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문학동네포에지013)
- 저자
- 염명순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1-03-30
- 사양
- 96쪽 | 130×224 | 무선
- ISBN
- 978-89-546-7773-8 03810
- 분야
- 시, 문학동네포에지
- 정가
- 10,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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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아직 더 닳아질 마음이 남아 있구나/갈 만큼 갔다고 생각했는데
198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염명순 시인의 첫 시집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를 문학동네포에지 13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5년 가을 문학동네 시집 9번으로 첫 시집을 묶고 26년 만이다. 총 61편의 시를 4부에 나누어 실었다. 염명순 시인은 이 시집이 출간된 1995년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가도 닿지 못하는 집을 향한 쓸쓸한 향수, 잠든 도시의 창을 열고 불 밝힌 다른 집 창을 찾는 그리움은 타지에서 그를 살아 있게 하는 감각이었을까(「바다」 「심학규 4」). 그렇게 조심했지만 끝내 나를 버린 도시에서(「조난기」) 누가 어디서 나 대신 내 삶을 살고 나는 여기서 남의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어떤 하루」). “여행객처럼 삶을 스쳐지나가지도, 정주민처럼 영원히 눌러앉지도 못하는”(이경호) 시인이 머무는 여기는 살아갈수록 첩첩한 불명(不明)의 땅(「심학규 1」). 갈무리할 추억조차 없는 사람들은 외투를 두껍게 껴입고도 춥다(「겨울 이야기」).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이지만 언어의 적외선으로 찍어낸 듯 선명한 풍경 그 속에는, 삶의 고단함을 꿰뚫고 지나가는 심미적 자의식이 번득이고 있다(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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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8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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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물푸레나무가 때죽나무에게 / 아침 노래 / 수국이 피는 곳 / 겨울 이야기 / 가족사진 / 봄날엔 / 비 그친 뒤 / 고양이 / 불꽃 / 꽃게 / 작은 새 / 저 햇살은 / 눈사태
2부
비눗방울 / 김장 1 / 김장 2 / 김장 3 / 춘화도 1 / 춘화도 2 / 한국 근대 여성사 / 널뛰기 / 지하철은 달린다 / 사랑의 자세 / 조난기 / 부처와의 대화 / 돼지의 해탈 / 위독하신 어머니 / 심학규 1 / 심학규 2 / 심학규 3 / 심학규 4 / 심학규 5
3부
낯선 곳에서 / 국경을 넘으며 / 나무처럼 / 바다 / 프랑스대혁명 200주년 축일에 / 카페 아르뷔스트 / 파리의 우울 / 가론강을 건널 때 / 체르노빌 / 유리 닦기 / 가을 /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 어떤 하루 / 세한도 / 황하 / 꿈
4부
저물녘 /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 노래에 대하여 / 비가 내리는 몇 가지 풍경 / 감기 / 우기 / 마지막 가을 / 밤의 산책 / 내 낡은 구두에게 바치는 시 / 달빛 / 입관식 / 첫눈 /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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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책소개
가론강을 건널 때
내가 너무 많이 흐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누가 나를 여기에 떨구고 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_「가론강을 건널 때」 부분
매일 저녁 지는 해를 바라보기 위해
우리 동네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어떤 남학생을 아주 잠시지만
좋아했던 적이 있다. _「유리 닦기」 부분
아직 더 닳아질 마음이 남아 있구나
갈 만큼 갔다고 생각했는데 _「내 낡은 구두에게 바치는 시」 부분
198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염명순 시인의 첫 시집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를 문학동네포에지 13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5년 가을 문학동네 시집 9번으로 첫 시집을 묶고 26년 만이다. 총 61편의 시를 4부에 나누어 실었다. 염명순 시인은 이 시집이 출간된 1995년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가도 닿지 못하는 집을 향한 쓸쓸한 향수, 잠든 도시의 창을 열고 불 밝힌 다른 집 창을 찾는 그리움은 타지에서 그를 살아 있게 하는 감각이었을까(「바다」 「심학규 4」). 그렇게 조심했지만 끝내 나를 버린 도시에서(「조난기」) 누가 어디서 나 대신 내 삶을 살고 나는 여기서 남의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어떤 하루」). “여행객처럼 삶을 스쳐지나가지도, 정주민처럼 영원히 눌러앉지도 못하는”(이경호) 시인이 머무는 여기는 살아갈수록 첩첩한 불명(不明)의 땅(「심학규 1」). 갈무리할 추억조차 없는 사람들은 외투를 두껍게 껴입고도 춥다(「겨울 이야기」).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이지만 언어의 적외선으로 찍어낸 듯 선명한 풍경 그 속에는, 삶의 고단함을 꿰뚫고 지나가는 심미적 자의식이 번득이고 있다(남진우).
문학동네포에지로 시집을 복간하며 초판에 수록하지 않은 시 「꽃다지」를 맨 뒤에 새롭게 넣었다. 「꽃다지」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이전 염명순 시인이 『실천문학』으로 등단하기를 바라고 투고한 시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1985년 『실천문학』이 ‘민중교육’ 사건으로 폐간되면서 시인은 198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먼저 등단하게 된다. 이어 1987년 『실천문학』이 무크지로 환원되며 이전에 투고한 시들이 게재되어 재등단을 하게 된 사연이 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이 가장 오래전에 쓴 시는 “사랑은 상수리나무 몇 그루의 흔들림으로 시작되어/새 깃털에 묻은 잿빛의 무게만큼/깊어지는 것인지” 물었던 이십대 초반에 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이다. 두번째가 바로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눈물 삼키며 떠나던 내 고향 언덕길에 핀 꽃다지” 하고 노래하는 이 「꽃다지」이다. 염명순 시인의 시들은 적요한 순간 문득 들켜버리고 마는, ‘열어 보이기엔 너무 연한 상처의 속살’(「꽃게」)이자 ‘강 저편에서 쓰는 저물지 않는 사랑의 편지’(「가론강을 건널 때」)이다.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다시는 시를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아픈 꿈의 머리맡에서 누가 이마를 짚어주는 듯했는데/밥 많이 먹으라는 언니의/안부 전화가 걸려왔다.”(「꿈」) 그 저물던 여름, 우리 가족은 아직 거기서 반짝이고 있을까(「가족사진」).
누가 내 이름을 부른다
부를 때마다 뒤돌아보고픈
그리운 사람은 어둔 하늘에서
불꽃으로 흩어지고
그해 칠월 큰물 들어
차오르던 남한강변에 자주
마른 갈대처럼 쓰러지시던 어머니
장마철 습기는 끈끈하게 감겨들고
언니가 쓰다 만 그림물감과 화구통 위에
불은 잘 붙어주지 않았다
거짓말 같게도 언니는 왜
스케치북 맨 첫장에
열아홉 자화상을 그리고 떠난 걸까
거울을 앞에 놓고 낯선 죽음을 보듯
섬뜩섬뜩해지는
불꽃은 드디어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처녀귀신이 무섭다고 일찍 빗장을 잠근
마을길, 밤하늘 위로
흰 옷자락 흔들며
초혼의 넋 거두어가는 소리로
불꽃은 멍울멍울 터지며
사그라들고
_「불꽃」 전문
아직 더 닳아질 마음이 남아 있구나/갈 만큼 갔다고 생각했는데
198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염명순 시인의 첫 시집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를 문학동네포에지 13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5년 가을 문학동네 시집 9번으로 첫 시집을 묶고 26년 만이다. 총 61편의 시를 4부에 나누어 실었다. 염명순 시인은 이 시집이 출간된 1995년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가도 닿지 못하는 집을 향한 쓸쓸한 향수, 잠든 도시의 창을 열고 불 밝힌 다른 집 창을 찾는 그리움은 타지에서 그를 살아 있게 하는 감각이었을까(「바다」 「심학규 4」). 그렇게 조심했지만 끝내 나를 버린 도시에서(「조난기」) 누가 어디서 나 대신 내 삶을 살고 나는 여기서 남의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어떤 하루」). “여행객처럼 삶을 스쳐지나가지도, 정주민처럼 영원히 눌러앉지도 못하는”(이경호) 시인이 머무는 여기는 살아갈수록 첩첩한 불명(不明)의 땅(「심학규 1」). 갈무리할 추억조차 없는 사람들은 외투를 두껍게 껴입고도 춥다(「겨울 이야기」).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이지만 언어의 적외선으로 찍어낸 듯 선명한 풍경 그 속에는, 삶의 고단함을 꿰뚫고 지나가는 심미적 자의식이 번득이고 있다(남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