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아티스트의 콘서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구 최고의 케이팝 아티스트와 함께
월드투어 스타디움 콘서트를 만들어간 긴 여정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
소극장에서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케이팝 콘서트 연출 노트
다시 콘서트를 보러 갈 수 있다면
어떤 콘서트를 가장 먼저 보고 싶으세요?
우리에게 작년 한 해는 의미심장한 해였다. 이제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상으로 나뉠 것이라는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고 사람들은 여전한 불안 속에서 새로운 해를 맞았다. 필연적으로, 1년 내내 곳곳에서 열리던 여러 콘서트들 또한 온라인의 방식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작은 극장에서 대형 공연장에서 함께 뛰고 소리 지르던 공연장의 열기는 잠시 온라인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이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오프라인 콘서트에 대한 기억을 환기한다. 지난 책 『김피디의 쇼타임』을 통해 파릇파릇한 신입PD의 이야기를 들려준 김상욱PD는 어느덧 연출팀 PLAN A의 대표이자 중견PD가 되어 여러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콘서트와 팬미팅의 연출을 담당했다. 콘서트 연출에 대한 꿈을 가지고, PD가 되려면 어떠한 경험을 쌓고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막연하기만 한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할 수 있게 된 연차가 된 셈이다.
그는 이번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를 통해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던 한 소년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던 청소년기를 거쳐 어떻게 콘서트 연출PD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그후 BTS의 데뷔 쇼케이스 연출을 시작으로 그들의 월드투어 콘서트와 팬미팅 등을 연출하며 공연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 그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연출팀의 일 외에도 함께 협업하게 된 국내외의 여러 크리에이터들과 제작자들의 노력 또한 엿볼 수 있으며 ‘세트리스트, FOH, 프리프로덕션, 카고’ 등 낯설 수 있는 공연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착한 오리의 공연 용어 사전’을 통해 중간중간 친절하게 덧붙여 독자의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이렇듯 한 아티스트의 데뷔 쇼케이스부터 국내외 콘서트는 물론 월드투어를 함께 경험하며 기록한 이 연출 노트를 통해 우리는, ‘설레는 오프닝부터 벅찬 엔딩까지’ 신나게 관람한 콘서트에 어떤 기획과 연습 과정이 있었는지, 또 공연중 백스테이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의 아르바이트는 아카데미에서의 배움만큼이나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대한민국 최상급의 종합 공연장에서 일한다는 것엔 생각보다 훨씬 큰 장점이 있었다.
내가 일하던 ‘서비스플라자’라는 곳은 한마디로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와 컨시어지를 합친 듯한 파트여서, 공연장에서 관람객이 겪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공연장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_ 본문 60쪽 ‘공연계로 가는 첫걸음’ 중에서
이 일을 하면서 지금껏 많은 팀의 ‘처음’을 만들어왔다. 첫 데뷔 쇼케이스를 같이 한 팀들도 있고, 첫 콘서트, 첫 팬미팅을 같이 한 팀들도 있다.
그렇게 ‘첫’ 무언가를 같이 한 팀들에겐 유난히 애정이 간다. 그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 그들이 이 세계를 바라보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 더 열심히, 더 세심하게 만들어주고 싶고, 그래서 그들과, 그들과 함께한 ‘처음’은 기억에도 많이 남고, 애정도 많이 가게 마련이다. (…) 그들과 시작했던 그 ‘처음’의 순간이, 꿈의 무대를 향한 첫 발자국을 남기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그려진다.
_ 본문 112-113쪽 ‘Debut Showcase : 20130612’ 중에서
관객의 시선과 아티스트의 시선을 함께 생각하며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연을 만드는 일
한 아티스트의 공연은 어떤 시기에 어느 공연장에서 하는지, 투어인지 아닌지에 따라 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각각의 공연이 하나하나 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듀서는 분석과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여기에는 아티스트의 콘텐츠와 세계관을 이해하고 재해석하며 콘서트간 유기적인 연결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해외 투어를 할 때는 공연하는 국가에 대한 이해와 그 나라의 기상 상황 그리고 그 국가의 관객들의 성향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팬미팅 공연을 연출할 때는 직접 팬의 마음이 되어보면서 아티스트와 팬들의 관계에서 어떤 것을 보고 싶어할 것인지 분석하고 그중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출팀 내에서는 더 새롭고 더 잘 맞는 공연을 위해 매일같이 브레인스토밍과 아이디에이션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공연의 연출PD로서 뿐만 아니라, 제작PD, 작가, 프로덕션 매니저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PLAN A의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공연 연출에 있어서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우려보다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쇼를 만들려는 의지’, ‘관객, 아티스트, 스태프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사명감’ 같은 궁극의 가치를 생각하며 도전 의식과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연의 큰 틀이 기획되면 다음은 그것을 이루는 무대 장치와 VCR 제작을 시작한다. 이 또한 다른 제작자들과의 협업과 아티스트와 의견을 나누고 발전시켜가며 진행되는 일이다. 이렇듯 수많은 인원들이 유기적으로 협업을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를 총괄하는 PD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콘서트의 콘셉트를 잡는 작업이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재해석과 재창조라면 팬미팅의 콘셉트 작업은 팬들의 니즈를 채우고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팬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팬클럽 커뮤니티, 블로그, SNS, 유튜브 등 팬들이 반응을 보이는 모든 채널을 샅샅이 훑으며 아티스트의 어떤 행동에 팬 반응이 어떻게 나왔는지,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어떤 것일지를 찾고 또 찾는다.
_ 본문 180쪽 ‘3rd MUSTER [ARMY.ZIP+]: 20161112-20161113’ 중에서
일을 벌일 만큼 다 벌였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현실의 시간이다. 공연장 컨디션, 예산과 시간의 여유, 기술적 실현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연출 측면에서의 필요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상상력을 다듬고 깎아나간다. 내부 회의를 거치고, 담당 팀들에게 재차삼차 문의하면서 어떤 것은 삭제되고, 어떤 것은 모양을 조금 바꾸고, 어떤 것은 다른 것과 합쳐지고, 어떤 것들은 오히려 더해지는 과정이다. 말과 글과 레퍼런스 이미지와 손그림 스케치로 존재하던 거대한 상상력은 그렇게 도면으로, 큐시트로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실제로 제작되어 현실에 존재하게 된다.
_ 본문 250쪽 ‘起 pt.1_팀의 깊이: 2018년 초봄부터 여름까지’ 중에서
저자는 수많은 변수들을 모두 고려해가며 아티스트와 관객이 서로 교감하는 콘서트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와 여러 스태프들과의 조율을 거듭한다. 불어오는 태풍 소식에 초조해하며 긴급회의를 하기도 하고, 소품으로 쓸 박 하나를 구하기 위해 시장을 헤매기도 하며, 열기구를 띄우기 위해 엄청난 양의 헬륨가스를 구입하는 일도 생기며, 몸체 12m의 표범 인형 두 개를 새로이 제작하고 그것을 해외 투어 무대에 올리기 위해 운반을 고민하는 일도 생긴다.
수많은 공연을 투어의 순서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이 연출 노트는 콘서트가 진행되는 중 아티스트와 관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열기를 지켜봐온 연출PD의 생생한 현장감과 직업인으로서의 성찰이 담겨 있다. 따라서 공연PD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고, 공연 실황을 지켜본 이들에게는 그날의 생생함을 전하는 연결통로가 될 것이며, 여러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앞으로의 진로를 정할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모두가 어깨를 맞대고 목소리의 떨림을 공유하던 공연 문화를 즐기기 어렵게 된 요즘, 이를 대신하여 수많은 콘서트들이 온라인 콘서트로 전환되어 전 세계인들이 랜선을 통해 콘서트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때의 생생한 현장감과 환호만큼은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 콘서트를 즐겁게 관람하면서도 ‘아, 어서 콘서트 가고 싶다’ ‘생생한 현장을 느껴보고 싶다’ 하고 중얼거리게 되므로. 그 마음속 외침과 갈망을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해갈할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의 이 팬데믹 시대가 끝나고 다시 커다란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당신은 어떤 콘서트에 가장 먼저 가고 싶은지 떠올려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