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는 전봉준(문학동네포에지014)
- 저자
- 안도현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1-03-30
- 사양
- 96쪽 | 130×224 | 무선
- ISBN
- 978-89-546-7774-5 03810
- 분야
- 시, 문학동네포에지
- 정가
- 10,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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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안도현 시인의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문학동네포에지 14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85년 여름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고 36년 만이다. 등단 4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해 이 복간이 더욱 반갑다. ‘풋풋하고 건강한 삶의 언어로 인간에 대한 순정하고 건강한 믿음’(박혜경)을 전해주는 57편의 시를 실었다.
그 흔한 ‘어둠’이라는 은유도 허락되지 않던 80년대라는 시대와 시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 고민하던 안도현은 재일사학자 강재언이 쓴 『한국근대사』의 뒤표지에서 서울로 압송되는 전봉준의 타는 눈빛을 담은 조그마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전봉준이 전북 순창의 피노리에서 체포된 시기는 음력 정월로 어느 책에도 그날 눈이 내렸다는 기록은 없으나 안도현은 시의 배경에 “마침내 우리를 덮는 이불이 되고 막막한 사랑이”(「화투놀이」) 될 눈을 퍼부어대기로 한다. 압송되는 현실을 ‘가는’ 적극성으로 전환하는 상상력이 시의 할일이며 속절없는 현실 속에 서정을 들어앉히고 서정을 현실 속으로 잡아당기려는 노력이라는 듯이(「『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쓸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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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관계』 『사진첩』 『짜장면』,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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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눈 오는 날 / 22시 바다 / 소록도 사람들 / 늙은 권투선수의 죽음 / 산역(山驛) / 낙동강 / 허수아비가 되어 / 빈 콜라병들을 위하여 / 변방에서 / 길 / 유민(流民) / 귀(歸) / 풍산국민학교 / 안항(雁行) / 강의실 밖에 내리는 눈 / 고추밭 / 사월 / 초소에서 / 전야(前夜) / 회군(回軍) / 북일동 / 눈 / 족보(族譜) / 서울로 가는 전봉준(全琫準) / 오랑캐꽃 피기 사흘 전에 / 비 내리는 군대 / 연날리기 / 신혼 일기 / 화투놀이 / 부여 기행 / 그늘 / 만경평야의 먼 불빛들 / 세수를 하며 / 가자 / 기러기야 발해 가자 / 행군 / 강원도 땅 / 한국개항사(韓國開港史) / 밥 1 / 봉선화 / 울타리에 대하여 / 집 / 벽시 2 / 들불 / 산맥 노래 / 홍골 / 병(兵) / 빈 논 / 젊은 북한 시인에게 1 / 젊은 북한 시인에게 2 / 저녁노을 / 5월의 단풍나무 / 밥 2 / 다시 낙동강 / 백두산 가는 길 / 새벽밥 / 기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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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책소개
연락도 없이 사월이 오는 것을 보았어 나는
풀밭에 앉아 있었어 물오른 목련 가지마다 죽은 아이들
손바닥 같은 꽃잎 몇 장씩 붙여대며 이제는 잘
길들여진 짐승처럼 무사히 사월은 걸어오고 있었어 _「사월」 부분
개같은 세월 울타리만 겹겹
맥없이 깊어지고 우리는
어째 낮달 보고 짖는 개가 되는 것일까 _「가자」 부분
아버지 등줄기에 흐르던 강물 보았느냐
그 속을 거슬러올라 헤엄치던 어린 날 우리는
그렇지 한 마리씩의 빛나는 은어였을 것이다 _「다시 낙동강」 부분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안도현 시인의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문학동네포에지 14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85년 여름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고 36년 만이다. 등단 4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해 이 복간이 더욱 반갑다. ‘풋풋하고 건강한 삶의 언어로 인간에 대한 순정하고 건강한 믿음’(박혜경)을 전해주는 57편의 시를 실었다.
그 흔한 ‘어둠’이라는 은유도 허락되지 않던 80년대라는 시대와 시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 고민하던 안도현은 재일사학자 강재언이 쓴 『한국근대사』의 뒤표지에서 서울로 압송되는 전봉준의 타는 눈빛을 담은 조그마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전봉준이 전북 순창의 피노리에서 체포된 시기는 음력 정월로 어느 책에도 그날 눈이 내렸다는 기록은 없으나 안도현은 시의 배경에 “마침내 우리를 덮는 이불이 되고 막막한 사랑이”(「화투놀이」) 될 눈을 퍼부어대기로 한다. 압송되는 현실을 ‘가는’ 적극성으로 전환하는 상상력이 시의 할일이며 속절없는 현실 속에 서정을 들어앉히고 서정을 현실 속으로 잡아당기려는 노력이라는 듯이(「『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쓸 무렵」).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소로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어릴 적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아아 나는 아버지가 모랫벌에 찍어놓은
발자국이었다, 홀로 서서 생각했을 때
내 눈물 웅얼웅얼 모두 모여 흐르는
낙동강
그 맑은 마지막 물빛으로 남아 타오르고 싶었다
_「낙동강」 전문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안도현 시인의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문학동네포에지 14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85년 여름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고 36년 만이다. 등단 4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해 이 복간이 더욱 반갑다. ‘풋풋하고 건강한 삶의 언어로 인간에 대한 순정하고 건강한 믿음’(박혜경)을 전해주는 57편의 시를 실었다.
그 흔한 ‘어둠’이라는 은유도 허락되지 않던 80년대라는 시대와 시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 고민하던 안도현은 재일사학자 강재언이 쓴 『한국근대사』의 뒤표지에서 서울로 압송되는 전봉준의 타는 눈빛을 담은 조그마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전봉준이 전북 순창의 피노리에서 체포된 시기는 음력 정월로 어느 책에도 그날 눈이 내렸다는 기록은 없으나 안도현은 시의 배경에 “마침내 우리를 덮는 이불이 되고 막막한 사랑이”(「화투놀이」) 될 눈을 퍼부어대기로 한다. 압송되는 현실을 ‘가는’ 적극성으로 전환하는 상상력이 시의 할일이며 속절없는 현실 속에 서정을 들어앉히고 서정을 현실 속으로 잡아당기려는 노력이라는 듯이(「『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쓸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