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살고 싶은,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상실이라는 굴레 속에서 다시 한번 피어오르는 소생의 힘에 대하여
깨달음을 가진 현재의 그들에게 과거는 더이상 고통이 아니다. 만화 『극락왕생』은 명명되지 못한 채로 여성들이 감내해야만 했던 고통에 말을 건다. 그리하여, 연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애틋한 추억으로 치유하는 순환을 만들어낸다. 섬뜩한 공포로 간담이 서늘해지다가, 우리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감동으로 저미기를 반복한다. 부디, 과거의 시간을 조우하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놓치지 말기를. _교보문고 만화MD 이주호
장르는 판타지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 『극락왕생』 속 주인공들은 귀신과 인간은 물론 신조차도 완전하지 않다. 『극락왕생』은 그런 이상적인 존재들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 그리고 우리를 그린다. 그리고 완전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고뇌하며 노력하고 발전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극락왕생’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호법신 도명과 귀신 박자언. 그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인생이란 한없이 배움을 구하는 굴레라는 것이다. _인터파크 만화MD 이윤희
『극락왕생』은 죽었다 살아난 박자언이 1년 간 귀신을 도우며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한 해를 반추하는 이야기다. 스물여섯에 죽어 고등학교 3학년으로 다시 태어난 자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되돌아온 7년은, 더군다나 ‘고3’은 희극 또는 비극이라 하기엔 아직 너무 가까운 과거다. 다시 한 번 살게 된 인생은 어떤 극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자언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한 해, 10대의 끝자락은 그다지 순수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좁은 교실에 갇혀 예민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서로를 관찰한다. 속을 알 수 없었던 친구들과 잔소리 일색의 엄마는 두 번째 삶에서도 지긋지긋한 굴레처럼 반복된다. 그러나 다시 태어난 자언은 그 여전한 굴레 속에서 차츰 깨달아간다. 너무도 쉽게 미워했던 친구들을 또 얼마나 쉬이 용서하고 사랑했는지. 어렵다고 생각한 엄마와 내가 얼마나 닮은 존재인지. 좋아한다고 말로서 전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 것은, 삶은 어디서 보아도 눈부신 비극이자 씁쓸한 희극이라는 사실이다.
근과거에 전통적인 소재를 녹여내 만든 독특한 세계관과 담대하고 개성적인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고 있고, 살고 싶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여성주의적 이야기 속에 보편의 가치를 담아낸 작가의 재량 역시 만화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보장한다. 또한 웹으로 연재했지만 출판원고의 형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종이책으로 만난 『극락왕생』은 제 옷을 입은 듯하다. 한국적인 소재, 생생한 캐릭터, 삶과 맞닿아 있는 휴머니즘. 의의와 작품성을 겸비한 『극락왕생』은 독립만화를 넘어 한국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