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문학동네포에지012)
- 저자
- 이문재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1-03-30
- 사양
- 140쪽 | 130×224mm | 무선
- ISBN
- 978-89-546-7772-1 03810
- 분야
- 시, 문학동네포에지
- 정가
- 10,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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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짓다가 그만둔 예배당은 너무 커 보인다 지붕이 없어서/밤에는 힘없는 별들이 발을 헛딛기도 했다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문재 시인의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를 문학동네포에지 12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88년 2월 서른의 나이에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33년 만이다. 발표순으로 묶었던 시 71편을 3부로 나누고 몇 군데 손을 보아 내놓는다. 이문재는 이 한 권의 시집으로 1980년대 후반을 장식하는 신예시인으로 독자적인 개성을 확보하였다(최동호). 삼월의 햇빛을 닮은 그의 시어는 유년의 나이테를 세심하게 넘기며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에서 겪은 상처와 슬픔, 배고픔과 외로움을 둥글게 감싸안는다. 이문재의 시는 우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음악과 같다. 그의 시에서는 크기를 잴 수 없는 슬픔도 어두운 밤이 오기 전까지 유리창에 머무는 빛의 반짝임처럼 아름답다. 시인 이문재에게 여기 담긴 스무 살 시절은 “오래된 처음”이다. 그 오래된 처음이 누군가의 처음과 만나 또다른 처음이 된다면 그것은 시의 축복일 것이다(개정판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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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59년 경기도 김포(현 인천시 서구)에서 나고 자랐다. 경희대 국문과에 재학중이던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제국호텔』 『마음의 오지』 『산책시편』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가 있고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내가 만난 시와 시인』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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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돌팔매질 / 기념식수 /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물소 / 돌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쓰는 것일까 / 섬에서 보낸 한철 / 마로니에 잎은 둥글어지고 / 생일 주간 / 죽음의 집의 이사 / 유월의 여섯시 / 이렇게 푸르른 그늘을 / 저문 강을 이름 붙이려 함 / 슬픈 로라 / 저녁의 푸른 노트 / 백색 교회 2 / 金과 진공 / 나의 생각은 석류처럼 익어간다 / 시간의 책 / 방랑자여, 슈파……로 가려는가 / 낙타의 꿈 / 나는 불을 가진다 / 여름의 평일 / 백색 교회
2부
새 / 물위의 집 / 검은 돛배 / 나는 그를 모른다 / 내 젖은 구두를 해에게 보여줄 때 / 저문 길이 무어라 하더냐 / 새야 새야 / 저문 비 / 오래된 악보 / 봄밤 / 황혼병 / 우울한 악보 / 다시 황혼병 / 길 / 조용한 도시 / 자네 요즘 어떻게 지내나 / 구름의 서랍 / 늠름한 금욕주의자 / 돌의 팔 / 근처에서 / 저녁 방송 / 아픈 사람 / 김씨의 인터뷰 / 잔등 / 구름 그림자 / 녹색의 책 / 붉은 꽃
3부
양떼 염소떼 / 어디로 가는 길 / 길 / 적막강산 2 / 적막강산 / 판화 / 지금의 집 / 여름의 독백 / 모래시계 / 모래시계 2 / 푸르른 집 / 편집 / 옛날 주소 / 고백 / 길 / 길 연작 3 / 길 / 황혼병 3 / 그리운 내일 / 망자시(亡者詩) 1 / 길에 관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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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책소개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주곤 했다. _「우리 살던 옛집 지붕」
짓다가 그만둔 예배당은 너무 커 보인다 지붕이 없어서
밤에는 힘없는 별들이 발을 헛딛기도 했다 _「돌의 팔」 부분
내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을 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알았다 세계가 나를
그의 어느 어두운 집 방 하나를 세주어 살게 하고
있음을 세계가 나에게 조금씩
들키고 있음을 _「섬에서 보낸 한철」 부분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문재 시인의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를 문학동네포에지 12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88년 2월 서른의 나이에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33년 만이다. 발표순으로 묶었던 시 71편을 3부로 나누고 몇 군데 손을 보아 내놓는다. 이문재는 이 한 권의 시집으로 1980년대 후반을 장식하는 신예시인으로 독자적인 개성을 확보하였다(최동호). 삼월의 햇빛을 닮은 그의 시어는 유년의 나이테를 세심하게 넘기며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에서 겪은 상처와 슬픔, 배고픔과 외로움을 둥글게 감싸안는다. 이문재의 시는 우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음악과 같다. 그의 시에서는 크기를 잴 수 없는 슬픔도 어두운 밤이 오기 전까지 유리창에 머무는 빛의 반짝임처럼 아름답다. 시인 이문재에게 여기 담긴 스무 살 시절은 “오래된 처음”이다. 그 오래된 처음이 누군가의 처음과 만나 또다른 처음이 된다면 그것은 시의 축복일 것이다(개정판 시인의 말).
형수가 죽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감자를 구워 소풍을 간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구리들은 땅의 얇은
천장을 열고 작년의 땅 위를 지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교외선 유리창에 좋아라고 매달려 있다
나무들이 가지마다 가장 넓은 나뭇잎을 준비하러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영혼은 온몸을 떠나 모래내 하늘을
출렁이고 출렁거리고 그 맑은 영혼의 갈피
갈피에서 삼월의 햇빛은 굴러떨어진다
아이들과 감자를 구워먹으며 나는 일부러
어린왕자의 이야기며 안데르센의 추운 바다며
모래사막에 사는 들개의 한살이를 말해주었지만
너희들이 이 산자락 그 뿌리까지 뒤져본다 하여도
이 오후의 보물찾기는
또한 저문 강물을 건너야 하는 귀갓길은
무슨 음악으로 어루만져주어야 하는가
형수가 죽었다
아이들은 너무 크다고 마다했지만
나는 너희 엄마를 닮은 은수원사시나무 한 그루를
너희들이 노래 부르며
파놓은 푸른 구덩이에 묻는다
교외선의 끝 철길은 햇빛
철 철 흘러넘치는 구릉지대를 지나 노을로 이어지고
내 눈물 반대쪽으로
날개도 흔들지 않고 날아가는 것은
무한정 날아가고 있는 것은
_「기념식수」 전문
짓다가 그만둔 예배당은 너무 커 보인다 지붕이 없어서/밤에는 힘없는 별들이 발을 헛딛기도 했다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문재 시인의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를 문학동네포에지 12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88년 2월 서른의 나이에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33년 만이다. 발표순으로 묶었던 시 71편을 3부로 나누고 몇 군데 손을 보아 내놓는다. 이문재는 이 한 권의 시집으로 1980년대 후반을 장식하는 신예시인으로 독자적인 개성을 확보하였다(최동호). 삼월의 햇빛을 닮은 그의 시어는 유년의 나이테를 세심하게 넘기며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에서 겪은 상처와 슬픔, 배고픔과 외로움을 둥글게 감싸안는다. 이문재의 시는 우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음악과 같다. 그의 시에서는 크기를 잴 수 없는 슬픔도 어두운 밤이 오기 전까지 유리창에 머무는 빛의 반짝임처럼 아름답다. 시인 이문재에게 여기 담긴 스무 살 시절은 “오래된 처음”이다. 그 오래된 처음이 누군가의 처음과 만나 또다른 처음이 된다면 그것은 시의 축복일 것이다(개정판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