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보지 못한 길The Road Not Taken」을 참 좋아한다. 시에서 나그네는 새벽녘 노란 숲속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다 한 길을 택한다. 먼 훗날 나그네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 길을 택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아름다운 서정시이긴 하지만,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말하는 선택을 생각하게 하는 시이기도 하다. 경제학과 경영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선택의 또 다른 의미는 다른 하나의 포기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이고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략이다.
현재 <한겨레21> 경제팀장이다.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어찌어찌하다 기자가 됐다. 소설처럼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경제학 책을 쓰고 싶어 한다. 대신 글 안에는 어려운 경제용어를 명쾌하게 풀이하고 복잡한 경제현상을 쉽게 와 닿게 하는 전략적 장치가 꼭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 읽으면 재미있지만 두 번 읽으면 교훈을 얻고, 세 번 읽으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미치도록 쓰고 싶다. 은은하지만 날카롭고 감칠맛 나지만 팩트로 점철된 기사를 쓰고 싶다. 통찰력insight을 보여주는 경제기사의 전형을 세우는 게 꿈이다. 특정한 경제현상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여 주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탐욕의 나비효과’가 아마 그런 비슷한 류의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은퇴하면 중고 책방을 차리고 싶다.
고도를 찾아서blog.hani.co.kr/june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