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서네
이리
7살, 장래희망란에 환쟁이라 당당히 적었다. 19살, 쥐뿔도 없이 작가가 되리라 호언장담하다 오갈 데 없는 거지가 되어 동해서해를 유랑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만화를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아 일본으로 도망갔다.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뛰쳐나와 돈벌이로 하던 벽화 일도 그만두고 조각을 했다. 깎는 게 귀찮아 널브러진 나무로 가판대를 만들고 거기서 커피 팔아 끼니를 때웠다. 그마저도 지겨워 시작한 사업이 잘되니 지겹다고 손 털었다. 재미있는 것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그렇게 삶의 의미를 잃고서 그녀를 만났다.
서네
12살, 자잘한 글짓기에 소질을 보였다. 어린 나이에도 벽을 마주보고 앉아 평생을 홀로 글 쓸 일이 무서워 다른 진로에 눈을 돌렸다. 17살, 여전히 갈 길을 몰라 잠시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계속해서 쉬다 가다 하며 친구들이 대학 한 번 더 갔다 왔을 때에야 겨우 학교를 졸업했다. 그러고도 무얼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또 얼마간 뭉그적댔다. 조직에 몸담고 싶어 들어간 회사에서 2년을 일하고 그마저도 아닌 것 같아 다른 살길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 전에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내려간 제주에서 그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