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굽는 시간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조경란 장편소설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이끌어갈 무서운 신예!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자 조경란(趙京蘭)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동아일 보 신춘문예에 단편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환절기」 「아름다운 칼」 「당신의 옆구리」 등 중단편을 발표하며 미묘한 인간관계의 내면을 탁월한 문체의 미학으로 보여주며 다음 세대의 문학을 이끌어갈 역량 있는 신예로 평가받고 있다. 두 달간 직접 제빵학원을 다니며 쓴 장편 『식빵 굽는 시간』으로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함으로써 그는 우리 문학 의 정수를 이어갈 빛나는 신예로 각광받고 있다.
풍료롭게 부풀어오르며 번져가는 식빵의 향기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식빵 굽는 시간』은 풍요롭게 부풀어오르는 빵 이미지를 배경으로 주인공 강여진의 출생비 밀이라는 하나의 축과 한익주라는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미묘한 관계라는 또 하나의 축이 빠른 전환의 기법으로 전개되는 장편소설이다.
서른 살을 앞둔 주인공 강여진은 어머니가 병으로 죽은 후 1년 뒤 아버지마저 자살을 해 홀로 남게 된다. 어머니가 병을 앓고 있을 무렵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온 이모로부터 어머니는 석녀(石女)였고 사실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정서를 가진 여자인 이 모가 자신의 생모임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모, 이 세 사람의 미궁 속 같은 관계맺음과 그 풀림이 차분하면서도 처연하게 묘사된다. 한편 무얼 해도 막연한 나이. 서른도 아니고 스물 둘도 아닌 스물여섯 살 여름에 구석방에 세든 한익주 를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되고 이듬해 여름에 그는 떠났으며 대장장이가 되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헤매는 한익주의 고통으로 얼룩진 삶과 이복동생인 한영원과의 금지된 사랑이 주는 괴로움으로 종적을 감춘 사실이 한영원과의 세 차례의 만남을 통해 밝혀 진다. 강여진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고 모두 나름의 운명의 무게를 안고 떠나갔다. 홀로 남은 그에게 서른 살은 그렇게 더 이상 젊지 않은 모습으로 찾아오고 있다.
미혹으로 가득찬 인간관계의 부조리함의 이면을 탄탄하고 세련된 문체로 형상화한 『식빵 굽는 시간』은 크루아상, 브리오슈, 소보로빵, 사과파이, 그레프 등 향기와 모양을 달리하는 각종 빵의 이미지들이 소설 전체의 이야기 구조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작품 전체에 서려 있는 아늑하고도 달콤한 식빵 굽는 냄새는 서른을 앞둔 여성의 황량한 내면을 표상하고 있다. 주인공 강여진이 빵을 만드는 일은 삶의 굳은살을 제거하는, 자기발견과 확립의 과정이다. 그녀가 만든 빵이 부풀어오를 때마다 이 소설의 향기도 매력적으로 퍼져나간다.
소설과 깊은 사랑에 빠진 작가, 읽을수록 정이 드는 작품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식빵 굽는 시간』은 엄중한 기준과 원칙으로 심사에 임한 세 본심위원들이 주저없이 수상작 으로 선정한 탁월한 작품이다. 불필요한 설명이 없고 전환이 빨라 생략과 속도의 기법 활용이 탁월하다, 문체가 안정되고 세 련돼 있어 오랜 자기숙련과 선명한 의식을 보여준다, 소설쓰기에 가장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 읽을수록 정이 드는 작품이 다 등 이 작품의 비범성에 아낌없는 찬사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