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야말로!’ 하고 다짐하지만
솔직히 ‘이번에도’ 자신 없는 영어 초보들을 위하여
“이제 더이상 ‘이해한 척’은 하지 않겠어!!”
초등학교 때, 늦어봤자 중학교 때 시작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는 게 없는 영어! 어쩌면 영어에 좌절하는 우리에겐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영어로 길을 물으면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에서 햄버거도 못 사먹을 만큼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분위기로 이해하는 것도 많이 있는, 말하자면 애매한 상태다. 이 상태를 극복해보려고 회화 학원에 등록해보지만 막상 수업에 들어가면 당황하기 일쑤. 기초적인 걸 틀리지 않을까 불안해서 입을 열기도 힘들다. 입문반, 기초반 밑에 다른 반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지만…….
『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는 바로 이런 우리들을 위한 만화다. 배우다가 좌절하고 영어에서 손 놓은 지 오래인 주인공 미치코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가정교사를 붙여보기로 한다. 늘 “이번에야말로 수업을 따라가겠어!” 하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게 하나 나오면 주저앉았던 미치코. 이번엔 정말 창피함을 무릅쓰고 하나하나 물어보고 넘어가려는 각오로 영어를 다시 시작한다.
“왜 이럴까? 이상해!”
자꾸자꾸 멈추고 생각해보는 영어공부
많은 영어 고수들은 암기를 최고의 영어공부 방법으로 꼽는다. 하지만 암기는 몇 년째 입문만 거듭하고 있는 우리 초짜들을 또 한번 좌절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때로는 “이건 왜 이럴까” 따져 묻고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미치코 역시 그런 사람이다. “어차피 한 개란 게 빤히 보이는데 ‘a’를 굳이 왜 붙여야 할까?”, “어째서 ‘they’는 사람과 사물을 동시에 지시하는 걸까” 하고 일일이 질문을 던진다. “왜? 이상해!”
진도는 잘 나가지 않겠지만 자꾸자꾸 멈추는 이 영어공부는 ‘무조건 외워’식의 학습법에서는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챙겨준다. 영어에 대한 미치코의 고민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스스로 왜 영어를 공부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영어와 우리말(책에서는 일본어. 한국어 어순과 같아 여러모로 공감하게 된다)의 다른 점들을 하나씩 탐구하면서 각각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도 이해할 수 있다. 만화 속에서 진행되는 느슨한 속도의 강의는 아주 기본적인 어순 학습에서 시작하여 be동사에서 끝난다. 문법만 따지면 일반 문법책의 첫번째 단원 정도의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암기로 시작하는 공부보다 우리가 더 오랫동안 영어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마스다 미리와 영어공부의 만남
이 책의 저자는 만화가,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마스다 미리다. ‘수짱 시리즈’와 더불어 여러 공감만화와 에세이로 사랑받고 있는 그녀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여행중 현지인이나 다른 여행자와 영어로 대화할 때 늘 두세 문장을 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결심했다는 마스다 미리. 그녀는 자신이 직접 영어공부를 하면서 느낀 바를 미치코라는 캐릭터에 담아냈다.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은 마스다 미리와 영어공부의 만남 자체에서 한 번, 책에 담긴 의외로 깊은 내용에서 또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영어 학습서’인 동시에 기존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연상케 하는 ‘공감만화’이기도 하다. 마흔 살에 다시 영어를 시작하는 미치코와 그를 가르치는 가정교사의 고민과 드라마가 영어공부라는 줄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 마스다 미리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마찬가지로 영어에 좌절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영어가 술술 나오게 되는 일은 없겠죠. 그래도 ‘영어회화 학원에 다시 다녀볼까’ 하는 마음가짐은 얻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