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인 (문학동네시인선 074)
- 저자
- 함명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5-11-15
- 사양
- 120쪽 | 130*224 | 무선
- ISBN
- 978-89-546-3746-6
- 분야
- 시, 문학동네시인선
- 정가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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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문학동네 시인선 74권.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1998년 첫 시집 를 낸 뒤 지금껏 잠잠했던 그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두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16년의 숨죽임은 오롯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이자 기획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시에 대한 그만의 어려움은 시에 대한 두려움은, 임종 때까지 곁을 지켰던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문학하는 자세를 너무 일찍, 너무 자주, 너무 깊이 배우고 익혀왔다는 데서 그 연원을 따져볼 수도 있겠다.
시를 쓰라고, 시집을 내라고 유언처럼 말씀을 남기신 최인호 선생이 아니었더라도 함명춘 시인은 어느 순간부터 시의 언저리를 빙빙 맴돌며 그 원주의 자장을 따랐다. 발표를 하기 위해 시를 썼다기보다 이것이 시인가, 시가 될 수 있는가, 혼자만의 점을 치듯 제 시를 객관적 위치에 놓고 지웠다 다시 썼다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번에 그가 펴낸 두번째 시집은 그래서인지 첫 시집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시 안에서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터진다. 첫 시집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은 새의 자세였다면 이번 시집은 그 새가 나뭇가지를 디딤으로 삼아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는 역동성과 활력을 띤다. 한 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 그 이야기가 어떻게 한 편의 시로 읽히는지 그는 시 한 편마다 익숙한 듯 새롭게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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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빛을 찾아나선 나뭇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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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고요 일가(一家)
오리나무부부
분천역에서
무명시인
향수다방이 있는 마을
겨울 동화
춘화
돌멩이
구화학교 1
구화학교 2
구화학교 3
그곳
세상에서 제일 긴 의자
은어
모란의 집
빨간 모자
설국(雪國)
헌인릉에서
구파발역에서 지축역까지
정선 국수
전과자
벽시계
귀향
물고기
화석
새우전(傳)
몽유도원도
나뭇가지
순옥이 누나 별
모형비행기
뒤꼍나무
간식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지팡이
하학길
동춘천국민학교
산중여관 1
산중여관 2
산중여관 3
구름 위의 식사
불영사, 풍경에 쇠줄을 걸고 사는 물고기는
연꽃과 거북이
각화사
민들레
가을의 전설
산해경(山海經) 근처
눈이, 흰 양들이
봄여름가을겨울
칠월
춘천
생가
간이역
메기의 추억
결행(決行)
사랑채 소사(小史)
산다화(山茶花) 나무 사이로
청담동
저녁의 부메랑
홍길동
자작나무숲에서
해설|시간에 저항하는 기억
|양재훈(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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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시를 놓친 뒤 지금껏 힘들었던 삶,
그러나 따뜻한 회복의 의지를 다진다!
17년 만에 두번째 시집을 펴내는 함명춘 시인의 시집 『무명시인』
함명춘. 익숙했다 생소해진 이름이 되어버린 건 순전히 시인 자신 때문이다. 시를 놓치고 시를 놓아버리고 시와 멀어져서는 웬만해서 시로 돌아가려는 엄두를 내지 못한 그를 안다. 시를 잃어버려도 시간은 잘도 갔다. 그 시간이 어느덧 17년의 세월로 흘렀다. 작심 끝에 선보이는 함명춘 시인의 두번째 시집 『무명시인』.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1998년 첫 시집 『빛을 찾아선 나뭇가지』를 낸 뒤 지금껏 잠잠했던 그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상재한 이 시집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고, 식물성에 근거하는 듯하나 동물성을 끌어들여 그 둘의 갈등을 선명하게 대비하면서 한데 뒤섞어 우리들 살아가는 삶의 오늘은 여지없이 비유해내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의 숨죽임은 오롯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이자 기획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시에 대한 그만의 어려움은 시에 대한 두려움은, 임종 때까지 곁을 지켰던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문학하는 자세를 너무 일찍, 너무 자주, 너무 깊이 배우고 익혀왔다는 데서 그 예측을 해볼 수도 있다 하겠다. 문학은 아무나 할까, 시는 아무나 쓸까, 그러나 내가 해야 내 문학이고, 내가 써야 내 시가 됨을 그는 쓰는 사람 최인호 선생님을 통해 쓰는 사람의 기본자세를 배워왔을 테니 말이다.
표제가 된 이 시를 보고 있자니 일견 최인호 선생님인 듯도 하고, 세상의 모든 시인의 이야기인 듯도 하고, ‘무명’이라는 그 단어가 우리네 인생의 부질없음을 얼마나 분명히 함축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같다. 이 시를 가만히 읽고 있자니 일만 말고 시를 쓰라고, 시집을 내라고 유언처럼 시인에게 말씀을 남기신 최인호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도 함명춘 시인은 어느 순간부터 시의 언저리를 빙빙 맴돌며 그 원주의 자장을 따라왔던 것으로 유추가 된다. 각종 문예지에 발표를 하기 위해 시를 썼다기보다 이것이 시인가, 시가 될 수 있는가, 혼자만의 점을 치듯 제 시를 객관적 위치에 놓고 지웠다 다시 썼다 버리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는 얘기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외로움은 여전하지만 동화처럼 펼쳐지고 우화처럼 펼쳐지는 시의 이야기 속 그가 투영시킨 세계관은 절망을 희망으로 작위적이지 않게 역전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자연이 있고 사람이 있다. 자연은 자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나뉘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실사처럼 환상처럼 풀어졌다가 한데 되감기기를 반복한다. 이를 우리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요소로는 정확한 문장력과 적확한 단어 선택의 조건이 주어지는데 그는 이를 모두 마땅히 수행해냈다. 시가 술술 읽히고 살살 만져지고 척척 감긴다. 산문시의 리듬이 이토록 한 호흡으로 읽힐 수 있는 데는 그가 세심하게 다져온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깃들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터.
이번에 그가 펴낸 두번째 시집은 그래서인지 첫 시집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시 안에서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터진다. 첫 시집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은 새의 자세였다면 이번 시집은 그 새가 나뭇가지를 디딤으로 삼아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는 역동성과 활력을 띤다. 한 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 그 이야기가 어떻게 한 편의 시로 읽히는지 그는 시 한 편마다 익숙한 듯 새롭게 전개하고 있다. 시가 사람을 좇는가, 사람이 시를 좇는가, 이 두 가지 갈래에서 시가 되고 시가 되지 않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함명춘은 후자다. 맹목이다. 시가 보폭을 줄였다 넓혔다 하는 그 호흡을 그저 따라가보는 데서 제 시의 운명을 점친다. 시에서의 겸손이 시를 얼마나 풍성한 열매로 살찌우게 하는지 시인은 아무래도 몸으로 일찌감치 알아버린 듯하다. 감나무면 감이고, 살구나무이면 살구고, 사과나무면 사과이렷다. 욕심내지 않는 시의 나무에서 자라는 시의 단맛이 이렇게나 좋구나 증명하고 있다는 얘기다.
함명춘 시집의 미덕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딱 우리 같다는 말이다. 그가 힘이 들 적 얘기가 내가 힘이 들 적으로 들리고, 그가 사랑했을 적 얘기가 내가 사랑했을 적으로 들린다. 분수라고 말하는 뭣하지만 그는 딱 제 주제만큼이 담길 사이즈로 빚은 그릇만을 제 것이라 삼아왔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만큼만, 딱 내 얼굴이 내게 비칠 정도만을 욕심을 내왔다. 시가 연서 같고 시가 편지 같고 시가 일기 같고 시가 시 같을 수 있는 진심이 통할 때 우리의 감동도 그 수갑을 함께 차는 것일 테다. 그의 시를 보고 있자면, 엮임의 불편함보다는 한데 엮임의 편안함이 우리를 안심하게도 한다. 삶이 꿈이라고 보는 그이기 때문이다. 꿈이 삶이라고 보기도 하는 그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원은 “석탄이 되어 이 세상을 한 번쯤 뜨겁게 적셨다 사라져버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누구나 태어나 죽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라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두고 일찌감치 다 알아차렸다는 식의 조숙의 자랑도 떨지 않는다. 순순한 정직이다. “행복이란 원래 가질 수 없는 것이”어서 “자고로 생은 그런 것”이어서 “참, 애늙은이같이” 그는 자신이 넘어야 할 필생의 벽이 ‘바람’이라는 것쯤 이제 안다 말하기 시작한 듯싶다. “언제나 한 발작씩 늦곤” 하는 제 사랑이 불안하여 시를 말씀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시를 몸소 살아내고 있는 듯싶다. “비바람이 치면 날갯죽지로 품어주는 것”, 어쩌면 그가 이번 생에서 사람들에게 바라고 제가 몸소 행해보려는 삶의 자세가 저 품음, 저 이해라는 대목이 아닐까.
문학동네 시인선 74권.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1998년 첫 시집 <빛을 찾아선 나뭇가지>를 낸 뒤 지금껏 잠잠했던 그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두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16년의 숨죽임은 오롯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이자 기획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시에 대한 그만의 어려움은 시에 대한 두려움은, 임종 때까지 곁을 지켰던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문학하는 자세를 너무 일찍, 너무 자주, 너무 깊이 배우고 익혀왔다는 데서 그 연원을 따져볼 수도 있겠다.
시를 쓰라고, 시집을 내라고 유언처럼 말씀을 남기신 최인호 선생이 아니었더라도 함명춘 시인은 어느 순간부터 시의 언저리를 빙빙 맴돌며 그 원주의 자장을 따랐다. 발표를 하기 위해 시를 썼다기보다 이것이 시인가, 시가 될 수 있는가, 혼자만의 점을 치듯 제 시를 객관적 위치에 놓고 지웠다 다시 썼다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번에 그가 펴낸 두번째 시집은 그래서인지 첫 시집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시 안에서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터진다. 첫 시집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은 새의 자세였다면 이번 시집은 그 새가 나뭇가지를 디딤으로 삼아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는 역동성과 활력을 띤다. 한 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 그 이야기가 어떻게 한 편의 시로 읽히는지 그는 시 한 편마다 익숙한 듯 새롭게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