 아르네의 죽음 직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일기의 비밀은 깜짝 놀랄 만한 반전으로 이어진다. 과연 일기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아르네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했던 진실은 무엇일까? 또 이 때문에 파국으로 치달은 화요일의 여자들은 이 모든 걸림돌을 극복하고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루르드까지 50만 걸음, 이 길고 고된 순례길 끝에서 그들 각자는 무엇을 찾았을까?
유머와 감동, 팽팽한 긴장감까지
개성 만점 다섯 여자의 로드무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운 사십대 전후의 여성 캐릭터들일 것이다. 이들은 어딘가에 실제 모델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현실적이다. 모니카 페츠는 전업주부, 전문직 여성, 가난한 미혼여성, 부유한 중년여성 등 다양한 층위의 인물을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상황과 함께 그려냄으로써 보다 폭넓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또한 비밀스러운 사연이 있을 거라는 초반의 암시는 엄청난 몰입을 가져다주며,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비밀이 밝혀지는 흥미진진한 과정은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수려한 풍광 묘사, 빠른 장면 전환과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대사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더한다. 화요일의 여자들의 여정을 함께해온 독자들은 그들이 최종 목적지 루르드에 도착했을 때 느낀 카타르시스 역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유디트는 감동했다. 친구들의 얼굴 표정만 보아도 기운이 났다. 친구들의 조건 없는 애정에 가슴이 벅찼다. 만약 요즘 알게 된 사이였다면 이렇게 친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헤쳐온 십오 년 세월이 서로의 모든 차이를 사소한 것으로 만들었다. 유디트는 친구들의 끈끈한 애정을 이 순간처럼 강렬하게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_51쪽
살다보면 모든 것이 맞물려 하나의 크고 의미 있는 전체를 이루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순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섯 여자가 비행기에서 편히 자리를 잡는 사이 아르네의 시한폭탄은 이미 초읽기를 시작했다. 점화장치가 작동되었다. 사전경고에 해당하는 작은 징후들이 있었으나 다섯 여자 모두 그냥 지나쳤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싸구려 술로 건배했다.
“화요일의 여자들의 순례여행을 위하여!” _69~70쪽
카롤리네의 경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응답이 아닌 새로운 의문과 함정이 나타났다. 십오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내도 한 사람의 본질을 다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요 며칠 사이 깨달은 터였다. 아니면 순례길이라는 게 본래 그런 건가? 일상에서는 감춰져 있던 것들을 순례가 끌어내는 걸까? _214쪽
카롤리네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친구들을 지켜보았다. 친구들이 얘기하고, 손짓하고, 옥신각신하고, 웃고, 먹고, 마시는 모습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이 달라지긴 했지만. 카롤리네는 혼자 조용히 미소지었다. 이 순간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자기 자신과 세상이.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이. 내일이. _451쪽
▶ 언론평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인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이 드리운 문학적 로드무비. _쾰르너 슈타트안차이거 온라인
무엇 하나 같지 않은 다섯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_프로인딘
생기와 삶의 지혜를 담은 책. 모니카 페츠는 멋진 유머가 무엇인지 아는 작가다. _WDR
▶ 옮긴이 김라합
서강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일곱번째 파도』 『스콧 니어링 자서전』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주부와 돼지, 혁명을 꿈꾸다』 『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그림자 없는 사람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