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스승이다 왜 지금 격대교육인가
- 저자
- 한국국학진흥원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일
- 2015-10-30
- 사양
- 316쪽 | 220*160 | 무선
- ISBN
- 9788967352646
- 분야
- 정치/사회, 교육
- 정가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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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 6권. ´격대교육´은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친근한 정서를 바탕에 둔 인성 교육을 행하는 조손 교육을 뜻한다. 오랜 세월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던 과거 우리 전통사회에서 가계를 책임지는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가족 형태는 일반적이었고, 자연스럽게 한 집에서 살면서 조손간의 교유와 교육이 이루어졌다.
부모는 자기 자식이 뭐든 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고 자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며, 자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버린다. 하지만 조부모는 한 세대를 건너뛴 관계인지라 손자녀에 대한 기대나 갈망이 적다. 한마디로 격대 간에 이루어지는 교육은 질책이나 비난보다는 너그러이 타이르는 자세로 손자녀를 가르칠 수 있다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맞벌이가 필수가 된 시대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진 부모들은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 필요한 일은 역사 속 조손 관계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격대교육의 전통을 되살리는 일일 것이다. 이로써 퇴색되어버린 조손 관계를 회복하고 사라져가는 격대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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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국국학진흥원은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여는 국학의 진흥"이라는 목표 아래 전통 기록유산을 중심으로 민간 소장 국학자료의 체계적인 수집·보존과 연구·활용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학 전문연구기관입니다. "목판 10만장 수집운동"을 통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 유교 목판을 보존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그런 기록유산들 속에 알알이 박혀 있는 한국적 스토리텔링 소재를 발굴하여 콘텐츠 제작현장에 제공하는 일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통해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선현들의 지혜를 전승하고, 한문교육원과 유교문화박물관을 운영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급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 www.koreastud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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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제1장 할머니와 할아버지, 미래사회의 문화적 스승 _윤용섭
100세 시대의 도래와 노인이라는 존재 │ 노인의 사회문화적 의미 │ 노인의 사회문화적 역할 │ 미래사회와 노인
제2장 조손관계, 그 친밀함의 오래된 전통 _김미영
"군자라면 손자는 안아도 아들은 안지 않는다" │ 조부와 손자, 생과 사를 함께하다 │ 격대교육, 연륜으로 쌓은 생활 밀착형 가르침
제3장 퇴계, 손자에게 편지를 쓰다 _장윤수
삶 속에 뿌리 내린 가학 │ 권유·격려·안타까움·책망이 담긴 할아버지의 편지 │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
제4장 노인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사회 _정재걸
"무릎학교"와 "견문학교"가 필요한 시대 │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 맹자가 자식을 서로 바꿔 가르치라고 한 까닭 │ 한계효용 제로 사회에서 격대교육이 갖는 의미 │ "양로원 속의 유아원"이라는 발상
제5장 서구의 격대교육, 명문가로 거듭나다 _최효찬
세계적 인물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만든다? │ 부모 교육보다 빛난 격대교육의 사례들 │ "이기적 육아"와 "실존적 공허"를 넘어
제6장 손자를 위한 육아일기: 이문건의 『양아록』을 읽다 _장정호
손자 양육의 생생한 기록 │ 일기 구석구석에 스민 할아비의 마음 │ 이문건, 조선시대 격대교육의 전범
제7장 변화하는 가족 형태, 조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_이창기
가정이라는 가장 중요한 타자 │ 전통사회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 한국 가족제도 속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 산업화는 가족도 변화시킨다 │ 편리하지만 문제가 많은 핵가족 │ 가족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역할 │ 적응과 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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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가족은 해체되어왔지만, 다시 확대되고 있다
그 중심에 조부모와 손자녀가 놓여 있다.
전세대가 받은 슬하분감(무릎사랑)을 이젠 후대에 되돌려줘야 한다
주위를 보라, 격대교육은 되살려야 할 전통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노인은 무엇보다 가정에서 손주에 대한 인성 교육을 잘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몸소 보이는 행동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조손관계도 좋아지고 아이들의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되는 이중 효과가 있다. “마땅히 가훈을 알려는가? 그것은 귓속에 있다應知家訓 耳中存”는 말처럼, 어린 시절 할매, 할배에게서 들은 수많은 이야기는 자손의 귓속에 남아 필요할 때마다 툭툭 튀어나온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교육이다. 전통시대, 아니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증조부모님으로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예절과 지혜, 가문의 전통을 배웠다. 부자지간이나 모녀지간에도 당연히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감정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김의철의 연구에 따르면, 2세대 가족(부모-자녀)의 자녀들에 비해 3세대 가족(조부모-부모-자녀)의 자녀들이 학습능력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의사표현능력, 이야기 구성능력 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자녀에게 책읽기 수준의 이야기를 해주는 데 비해 조부모는 이야기를 충분히 소화한 데다 인간의 심리와 인생의 지혜까지 살려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_제1장 ‘할머니와 할아버지, 미래사회의 문화적 스승’
‘격대교육’이란 무엇인가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 『노인이 스승이다』가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가리키는 노인은 나이가 든 ‘모든 사람’을 일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격대교육’, 즉 손자녀가 조부모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슬하膝下’라는 말이 있다. ‘무릎 아래’라는 뜻으로 어버이나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보통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말한다. 이는 옛 한시에 ‘슬하분감膝下分甘’이라는 구절로 자주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무릎학교’라는 용어는 할머니가 손자녀들을 무릎 위에 앉혀두고 돌봐주는 데서 비롯된 말로, 조부모가 어린 손자녀들의 양육을 도맡아했던 전통사회의 대가족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책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격대교육隔代敎育’이다. 조금은 생소하지만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 용어는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친근한 정서를 바탕에 둔 인성 교육을 행하는 ‘조손 교육’을 뜻한다. 오랜 세월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던 과거 우리 전통사회에서 가계를 책임지는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가족 형태는 일반적이었고, 자연스럽게 한 집에서 살면서 조손간의 교유와 교육이 이루어졌다. 손자녀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며 규범·정서 교육 등 가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참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예기』에는 “군자라면 손자는 안아도 아들은 안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또한 맹자는 “아버지와 아들은 세勢가 통하지 않기에 올바름을 가르칠 때 통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결국에는 서로 해치게 된다”고 하여 서로 자식을 바꿔서 가르칠 것을 권장했다. 학창 시절 부모에게 공부를 배웠거나 자녀에게 공부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모 자식 간에는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부모는 자기 자식이 뭐든 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고 자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며, 자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버린다. 하지만 조부모는 한 세대를 건너뛴 관계인지라 손자녀에 대한 기대나 갈망이 적다. 한마디로 격대 간에 이루어지는 교육은 질책이나 비난보다는 너그러이 타이르는 자세로 손자녀를 가르칠 수 있다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점점 핵가족화되면서 대가족의 형태가 줄어들었고 조부모와 손자녀가 한 집에 살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 되었다. 이에 조손간의 왕래는 자연히 줄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요즘이야말로 전통사회에서 이루어지던 격대교육이 다시 시행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맞벌이가 필수가 된 시대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진 부모들은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 필요한 일은 역사 속 조손 관계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격대교육의 전통을 되살리는 일일 것이다. 이로써 퇴색되어버린 조손 관계를 회복하고 사라져가는 격대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노인이라는 존재와 그 위상
제1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위상과 그 문제를 살핀다. ‘100세 시대’라는 말은 이제 장난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의학 기술의 발전과 복지국가의 등장 등으로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장수長壽는 물론 오복五福의 첫째로 꼽힐 만큼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지만,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생겨나는 문제도 많은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뒤 가파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18년이면 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문제에 관한 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노인은 어떤 존재인가? 모든 사람은 노인이 된다. 노인은 우리의 미래다. 우리나라는 특히 ‘효’ 사상에 근거하여 예부터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사상을 지켜온 나라다.
그런데 요즘 노인의 위상은 그렇지가 않다. 경제발전이 최고가 된 사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인은 소외와 무관심, 개인주의의 만연에 따라 우리나라 사회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늙은 부모를 폭행하거나 독거 상태로 방치한 채 돌보지 않는 등의 비윤리적인 일이 비일비재하고,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만난 젊은이에게 덕담이나 조언을 해주던 시대는 갔다.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노인의 지위 역시 마찬가지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지 않는 아이들에게 조부모는 가족의 범위 밖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선시대에는 노인직老人職과 기로소耆老所라는, 나이 든 노인들에게 주었던 벼슬이 있었다. 대체로 노년기에 이르면 학문과 도덕의 깊이가 젊은 시절보다 한층 더 깊어진다. 물론 ‘잘’ 늙어간 사람들만이 그러할 것이다. 공자는 50세에 하늘이 부여한 천명을 알았고(지천명知天命), 60세에 어떤 이야기라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순耳順의 경지에 올랐으며, 70세에는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하더라도 법도를 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시경』 『춘추』 등 책의 편찬 역시 65세가 넘은 노년기에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오늘날 노인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노인은 일단 오래 살았다. 오래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벼슬인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 세월의 축적에는 젊은이들이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우선 노인은 아랫세대의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74세 중국 노인 옹방강翁方綱과 24세 한국 청년 추사 김정희의 사제 간의 정, 12세에 첼로 하나로 20세기 최고의 첼로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제자가 된 장한나 등의 사례가 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도 노인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인조는 83세의 고령으로 은퇴하는 오리대감 이원익에게 ‘대로大老’라는 호칭을 썼다. 이는 만인의 귀감이 되어 만백성이 부모처럼 따르는 노인을 말한다.
노인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인 대접을 받으려는 사람을 종종 보기도 한다. 노인은 그만의 멋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경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 스스로의 자기 계발과 배움은 필수다. 여기에 경로의 미풍양속을 회복하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통해 뒷받침한다면 미래 우리 사회의 노인의 위상을 높이고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조손관계, 그 친밀함의 오래된 전통
역사를 통해 조부와 손자의 각별한 관계를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조부와 손자의 각별한 관계는 문헌 기록에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손자에게 쓴 시는 손자에 대한 조부모의 애틋한 심정이 진솔하게 묘사되어 있다. 김정국金正國의 ‘손자를 곡하다’, 이준李埈의 ‘손자 단백을 애도하는 제문’, 이경석李景奭의 ‘손자를 애도하다’ 등 손자를 잃은 슬픔을 쓴 시들과 더불어 대표적으로 손자에 대한 사랑을 글로 남은 사람은 퇴계 이황이다. 그는 증손자가 태어났을 때 “우리집 경사 중에 이보다 더할 경사는 없다”면서 기쁨을 드러냈으며, 이렇게 예뻐했던 증손자가 두 돌을 갓 넘기고 세상을 뜨자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퇴계는 종종 권유·격려·안타까움·책망이 담긴 편지를 손자 안도安道에게 보냈다. 좋은 벗과 교제하라, 인간애를 실천하라, 예절을 지켜라, 신중하게 처신하라, 근원을 공부하라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과거 할머니가 손자녀를 돌보는 곳은 주로 안채였다. 이곳에서 조모의 모든 교육이 이루어졌다. 아이의 배변 훈련에서부터 옷 입기, 밥 먹기, 말버릇뿐 아니라 각종 놀이와 동요 등 교사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할머니의 무릎은 옛날이야기가 구연되는 장場이기도 했다. 유안진은 할머니의 무릎 위에서 혹은 자녀들이 할머니의 무릎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이와 같은 교육을 ‘무릎학교’라 불렀다. 이렇듯 할머니는 어머니를 대신하는 대리모로서, 아이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심리치료사로서, 훈육자로서 많은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가족과 친족 간에 이루어지는 행동 양식에는 ‘농담 관계’라는 것이 있다. 관습적으로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희롱하는 행위가 허용되거나 혹은 의무적으로 요구되기도 하고, 희롱당한 사람은 절대 화를 내지 않도록 규정된 관계다. 부계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중심이 되고 모계사회에서는 어머니 쪽으로 혈통이 계승되는 등이 그 예다. 이는 격대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권리와 의무를 직접 물려주는 까닭에 더 우월한 입장에 놓이고, 한 세대를 건너뛴 조부와 손자는 직접적인 계승 관계가 아니기에 우호적인 관계, 즉 농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세계적인 인물을 만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동양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격대교육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는 이른바 ‘회복탄력성’ 개념과 결부시켜볼 수 있는데, 심리학에서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뜻하는 이 말은 아이 스스로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시련과 문제를 이겨내는 힘을 조부모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서구에서 찾을 수 있는 격대교육의 생생한 예로는 빌게이츠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해 세계적으로 부의 상징이 된 빌 게이츠는 외할머니가 키운 ‘독서 영재’였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외할머니가 그를 거의 키우다시피 했는데 어린 시절 할머니가 그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그가 쓴 자서전 『게이츠』에는 할머니와의 어린 시절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할머니는 늘 책을 읽어주었고 덕분에 빌은 독서광이 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게 생기면 답을 알아내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또한 외할머니에게서 배운 카드 실력으로 나중에 하버드대에서 포커놀이를 통해 돈을 모아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쟁심이 강한 빌의 개성을 할머니가 파악해 이를 장점으로 살려준 것이다.
미국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연 버락 오바마 역시 그의 뒤에는 외할머니가 있었다. 피부색이 다른 백인 노부부와 흑인 손자가 꾸려가는 가정은 화목했다. 그의 조부모는 손자가 피부색 때문에 상처받지 않도록 한없는 정성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를 두고 조국을 위해 케냐로 간 아버지에 대해서 한 번도 나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고, 이에 오바마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가 살아가는 데 아버지라는 존재를 큰 힘으로 삼았고, 케냐를 사랑한 아버지의 모습은 오바마가 흑인으로서 미국 대통령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에너지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는 편견없이 오바마를 키운 외할머니의 사랑이 있었다.
이외에도 외할머니로부터 영국식 교육을 받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외할머니로부터 어린 시절부터 배운 영어 덕분에 서구 문학계에서 변방으로 치부되던 아르헨티나 출신이 문학계를 주도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으며, 퀴리 가는 홈스쿨링과 격대교육을 통해 노벨상을 세 번이나 수상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 6권. ´격대교육´은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친근한 정서를 바탕에 둔 인성 교육을 행하는 조손 교육을 뜻한다. 오랜 세월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던 과거 우리 전통사회에서 가계를 책임지는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가족 형태는 일반적이었고, 자연스럽게 한 집에서 살면서 조손간의 교유와 교육이 이루어졌다.
부모는 자기 자식이 뭐든 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고 자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며, 자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버린다. 하지만 조부모는 한 세대를 건너뛴 관계인지라 손자녀에 대한 기대나 갈망이 적다. 한마디로 격대 간에 이루어지는 교육은 질책이나 비난보다는 너그러이 타이르는 자세로 손자녀를 가르칠 수 있다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맞벌이가 필수가 된 시대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진 부모들은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 필요한 일은 역사 속 조손 관계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격대교육의 전통을 되살리는 일일 것이다. 이로써 퇴색되어버린 조손 관계를 회복하고 사라져가는 격대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