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정거장 - 장석남의 시라고 하는 징검돌 난다詩방 4
- 저자
- 장석남
- 출판사
- 난다
- 발행일
- 2015-12-25
- 사양
- 반양장본 | 152쪽 | 224*130mm | 260g
- ISBN
- 978-89-546-3877-7
- 분야
- 시
- 정가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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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난다詩방 4권. ´시라고 하는 징검돌´이라는 부제를 붙여 출간한 장석남 시인의 시 산문집. 이 책은 장석남 시인이 시를 고르고 시를 읽고 시를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면으로 보자면 그가 완성해낸 한 편의 시라 할 수 있다. 총 129명의 시인과 총 129편의 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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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신서정파 시인. 장석남은 1965년 인천 덕적에서 출생하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방송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91년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마당에 배를 매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등의 시집과『물의 정거장』『물 긷는 소리』등의 산문집이 있다.
장석남 시인의 시에는 그리움이 있다. 시간과 내력을 꿰뚫는 그의 시선 앞에서 사물들은 그 내면에 숨긴 고독을 드러내고 돌아갈 고향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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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골대 안에 서 있는 시인
가을 이미지-조영서
가을 저녁의 시詩-김춘수
가을 햇볕-고운기
가정식 백반-윤제림
강의 안쪽에서-전동균
개봉동의 비-오규원
거지의 노래-김영석
경주 남산-이하석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송찬호
고향-장대송
공백이 뚜렷하다-문인수
과수원-이재무
구름-김수복
구천동九天洞-박태일
국립중앙도서관-고영민
그 꽃의 기도-강은교
기러기의 시詩-낙동강洛東江 12-이달희
기억해내기-조정권
길-류근
까치밥-이희중
꽃-이덕규
꽃다발-자크 프레베르
꽃은 언제 피는가-김종해
나는 늙으려고-조창환
나무들 5-김남조
나방-박형준
나비-김사인
나비의 문장-안도현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박연준
나의 노래-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냇물에 철조망-최정례
노래-엄원태
놋세숫대야-김선태
눈-이선영
느낌-이성복
다리 우에서-이용악
담론痰論-윤성학
담장-박용래
대관령행 완행버스-김창균
돌에-함민복
동안-이시영
들풀 옆에서-박재삼
뜻밖의 만남-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만추-고찬규
맨드라미-이병일
멀리 와서 울었네-정은숙
메아리-마종기
명기明器-이문재
모닥불-백석
모자-장철문
목수와 소설가-김용범
못을 뽑으며-주창윤
무논의 책-이종암
무밭에서-이상국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신경림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손택수
물음-천양희
바람의 씨-김재혁
바위꽃-정호승
반나절 봄-도광의
밥 생각-김기택
밥숟갈을 닮았다-최승호
밥해주러 간다-유안진
벼루를 닦으며-이근배
별-이병기
봄-이성부
봄날-도배일기 18-강병길
비-황인숙
비에도 그림자가-나희덕
빈집-김선우
사과 한 알-홍영철
사월 비-이제하
산속의 가을 저녁-왕유
새를 기다리며-전봉건
새우젓-윤후명
소금이 온다-김주대
소사 가는 길, 잠시-신용목
소월의 「산유화」-김소월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이면서-허난설헌
수면-권혁웅
수차-김중식
숲-정희성
슬픈 새-로버트 프로스트
시인-최승자
시인은-이한직
심산深山-유치환
쓸쓸한 화석-이창기
아버지의 쌀-우대식
아지랑이-조오현
안개의 나라-김광규
어느 거장의 죽음-노향림
어디로?-최하림
억새풀-이윤학
옛날 국수 가게-정진규
옛날 사람-곽효환
오미자술-황동규
옹관甕棺 1-정끝별
요를 편다-장석남
우물 치는 날-정인섭
원두막園頭幕-김종삼
유혹-황지우
은행나무-박형권
이런 고요-유재영
이런 꽃-오태환
입적入寂-곽재구
장금도의 춤-박남준
저녁별처럼-문정희
저녁이 눈뜰 때-장옥관
저수지는 웃는다-유홍준
점집 앞-장석주
종소리-서정춘
좌복-이홍섭
죽은 나무-최창균
지게-김영승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박상천
지리멸렬-허연
창밖에는-정양
책을 읽으며-못에 관한 명상 35-김종철
침묵-유승도
튤립-김영남
파도는-오세영
판화-신덕룡
폐점-박주택
풀 잡기-박성우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김민정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김수영
한 꽃송이-정현종
할머니의 새끼-신기섭
햇빛-이기인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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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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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떻게 읽을까요?
시는 이렇게 읽습니다!
시인 장석남의 시 읽고 시 쓰는 책
『시의 정거장』
한동안 시 해설서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 시인이나 한 소설가, 혹은 시를 좋아하는 어떤 이가 자신이 애송하는 시인들의 시들을 소개하고 그 감상을 적어나가는 형식의 책들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시 코너의 오랜 베스트셀러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곤 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해 어떤 시인의 어떤 시를 읽어야 할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이들, 그러니까 시를 좋아하기는 하나 시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독서 인구의 대다수라 할 때 그들에게 시로 건너가기 위한 징검돌이 되어준 책들이 그 안내서였던 것이 무시 못 할 사실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러한 시에 관한 기획서적들이 시집 매대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드문드문 출간된 적은 있으나 소개하는 시인과 시의 수가 턱없이 적고 대신 그림이나 사진으로 빈 페이지를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유는 있었습니다. 시 한 편을 인용할 경우 출판사와 시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저작권료가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시를 싣겠다는 재인용을 허락받기 위해서는 시인과 그 시인의 시를 관리하는 출판사에 각각 6만원과 3만원, 총 9만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한 권의 책에 최소 50편의 시가 실린다 해도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가 근 45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가 됩니다. 책의 장기 불황 여파에 시라고 예외가 있겠습니까. 더하다면 더할 어려운 살림살이가 시와 시집의 시장이기도 하지요. 그만큼의 목돈을 투자해서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보니 편집자들의 기획에 있어서도 시를 소개하기 위한 테마는 차츰 잊히게도 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신문과 잡지를 비롯해 시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여기저기 살아남아 그 명맥을 잇는 경우의 수는 다양해지기도 하였습니다. 골치 아픈 뉴스 등의 읽을거리 사이에서 나무의 심박동처럼 숨통이 되어주는 역할을 시가 한다는 판단들은 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시를 소개하면서 붙였던 시인들의 산문들이 고스란히 남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특히나 ‘시라고 하는 징검돌’이라는 부제를 붙여 출간한 장석남 시인의 시 산문 『시의 정거장』의 경우 과장을 좀 보태 말하자면, 시인의 시보다 더 아름답게 각인되는 문장들이 유기적으로 엉기면서 장석남 시인도 예상치 못한 시 한 편을 완성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장석남 시인이 시를 고르고 시를 읽고 시를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면으로 보자면 그가 완성해낸 한 편의 시라 할 수 있지요.
근 300편이 넘는 장석남 시인의 시 감상문 가운데 해당 시인의 시 없이도 읽히는 산문을 추려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장석남 시인이 인용한 시를 먼저 보지 않고 장석남 시인이 쓴 산문을 먼저 읽는 식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문장들은 인용된 시를 읽어야 이해가 갔습니다. 그러면 체에 걸러냈습니다. 읽으면서 무릎을 치게 되는 문장들은 인용된 시가 없어도 이해가 갔습니다. 그러면 접시에 담아냈습니다. 한 번의 읽기로는 자신이 없어 한 다섯 번 정도 읽으면서 걸러내고 담아내는 일을 하여 총 129명의 시인과 총 129편의 시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확인하게 된 사실 하나가 있는데요, 시 없이 시 해설을 단독의 책 한 권으로 꾸릴 수 있는 시인은 많지 않겠구나, 이는 정확한 문장과 적확한 단어와 시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예’와 ‘술’의 단내를 돋우게 하는 방법이 참 어려운데 그중 장석남 시인에게 탁월한 재능과 재주가 스몄구나, 알아버린 어떤 고개 끄덕거림이었습니다.
물음*
-천양희(1942~ )
모든 가정사는 씁쓸하고 불행을 포함한다. 모든 사생활은 들춰보면 서글픈 얼룩투성이다. 그래서 그것을 들추는 자나 들춰지는 자나 유쾌하지 않다. 먹고 배설하는 것이 거기 해당하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사랑하고 이별한다. 만고萬古의 진리다. 뜨거운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 아름다운 삶이지만 불행에 초점을 맞추면 추해지기 쉽다. 시를 쓰는 일이 불행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삶이 버거울 때 희망을 노래하기는 어렵다. 이웃이 아프고 산천이 아프고 내가 아플 때 희망을 노래하기는 힘겨운 일이다. 시는 질투가 아닌 사랑이니까. ‘무지개’가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일, 그것을 열망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기에 오늘도 경제적 가치로는 아무것도 아닌 시를 쓰고 노래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신경림(1936~ )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마비다. 생활을 되돌아보는 것을 잊는 것, 제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잊는 것, 연민을 잊는 것, 사감私感을 공분公憤으로 만드는 사악함, 내 안에 분명하게 똬리 틀고 앉은 악惡의 유혹, 그러한 것들은 한번 마비되면 온 정신으로 번져서 제 이익이 곧 선善인 사람이 된다. 교묘한 지식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세상에는 선하게 살려는 이를 집요하게 따라붙어 야유하고 숙덕거리고 유혹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어 있어 따로 구분할 수 없다. 어느 날 그 풍경 속에서 ‘깡총’ 뛰어나와 ‘나를 모르겠느냐’고 덤비는 것이다.
*『뿔』, 창비, 2002.
‘시 읽고 시 쓰는 책’이라면 자칫 시 읽고 시 쓰는 법에 있어 어떤 기술을 일러주는 팁 북이라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거라고 봅니다만, 저자 자신이 일러 이 책을 ‘웅얼거림의 책’이라고 할 만하다 한 것은 ‘웅얼거림’은 나는 알고 듣는 당신은 알아먹기 힘든 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알려주기 위해 읽기보다 내가 읽고 내가 웅얼거리기 위해 읽는 책, 그러다 방언처럼 터진 말이 시여도 좋고 시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런 만만한 내 책, 한 편 두 편 다른 이의 시를 읽고 같은 이의 시 감상을 좇아가면서 절로 내 몸에 새겨지는 시 읽고 시 쓰는 법을 내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책, 바로 그런 오묘한 책이 바로 장석남 시인의 『시의 정거장』이 아닐까 합니다. 시집을 전속력으로 질주해서 다 읽어낸다고 할 때 놓치는 장면들이 분명 있을 거잖아요. ‘정거장’이란 우리가 가는 목적지를 분명하게 알게 하고 그 가운데 ‘선다’라는 일로 우리의 나아감을 자꾸만 재고시켜주는 오브제이기도 하잖아요. 멈춰야 보이고, 서야 숨을 쉬고, 다시금 출발을 해야 뒤도 돌아보는 일, 그게 시의 또다른 정의가 아닐는지요.
세상에는 참으로 발 구르게 하는 멋진 시들이 많지요. 그들 가운데 장석남 시인이 골라 읽어냈다는 일은 시에 대한 그의 취향을 짐작하게도 하거니와 더 큰 기대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나비 말에 묻은 꽃가루만큼이나 적은 양의 시……”라는 대목에서 엿볼 수 있는 건 이러한 작업이 이 한 권의 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하는 대목이기도 하니까요. 다음 책을 벌써 기다리는 까닭입니다. 더불어 이런 방법으로 다양하게 시를 소개할 수 있는 다른 시인이 또 있다면 그마저도 설렘임을 아는 까닭입니다. 시란 무엇일까요? 일단은 읽어야 시고 써야 시란 말씀을 드립니다만!
우리는 세상을 건너간다. 어렵다. 세상을 건너는 방법 중에는 시라고 하는 것을 징검돌로 놓아가며 건너가는 방법도 있다. 시로 세상을 어떻게 건너겠다는 것인가?
우는 목구멍도 있고 떨어진 단추도 있고, 집세는 없다. 시는 그런 걸 단 한 가지도 해결할 수 없다. 그래도 인간은 세상을 건너가야만 한다. 건너가는 것은 건너가는 것이다. 삶을 버리겠는가?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시라는 징검돌을 디뎌 세상을 건너는 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 힘이 좀 미미하긴 하다. 미미하긴 할지언정 결정적이다. 시는 결정적이다. ‘시적’인 것으로 세상은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역사를 들여다보아 알게 되는 사실이다. 결정적일 때 늘 시가, 시는 아닐지언정 ‘시적’인 것이 있었다. 무용無用하되 개인과 역사의 휘돎의 순간을 위한 무용의 언술! 빛으로 자르는 희미함들…… 시의 행간이 빛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통은 잘 모른다……
-148쪽「시인의 말」에서
시인의 말
우리는 세상을 건너간다. 어렵다. 세상을 건너는 방법 중에는 시라고 하는 것을 징검돌로 놓아가며 건너가는 방법도 있다. 시로 세상을 어떻게 건너겠다는 것인가?
우는 목구멍도 있고 떨어진 단추도 있고, 집세는 없다. 시는 그런 걸 단 한 가지도 해결할 수 없다. 그래도 인간은 세상을 건너가야만 한다. 건너가는 것은 건너가는 것이다. 삶을 버리겠는가?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시라는징검돌을 디뎌 세상을 건너는 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 힘이 좀 미미하긴 하다. 미미하긴 할지언정 결정적이다. 시는 결정적이다. ‘시적’인 것으로 세상은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역사를 들여다보아 알게 되는 사실이다. 결정적일 때 늘 시가, 시는 아닐지언정 ‘시적’인 것이 있었다. 무용無用하되 개인과 역사의 휘돎의 순간을 위한 무용의 언술! 빛으로 자르는 희미함들…… 시의 행간이 빛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통은 잘 모른다……
세상에는 참으로 발 구르게 하는 멋진 시들이 많다. 아쉽게도 그중 나비 발에 묻은 꽃가루만큼이나 적은 양의 시…… 그에 감응(은 실로 컸으나)한 나의 옹색한 독백들을 엮는다. 일러 ‘웅얼거림의 책’이라고 할 만하다.
질서는 미덕이지만 강요된 질서는 괴롭다. 질서 없는, 시에 대한 나의 짧디짧은 감흥이 모든 강요된 질서를 무한히 어지럽혔으면 좋겠다.
김민정이라는 은자隱者가 있어서 이러한 특유의 책을 묶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가 숨어 있는 세상에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더더욱 고맙다.
2015년 초겨울 삼구서원三驅書院에서
장석남
난다詩방 4권. ´시라고 하는 징검돌´이라는 부제를 붙여 출간한 장석남 시인의 시 산문집. 이 책은 장석남 시인이 시를 고르고 시를 읽고 시를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면으로 보자면 그가 완성해낸 한 편의 시라 할 수 있다. 총 129명의 시인과 총 129편의 시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