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언론이 만나는 순간,
성역 없는 풍자로 인류를 놀라게 한 세계 유명 만평을 한눈에
이 책은 투철한 비판 의식으로 강직하게 역사의 증인 역할을 해온 전 세계 만평가 86인의 230여 작품을 한데 모은 것이다. 시리아 정부를 비판하는 만평을 그렸다는 이유로 친정부 민병대에게 폭행당한 알리 페르자트, 『이코노미스트』 창립 이래 최초의 상임 만평가로 일한 케빈 칼, 만평계의 대부로 불리는 올리판트 등의 작품이 실렸으며, 남미,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각국의 대표 만평가들의 활약상을 두루 담았다.
저자가 작품을 선정한 기준은 단순하다. 작품의 의미와 영향력, 역사적 순간을 표현하는 능력, 그림의 효율성과 미적이고 시적인 감각이 그것이다. 정확성과 도발성이 공존하는 만평은 우리를 불편하게도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만평의 중요한 기능이다. 한 컷의 풍자적이고 시적인 그림을 통해 매우 구체적인 위기와 저항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세상을 향한 우리의 눈을 진실의 길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증언하는 가장 예리한 무기
만평과 함께 엮은 격동의 현대 세계사
만평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과 핵심을 응축한 알약과 같고, 우리는 이를 통해 역사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낼 수 있다. 저자는 1989년부터 2012년까지의 세계사 중 미래의 관점에서 인류가 꼭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들을 선정했고, 그 순간을 신랄하게 풍자한 만평들과 함께 엮었다.
그 시작은 소설 『악마의 시』에서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은 살만 루슈디의 사건이다. 이 사건과 만평은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생각의 공존을 강조하는 이 책의 주제를 대표한다. 이외에도 톈안먼사건부터 아랍 혁명, 오슬로협정부터 팔레스타인 총선, 넬슨 만델라의 석방부터 마이클 잭슨의 죽음까지 지난 23년간의 세계사를 촘촘히 구성했다. 더불어 저자는 이 사건들의 역사적?지정학적 쟁점을 명쾌하게 짚어주고 다양한 시각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설명으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죽음을 무릅쓰고 권력과 부조리를 겨냥하는
만평가들의 분투와 고뇌
만평은 민주주의의 도구이며 만평을 만드는 사람은 명백한 정치적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만평의 영향력과 만평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기득권자들은 만평을 싫어하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나라의 만평가들은 극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캐리커처를 그려 유명해진 카이스 알힐랄리는 총격전에서 죽임을 당했고, 이란의 마나 네예스타니는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2015년의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더이상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물리적·심리적인 위협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만평은 해방의 웃음을 제공하고 조롱의 문을 연다. 현상 너머의 진실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 우리가 ‘세상을 향한 눈’을 뜨고 만평을, 역사를 읽어야 할 이유다.
<추천의 글>
지난 3월 파리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이 아끼던 것이라며 선물로 준, 테러 사건 직후 다시 발간된 『샤를리 에브도』 첫 호에서 나던 것과 같은 냄새를 이 책에서 맡는다. 세상의 야만과 권력과 비리와 싸우는 전장의 냄새이다. 오늘날의 시사 만평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문자보다 위력적인 그림에 은유와 풍자를 담은 이 막강한 표현의 힘은 세상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세상을 향한 눈』은 그 자체로 역사의 기록이자, 치열한 현장의 실제 상황이다. ‘세상을 향한 눈’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한동안 흠뻑 빠져들고픈 책이 출간되어 참 고맙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 자신의 안목이 달라져 있을 것을 확신한다. _노회찬(전 정의당 대표)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사를 다시 한번 공부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나는 단연코 만평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평은 만평가가 어떤 사건을 완전하게 소화한 다음, 우리에게 먹기 좋게 내놓은 알약과 같다. 거기에 당대의 상황 설명을 곁들인다면 최고로 멋진 역사 교과서가 된다. 우리는 만평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다시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 더불어 만평은 시대를 말하고, 고발하고, 비판하고, 저항하고, 사건 속에 숨어 있는 본질을 드러내고, 같이 고민하고, 때로는 웃으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만평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 알고 싶다면, 현대의 세계사를 날카롭게 주시하고 싶다면 이 책을 잡으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실은 나부터 이 책으로 다시 공부하게 되었으니까. _박재동(만화가, 만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