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마음을 울리는 사적 서사와, 집단 트라우마가 개인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계몽적 연구가 어우러진 절박하고, 정직하고, 아프고, 진실한 회고록.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생존자 카페』는 일종의 지도 그리기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세계 곳곳의 인류적 재앙이 남긴 겉보기에 이질적인 유산들 속에서 한곳으로 모이는 길들을 발견하게 된다. (…) 로즈너는 우리에게 우리 내면을 들여다볼 것을 권유하며, 과거로부터 배우고 용서하며, 우리를 우리 과거와 미래, 그 밖의 모든 것과 이어주는 심오한 인연들에 대해 이해할 것을 권유한다. _『릴리트』
개인사와 역사, 문학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로즈너는 홀로코스트와 베트남 전쟁, 르완다 대학살, 일본계 미국인 격리와 같이 다양한 사건을 탁월한 솜씨로 아우른다. 그녀의 인상적이고 흥미진진한 이 책은 잔혹 행위와 트라우마, 기억이라는 중요 이슈들을 다루면서도 그 모두를 놀랍도록 명료하고도 친근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것들을, 혹은 이 강렬한 책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_비엣 타인 응우옌, 퓰리처상 수상작 『동조자』 저자
로즈너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부모로 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성유전학과 심리요법, 역사를 비롯해 트라우마 연구에 참신함을 더하려는 철학적 고뇌의 영역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 이러한 사적 회상들은 우리가 기억이나 심리학, 정신분석, 트라우마, 역사와 연관 짓게 된 까다롭기 그지없는 여러 이론과 개념 중 일부를 새로운 관점에서 좀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 미래의 연구를 위한 기틀이 된다. _엘리스 스파이서, 『역사 리뷰』
엘리자베스 로즈너의 『생존자 카페』는 우리가 우리 역사뿐 아니라 그것을 딛고 살아남는 법의 복잡성까지 물려받게 되는 경로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로즈너는 시인의 심장으로, 트라우마의 껍질을 한 층 한 층 벗겨낸다. 마지막 장을 읽은 뒤에도 여운은 오래도록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_에밀리 랩 블랙, 『회전하는 세계의 정지점』 저자
책 속으로
오늘 이곳에서 한 남자는 체화된 역사의 증인으로서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식의 표현은 난데없이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역사는 체화되고, 진실은 증언된다. 적어도 현재에는, 그리고 미래에도 한동안은, 이야기하기란 몸의 행위일 테다. 이야기는 살아 있는 존재다. 누군가 입 밖에 내는 순간, 듣는 이들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결코 그것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어떻게든 몸 밖으로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한다. _61쪽
관건은 우리의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비자발적으로 물려준 유산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확언컨대, 현존하는 트라우마의 반복적 연결 고리를 끊어내어, 우리 의식이 환경과 새롭게 반응하고 맞물리게 할 방법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_126쪽
자신의 경험을 글로 공유했던 생존자들이 결론적으로 위안이나 해답을 얻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데우시 보로프스키는 28세의 나이에 자살했다. 파울 첼란은 1970년 물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1987년 4월 11일 프리모 레비가 30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공식적 사인이 자살로 발표되었을 때 엘리 위젤은,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40년 후에 죽었다”고 말했다. 그의 사망일이 부헨발트 수용소의 해방 기념일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레비의 친구 페르디난도 카몬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프리모는 1945년에 이미 자살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때 그러지 못한 이유는 글을 쓰려는 욕구(그리고 의무감)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제 할 일을 다 끝마친 거예요. 그래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고요.”_128쪽
생존자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받아 적는 일이 괴로웠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비록 눈물과 콧물이 흘렀지만, 그보다 쓸모 있는 고통은 없었다. 말로 다 전할 수 없지만 말로만 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부족해도 말은 우리가 가진 재산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전해져야 하고 어떻게든 남겨져야 한다. 내 고민은 어떻게 해야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널리 전파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 그들이 언제까지 이곳에 더 머무를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서둘러야 한다. _159쪽
알고 보니 적지 않은 생존자의 손주 세대가 늙고 죽어가는 조부모의 수감 번호를 자신들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있었다. 짤막하게 나열된 숫자들이 똑같은 파란색으로 너울거렸다. 불완전하고 투박하게, 위아래가 뒤집혔으면 뒤집힌 채로, 그들은 조부모의 팔에 영구히 새겨진 희미한 숫자들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기억하려 애쓰고 있었다. 기억하기 위해서. 피부로 증언하기 위해서. 무엇을 새기고 무엇을 주장할지를 다음 세대가 선택할 때까지. _236쪽
최근의 후성유전학 연구가 점점 명확히 보여주듯이, 우리에게 유전되는 것들은 비단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생존기나 외적으로 드러나는 트라우마와 상실, 슬픔, 심리적 탄력성에 그치지 않는다. 슬픔으로 채워진 모유를 마신다는 비유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정확한 표현이다. 실제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뇌의 신호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변화는 자손에게 대물림된다. 부인하고 침묵해도 소용없다. 출산을 아예 포기하지 않는 한, 상실과 절망의 유산, 충격과 고통의 잔해를 조금도 물려주지 않을 방법이란 없어 보인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은 결코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 사실 최근에야 우리는 이와 같은 충격을 인지하고 명명하기 시작했다._244쪽
우리 모두는 규명을 지속할 책임이 있다. 또한 인간의 혈통을 타고 끈질기게 이어져온 파괴와 복수의 역사를 눈여겨볼 책임이 있다. 우리는 가해자와 부역자들, 노예와 익사자들, 수감자와 해방자들, 살인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집단적 기억으로 암호화된 존재다. _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