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수 끝에 대학에 들어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다. 스스로 고리타분한 사람이라고, 젊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꽉 막히고,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했다. 이런 자신이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그 시작은 삶의 어려움이었다. 스물세 살이라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나이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머니의 교통사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짊어진 고시 합격이라는 높디높은 산이 ‘여행’이라는 비상구를 슬며시 보여주었다. 유난히 뜨거웠던 스물세 살 여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혼자 걸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다시 배낭을 메고 이 땅을 떠났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몸속에 자리 잡은 ‘여행 DNA’의 힘은 대단했다. 목적지는 다시 산티아고. 하지만 출발지였던 포르투갈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고 말았다. 포르투갈의 보석 같은 도시 리스본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용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