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공부마저 멈추고 오로지 먹고 즐기기 위해 떠난 유럽, 그 모든 맛!
바야흐로 미식의 시대다. TV를 틀면 유명 배우들과 셰프들이 등장해 삼시세끼 무엇을 해먹는지 이야기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며 자투리 음식들로 뚝딱뚝딱 요리를 만들며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친구와 약속이 있다면 ‘약속장소 +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러한 ‘맛’에 대한 애정은 여행을 가서도 지속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을 하기 전에 작성하는 리스트에는 관광지, 쇼핑 그리고 맛집 목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유럽까지 가서도 결국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에 가게 되는 걸까? 우리는 왜 기껏 찾아간 유럽의 식당에서 실망하곤 하는 걸까?
이 책 『한입이어도 제대로 먹는 유럽여행』은 당신이 더이상 유럽의 식당에서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도록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부터 로컬들만 찾는다는 진정한 ‘맛집’까지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유럽의 미식 기행 가이드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문 셰프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요리를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의대에 재학중인 학생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고 새로운 음식을 궁금해 하여 틈만 나면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의대 공부도 뒤로한 채 맛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건 가서 맛보고 나름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그야말로 ‘미식여행’ 전문가가 된 셈이다.
책에는 저자가 유럽의 주요 국가의 도시들을 여행하며 맛본 다양한 요리들이 고스란히 수록되었다. 소개된 음식들은 로마 시장에서 파는 샌드위치나 젤라토에서부터 미슐랭 스타의 고급 레스토랑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곳에 갈까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아 이거, 나도 먹어봤어! 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음식과 유럽의 식당을 머릿속에 그려봤을 때 한번쯤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는 유럽의 매력적인 맛!
유럽을 떠나기 전, 여러 맛집들을 스크랩해두었다가 메뉴판을 펼쳐든 순간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남짓, 그렇게 오래 가야 닿을 수 있는 대륙인 만큼 유럽의 식당은 물 한잔 주문하는 것에서부터 샐러드와 요리 그리고 와인까지 우리나라 식당과 메뉴를 구성하는 방식이 참 많이 다르다.
그래서 ‘유럽 식당 알아두기(12쪽)’에서 어떤 식당을 가야 할지, 메뉴판의 구성, 와인은 어떻게 주문해야 하며 주의해야 할 점 등을 간략히 소개했다. 또한 저자가 여행한 유럽의 도시들의 동선과 숙소 예약 노하우 등을 소개해 여행자가 실질적으로 참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에 들어가면 로마, 피렌체, 베로나, 베네치아, 런던, 파리, 부다페스트, 프라하 등 대표적인 미식 도시들의 여러 식당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현지의 맛있는 음식들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이탈리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파스타와 피자는 물론이거니와 피렌체에서만 맛볼 수 있는 티본스테이크, 파스타 가운데서도 로마에서 꼭 맛보아야 할 카치오 에 페페, 카르보나라 등 각 지역의 대표 음식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또한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와인을 곁들인 코스 요리를 주문하는 것이 좋으며 곁들이는 와인의 종류와 요리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독자들이 여행을 할 때 식당의 메뉴 선정에 참고할 수 있게 하였다.
여타 가이드북과 달리 작가의 미식여행 동선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Day 01부터 32까지 표시된 작가의 여행 순서에 따라 각 식당을 찾아다닌다면 좀더 이동하기 쉬울 것이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 갔다가 후식으로 에스프레소 한잔이 먹고 싶다면 혹은 하루쯤은 맛집만 다녀보고 싶다면 책 속에 수록된 하루를 선택해 같은 순서로 다니는 것이 좋다.
각 식당에서는 그곳의 대표 메뉴를 소개하고 그 메뉴가 왜 유명한지 그리고 좀더 나아가서는 그 메뉴에 담긴 유래까지도 소개하고 있다. 오래된 식당의 경우 그곳의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해 왜 이곳이 유서 깊은 곳인지 수긍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신진 셰프의 레스토랑을 방문해 각 도시의 클래식한 요리와 새로운 요리를 모두 선보인다. 그야말로 미식에 관한 A-Z를 소개하는 셈이다.
또한 저자는 미식여행 답게 현지에서 음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체험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투어 업체에서 운영하는 ‘토스카나 투어(43쪽)’나 ‘이탈리아 푸드 투어(59쪽)’, ‘부다페스트 미식 투어(291쪽)’, ‘프라하 미식 투어(316쪽)’ 등 현지인들이 소개하는 푸드 투어를 실제로 참여했고 프랑스 요리학교인 ‘쿠킹 위드 클래스(243쪽)’에서 시장에서 장을 봐온 재료로 프랑스 가정식을 만들어보는 ‘이브닝 마켓 쿠킹 클래스(244쪽)’와 ‘마카롱 클래스(261쪽)’ 등을 체험하거나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르 꼬르동 블루(277쪽)’의 단기 수업도 수강했다. 만약 각 나라의 음식 문화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한번쯤 참여해볼 법한 수업들이며 특히 ‘쿠킹 위드 클래스’의 경우 아마추어들을 위한 취미 수업에 가까우므로 요리에 흥미가 있다면 한번쯤 참여해볼 법하다고 권하고 있다.
책 속에 소개된 유럽의 ‘핫플레이스’에는 식당과 카페뿐만 아니라 각 도시의 시장과 로마의 ‘볼페티(62쪽)’, 런던의 ‘헤롯(162쪽)’과 ‘버로우 마켓(172쪽)’, 파리의 ‘라 그랑드 에피스리 드 파리(275쪽)’ 등 식자재 마켓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현지의 숙소에서 직접 요리해 먹어볼 수도 있겠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쭉 살펴보는데 재밌게도 와인 리스트에 ‘EST! EST! EST!’ 와인이 있었다. 1111년 신성로마제국의 헨리5세가 로마에 갈 때 와인에 조예가 깊은 요하네스 데 푸크 주교와 동행했다. 주교는 하인인 마르티노를 시켜 자신이 머물 마을의 와인들을 먼저 맛보고 맛있는 것에 ‘EST(여기)’라고 표시해놓으라고 지시했다. 하인은 한 여관에서 아주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게 되고 문에 EST를 3개나 써놓는다. 주교는 표시를 보고 곧장 그 여관으로 가 그 와인을 맛보고 그에 빠져 예정보다 길게 머물다 끝내 사망했다. 몬테피아스코네 마을에 있는 주교의 묘비엔 ‘너무 많은 EST로 인해 요하네스 데 푸크 주교 이곳에 잠들다’라고 쓰여 있다.
_ 본문 77쪽, [로미오] 중에서
<갤빈 앳 윈도우즈>는 2006년 5월 크리스 갤빈 셰프가 오픈한 곳으로 첫 해부터 올해의 레스토랑으로 주목받더니 이듬해 세계적인 요리 대회 보퀴즈 도르에 영국 대표로 출전했다. 2010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처음으로 1스타를 획득하였고, 2011년에는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상을 받았다. (……) 무엇보다 이곳이 나의 관심을 끈 건 오픈 멤버인 한국인 원주영 셰프가 2013년 헤드 셰프로 승진하면서 이곳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었다.
_ 본문 151쪽, [갤빈 앳 윈도우즈] 중에서
잠깐! 잘 만든 에클레르는 어떻게 판별하나요?
반죽의 질감은 물론이고 양쪽에서 크림을 주입해서 만들기 때문에 중심부까지 크림이 고르게 들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어느 쪽을 먹어도 맛이 일정하니까.
_ 본문 230쪽, [레클레르 드 제니] 중에서
<쿠킹 위드 클래스>에서의 수업이 아마추어들을 위한 즐거운 취미 수업에 가까웠다면, 이곳의 수업은 굉장히 빠르고 동시 진행적으로 흡사 실제 주방에 있는 듯 정신이 없었다. 셰프는 불어로 이야기했고 한 박자 뒤에 보조가 영어로 통역해주었는데, 그걸 알아듣기 위해서도 무던히 애써야 했다. 셰프는 계속해서 이해했으면 ‘네, 셰프!(Oui, Chef!)’라고 외치라고 했지만 나는 입으로는 그렇게 외치면서 사실 무얼 해야 좋을지 몰라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눈치로 자꾸 살폈다.
_ 본문 278쪽, [르 꼬르동 베르] 중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리고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저명한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샤바랭의 이 말은 미식가들 사이에 아주 유명하다. 그만큼 ‘먹는 것’에는 다양한 정보가 숨겨져 있다. 그곳을 아우르는 문화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음식들을 보며 당신이 앞으로 여행에서 맛볼 음식들을 천천히 적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리스트를 적어내려가다보면 어느덧 그 도시 하나를 마음에 품게 되고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끊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여행할 도시를 먼저 선정하고 그곳에서 맛볼 음식들에 대해 생각하지만 때로는 어떤 맛있는 음식 한 그릇이 여행을 시작하게 될 계기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여행에서 유럽의 어떤 도시 식당에 앉아 얼마든지 원하는 메뉴를 능숙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