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갔다고 아쉬워하지 마
우리는 내일 더 즐겁게 놀 거니까
“두두, 나랑 친구 할래?”
“친구? 그게 뭔데?”
“같이 노는 거야.”
“노는 거라면 나보다 더 잘하는 고양이는 없지.”
자연과 생명을 향한 가물지 않는 시선, 아이들을 향한 튼튼한 애정을
동화라는 장르에 차곡차곡 담아 온 장주식 작가의 새 책
마을에 하나뿐인 어린아이 ‘루아’는 집 뒤뜰에서 길고양이 ‘두두’를 만난다. 루아는 자신을 ‘좀 웃기는 편’이라고 소개하는 이 고양이와 왠지 ‘마음이 잘 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고 유쾌한 두두의 모습은 루아를 웃게 만든다. 그렇게 둘은 곧 친구가 된다.
『좀 웃기는 친구 두두』는 장주식 작가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도롱뇽 친구 도롱과 다롱이 사는 중군이봉, 수달 친구 여울이와 솔이를 만난 도리섬, 남한강 청미천 샛강, 모래밭이 너르게 이어진 강둑길 모두 작가가 자신의 둘레 가까이에서 길어 올린 장소들이다. 그래서인지 계절 한때를 장식하는 들꽃들,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 하나하나가 작가가 그린 풍경 속에서 생동한다.
고양이 두두는 시골에 살지만 또래 친구가 없어 텔레비전으로 심심함을 달래던 루아를 집 밖의 자연으로 끌어낸다. 그렇게 루아는 자연 속에 흠뻑 스며든 하루를 보내면서 새로운 동물 친구들을 사귀는 동시에 그들의 치열한 생존의 현장, 죽음의 모습 등을 바라보게 된다. 『좀 웃기는 친구 두두』 속에 담긴 루아의 여정은 자연이라는 공간을 조금 더 입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
함께 놀고 서로를 다독이며 이뤄 가는
일상 속 작은 성장들
두두와 함께하니 너무나 익숙했던 동네는 루아에게 새로운 놀이터가 된다.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담배 건조실, 샛강 위의 작은 섬, 산 위의 평평한 바위, 우거진 수풀 속에 숨은 동굴, 쑥부쟁이꽃이 가득 핀 들판.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두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모르고 지나쳤을 곳에서 루아는 탐험하듯 놀며 특별한 하루를 보낸다.
그렇다고 이 여정에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루아는 두렵고 불편한 상황들도 만나게 된다. 두두가 놀자며 올라간 높은 사다리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꼬리뼈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무섭고, 수영을 할 줄 모르니 작은 샛강을 건너는 일도 쉽지 않다. 또 수달 여울이가 자신에게 보이는 가시 돋친 낯가림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럴 때 두두는 루아의 옆에 있다. 두두는 루아를 다그치거나 채근하지 않고 가볍게 다독인다. 사다리가 삐꺽대는 건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거라는 귀여운 핑계로,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든든한 응원으로 말이다.
이렇듯 『좀 웃기는 친구 두두』는 루아와 두두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보여 준다. ‘놀기’라는 행위 안에서 아이들은 친구를 이해하고, 서로를 크고 작게 응원하며,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재밌게 논 하루들이 쌓이고 쌓여 아이들은 자란다.
루아와 두두의 우정을 빛내는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독립 출판, 상업 출판뿐만 아니라 잡지, 음반 등 활동 분야를 넓히며 주목받고 있는 허지영 화가는 두두와 루아, 그리고 많은 동물 친구들을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표현했다. 첫눈에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등장인물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화가가 이야기 안에서 포착한 익살스러운 표정과 동작, 위트 있는 장면 묘사 등은 책읽기에 맛을 더하며 장주식 작가의 글과 시너지를 발휘한다. 산뜻하고 따뜻한 표지를 시작으로 보름달 아래서 함께 웃고 있는 두두와 루아를 담아낸 마지막 그림까지 독자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