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있어도 되는 거라면 남매와 부녀는 왜 결혼할 수 없나? 불륜은 왜 결혼할 수 없나? 사랑만 있어도 되는 거라면 민법을 고쳐서 동물과 사랑을 나누는 것도 근친상간도 가능한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성애자’는 왜 결혼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정상적이어서? 더 도덕적이어서? 선천적인 자연스러움 때문에? 하느님에게 선택받아서? 대를 이을 수 있어서? 아니다. 이성애자가 합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더 우월하고 정상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법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_83쪽
“연애하고 싶어!”
어젯밤 짜오찬런이 나에게 말했다.
“좋아. 내가 방법을 생각해볼게.”
나는 솔직히 조금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 말했다.
“그런데 나는 너랑 연애하고 싶어. 다른 사람이 아니고 너랑.”
나는 흠칫 놀랐다.
“우리 지금 연애하고 있잖아!”
“맞아. 근데 내가 말하는 건 이런 게 아니고.”
“노부부 같은 그런 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 근데 우리 지금 이렇게 좋은데. 음…… 뭔지 알겠지?” _20~21쪽
둘이 함께 쌓아온 것을 상대가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둘이서 함께하기로 한 평생의 약속은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진실된 축복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반대로, 굳센 법률의 개입은 우리가 노력해 세운 보금자리를 앗아갈 것이다. 함께 지내며 쌓아온 사소한 모든 것은 잔인한 법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따라서 동성애자는 결혼을 해야 한다. 합법적인 혼인 관계가 필요하다. _83쪽
호탕한 성격인 큰 고모의 주도로 우리 둘은 부지불식간에 가족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 과정 중에 어쩌면 잡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시어머니가 이로 인해서 뒷말을 들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열렬히 혹은 덤덤히 이해하고 포용해주었다. _27쪽
작은 한 보를 내디뎠을 뿐이다. 내년에 법안이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장애물이 있을지,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은 우리가 거리에 앉아 있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세력이 방해 공작을 해오려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국회 안에 법안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여전히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 역시 알았다. 당파가 다른 그 의원은 선거구 유권자들의 압박에 대항하며 평등한 혼인 법안을 위해 여전히 분투하고 있었다. _109쪽
어젯밤 늦게 귀가했는데 짜오찬런이 그 시간에 빵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집에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내가 수시로 페이스북에 짜오찬런과의 생활을 올리는 것에 대해 짜오찬런은 어떻게 느끼냐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짜오찬런은 유명인 반려자로서의 스트레스 같은 건 없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날로 자유로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_137
그런 시대였다. 나와 짜오찬런은 동성애가 금기시되고 비밀에 부쳐지던 시대에 살았다. 친구나 가족에게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젊었던 시절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사고하고 길을 찾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조금씩 이해하려 애썼다. 동성을 사랑하다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_261쪽
그냥 결혼이 하고 싶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수년 전부터 나는 줄곧 ‘10년’이라는 책을 쓰고 싶어서 나와 짜오찬런의 결혼 생활을 기록해왔다. 반동성애 단체와의 지난한 대항을 거치며 동성애자로서 험난함을 겪어왔다._2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