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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Book

같이 산 지 십 년 레즈비언 부부, 커밍아웃에서 결혼까지

저자
천쉐
역자
채안나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1-04-09
사양
292쪽 | 128*188 | 무선
ISBN
978-89-6735-891-4 03820
분야
산문집/비소설
정가
15,000원
타이완 퀴어 문학의 대표 작가 천쉐의 동성결혼 법제화까지 10년의 부부 생활

“우리는 당시 결혼할 때 했던 맹세대로
한결같이 상대를 지켜주고 곁에 있어주며 동고동락했다.
우리 결혼이 법적인 보장은 받지 못했을지라도
그 무엇보다 견고했다.”

1990년대 타이완 퀴어 문학의 경전으로 뽑힌 『악녀서惡女書』의 저자 천쉐의 레즈비언 부부 생활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5월 타이완 사법원의 이성 간 혼인제도 위헌 판결 이후 두 해가 흘러 2019년 5월 24일, 타이완은 비로소 동성 간의 결혼이 가능하게 된 동아시아 최초의 나라로 거듭났다. 저자는 2011년 짜오찬런과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우리는 2009년 두 친구의 참관 하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타이완에서 동성결혼이 마침내 법제화가 되었다. 이 책은 원제 『동성결혼 10년同婚十年』처럼 그 10년 동안의 기록을 담아 엮은 책이다. 천쉐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요리를 하고 식물에 물을 주는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기록하다가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동성 커플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천쉐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을 엮은 이 책에는 잔잔한 일상생활과 시간에 따른 다양한 변화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동반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뿐만 아니라 타이완의 동성결혼 법제화를 쟁취해내기 위한 험난한 분투의 기록물이다. 천쉐와 짜오찬런의 일상을 읽다보면 잔잔하고도 담백한 생활이 하염없이 부럽다가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사회를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피가 끓어오르기도 한다.
책은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별도로 페이지를 마련해 모든 성소수자의 하나같은 염원을 담아 녹였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차분히 들려주는 한편 사회를 향한 정치적인 호소도 담은 것이다.

험난한 연애를 끝내고

‘짜오찬런’은 천쉐가 지어준 별명으로 ‘아침 식사인’이라는 뜻이다. 짜오찬런은 야간 근무를 자주 나가는지라 둘이 함께하는 아침상을 항상 거하게 차렸다. 책에는 서술되지 않았지만 짜오찬런의 원래 직업은 편집자로, 퇴직한 뒤 카페에서 일을 하며 간간이 윤문 작업을 한다. 짜오찬런이라는 생활밀착형 별명과 달리 이들의 첫 만남은 소설가와 편집자의 관계였고 업무적인 성격이 짙었다. 2002년의 첫 번째 만남을 시작으로 천쉐와 짜오찬런은 인연이 되었다. 천쉐의 연애생활에서 험난함이 끝나고 순탄함이 시작된다는 신호탄과도 같은 만남이다. 그러니 이 책의 기록은 동성결혼에 대한 묘사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저자 자신의 내면적인 극복기라고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천쉐는 짜오찬런의 밥상으로 고난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짜오찬런의 요리로 채워져 있다. 스스로 자신은 덤벙대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하는 천쉐는 장보기부터 상차림까지 순식간에 뚝딱 해치우는 짜오찬런을 보며 끊임없이 경탄한다.

생선을 굽고 있던 짜오찬런이 부엌에서 나와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굽는 동안 일단 씻어야겠다.”
“내가 생선 보고 있을까? 타지 않도록.”
나는 다급히 물었다. 생선이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잠깐만 봐줘. 건드리지는 말고.”
그녀는 세수를 하고 나와 생선을 예쁜 모양으로 뒤집었다.
‘구울 동안 얼른 로션을 발라야겠다’ 하고는 다시 주방을 떠났다.
“시간 잘 활용하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만약 나라면 부엌에 내내 붙어 있어도 생선을 다 태워버렸을 것이다(그나저나 나는 생선을 구워본 적이 없다. 너무 자극적이라 내 심장이 못 견딘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어린애는 배우면 안 돼.”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_50쪽

세월정호- 평안한 생활과 안정적이고 건강한 것이 최고다

요리하고 식물에 물을 주고 글을 쓰는 일상 속에서 서로의 평형점을 찾아나가는 부부. 이들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로망을 그대로 실현시킨다. 천쉐는 힘든 젊은 날을 지나 안정적인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험난한 연애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배곯는 시절을 지나 적게 벌고 적게 먹고 적게 쓰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냈다.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행위는 대부분의 성소수자에게 가장 큰 난관이다. 그래서 짜오찬런의 가족이 천쉐를 진정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부분을 묘사하는 대목은 유토피아적이기까지 하다. 1부에 수록된 ‘세뱃돈’에는 짜오찬런의 사촌오빠를 시작으로 소문이 난 짜오찬런 연애 소식에 총출동한 세 고모와 시어머니를 볼 수 있다. 조카며느리인 천쉐를 환대하고 천쉐에게 따뜻한 포옹을 건네는 네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푸근해진다. 심지어 저자 자신도 모르는 음식 취향을 집어내는 천쉐의 시어머니는 두 커플의 든든한 지지자다. 요리를 주로 하는 사람은 짜오찬런이지만 이 부부의 식탁에 가장 자주 올라가는 재료는 바로 ‘천쉐 시어머니’의 음식이다. 시어머니의 크로켓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는 천쉐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냥 결혼이 하고 싶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둘이 함께 쌓아온 것을 상대가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둘이서 함께하기로 한 평생의 약속은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진실된 축복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반대로, 굳센 법률의 개입은 우리가 노력해 세운 보금자리를 앗아갈 것이다. 함께 지내며 쌓아온 사소한 모든 것은 잔인한 법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따라서 동성애자는 결혼을 해야 한다. 합법적인 혼인 관계가 필요하다. _83쪽

이 책은 천쉐와 짜오찬런이 혼인신고를 하기 직전까지의 기록이다. 둘은 시장을 가도 여행을 가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모든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하지만 괴로움도 있다. 특히 몸이 자꾸 말썽을 일으키는 천쉐를 가장 괴롭히는 곳은 병원이다. 수술시 보호자는 반드시 친족 관계여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짜오찬런이 아닌 남동생을 불러야 하는 상황은 성소수자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또한 이 커플은 변변찮은 형편이지만 유사시 서로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도 없었다. 천쉐는 이런 부분들이 하루 빨리 법제화를 통해 사라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정 나이 차이를 기피한다든지, 타이완 본성인과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 간의 결혼을 금기시한다든지 하는 과거의 악습도 결국 법률이 먼저 선두에 서줬기 때문에 사라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타이완은 이제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었고, 천쉐와 짜오찬런은 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짜오찬런은 이제 병원에 보호자로서 갈 수 있고, 둘은 서로에게 유산을 물려줄 수도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어쩌면 아주 느리게 굴러가지만 순식간의 격변도 가능한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쉽게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천쉐가 글을 마무리할 당시에도 타이완 헌법재판소에서 현행 혼인법이 위헌 판결이 났다는 것을 제외하면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타이완의 모든 상황은 한국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타이완은 위헌 결정 이후 보충 시행법이 미처 마련되지 못했을 때 동성결혼에 관한 대국민투표가 부쳐져 동성결혼 법제화 반대에 더 많은 표가 쏠렸다.
천쉐는 사법부의 수정 시행령이 나오기 전, 2019년 5월 24일에는 꼭 혼인신고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무사히 동성결혼 법제화에 성공했으니 마침내 지면 밖의 해피엔딩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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