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썼던 소설들 가운데 두 남녀가 나오는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먼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서 시작하는 소설은 처음입니다. 다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 그것들이 고요하게―사무치게―서로 겹쳐지는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침묵 속에서 방금 흘러나온 그들의 순간들, 그래서 아직 침묵이 굳거나 마르지 않은 순간들이 (가능할 수 없겠으나) 부디 문자로 옮겨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